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집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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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소설 중 가장 흡입력있는 소설이라고 꼽는 ‘여자들의 집’

문장이 간결하고 내용 전개가 빠르네요. 주인공은 파리에서 성공한 변호사 솔렌입니다. 첫 장면부터 충격인데요. 재판에서 지고 나오는 가운데 의뢰인이 자살을 선택합니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우울증을 앓고 변호사를 그만두는 일까지 생깁니다. 그리고 의사의 권유로 봉사활동을 하게 되는데요. ‘여성 궁전’에서 ‘대필작가’를 하게 됩니다. 변호사와 대필작가의 연결고리가 크진 않지만 글을 쓴다는 것이 인간 내면을 들여다보는 일이기에 솔렌에게 적합하게 다가옵니다.

여성 궁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상상 이상입니다. 처음부터 솔렌을 적대시하는 분위기. 화려한 경력과는 달리 여성 궁전에서는 대필작가로 대우받지 못합니다. 솔렌은 이곳을 떠나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되는데요. 그 와중에 마트에서 받지 못한 2유로를 돌려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버킹검 궁전에 편지를 보내 여왕 사인을 받아달라는 소박하고도 엉뚱한 부탁도 하게 됩니다. 솔렌에게는 이런 일들이 아주 작게 느껴지지만 그들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이야기의 줄기는 솔렌의 여성궁전에서의 이야기와 여성궁전이 생기게 된 이야기가 나옵니다. 100년전 구세군으로 평생 살아온 블랑슈의 스토리도 감동적입니다. 소외되고 가난하고 버려진 여성들이 생활할 수 있는 여성궁전을 만들게 된 계기랄까요. 그 이후에 거리에서 구걸하지 않고 여성궁전에서 편안하게 생활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블랑슈가 보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자신의 목숨을 대신해서 파리에 ‘여성궁전’을 설립하게 되는 과정들은 너무나 감격스럽습니다. 읽는 내내 블랑슈의 멋진 모습에 감탄했습니다.

‘여자들의 집’을 통해 여성궁전의 탄생과 함께 소외된 여성들의 삶을 조명해 낸 작가에게 감탄을 보냅니다. 솔렌의 모습이 작가 자신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글쓰기의 힘에 대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는데요. 소외되고 버려지고 불안한 사람들에게 대필을 통해 ‘글쓰기의 힘’을 믿는 것, ‘언어는솔렌을 버린 적 없다’고 말하는 순간, 여성궁전에서 있어야 할 존재를 느낍니다.

솔렌이 처음 여성 궁전에 간 것은 여자들을 돕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우울증을 치료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솔렌에게 “당신네가 사는 곳으로 돌아가”라고 말하고 스스로의 생을 마감한 생티아. 솔렌은 생티아의 삶도 상처 투성이로 가득 차 힘들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여성궁전에 삶을 통해서 다시금 그녀는 여성궁전에서 ‘의미’를 찾고자 노력합니다. 그곳에서 쓸모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고, 줌바 댄스를 배우고 그들과 함께 합니다. 처음에 겉돌던 솔렌이 그녀들과 함께하는 과정들이 너무나 감격스럽습니다.

소설이지만 소설같지 않은 사실감, 솔렌의 심리 묘사가 너무나 절절해서 읽는 내내 책 속으로 빠져들더라고요. 실제 파리에 있는 ‘여성궁전’을 보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모티브를 얻어 소설을 썼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의 시선도 얼마나 세밀한지 느끼게 됩니다. 여성은 수단이나 도구의 대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해 주는 ‘여성궁전’입니다. 소설책 읽기를 주저하는 당신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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