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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만 책을 읽었습니다 - 김은섭 암중모책
김은섭 지음 / 나무발전소 / 2020년 10월
평점 :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정상인과 환자.
대장암 3기 진단을 받고 절망에 빠진 가장이 항암치료를 받고 외로움을 극복하는 과정들 속에서 책과 함께 투병을 이겨낸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외로움을 책으로 극복했다고? 정말 대단한 사람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50대면 한창 바쁘게 일할 나이임에도 저자 김은섭은 대장암 3기를 진단받았습니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암 진단을 받은 것이 나의 일이 아니라 우리 가족 전체의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내는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고, 집안 가장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먹먹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암중모책. 암 투병 중에 고른 책. 그가 고른 책들은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월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가 전하는 일상의 기적'인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 (신순규)의 책이라던지, 폴 칼리니티의 <숨결이 바람될 때>, 랜디 포시, 제프리 채슬로의 <마지막 강의> 등의 책들이 등장합니다.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의 사랑,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기억했던 모습들이 담겨 있는데요. 저자 또한 아내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투병기를 읽다보면 지금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됩니다. 몸이 많이 아픈 사람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기가 어려운 일이죠. 하지만, 자신에 대해서 정직하고 밀도 있게 자신의 아픔을 들여다보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이야기하며 삶에 대한 성찰을 하고 있습니다. "삶은 더 가슴 저미도록 깊어지고, 가치는 더 명료해진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마음 깊이 와 닿습니다. 삶이란 죽음과 맞닿아있는 것이기에 지금의 삶이 더욱더 의미있는 것이겠지요. 저자가 건강하게 항암 이후 재발되지 않고 열심히 책을 읽으며 사회생활도 멋지게 했으면 좋겠습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그의 앞날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