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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처한 클래식 수업 3 - 바흐, 세상을 품은 예술의 수도사 ㅣ 난생 처음 한번 들어보는 클래식 수업 3
민은기 지음, 강한 그림 / 사회평론 / 2020년 6월
평점 :
어릴 적, 피아노 경연대회에 나갔던 경험이 있어요. 무대 위 피아노는 너무나도 크게 느껴졌고, 피아노를 치는 건지, 피아노가 나를 치는 건지 긴장했던 기억이 납니다. 피아노를 배우면서 접하게 된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의 악보들. 모차르트, 베토벤의 익숙한 멜로디 속에서도 이상하게 유독 손이 많이 갔던 바흐의 악보. 지금 생각해보니 바흐를 연주하고 나면 마음의 평안이랄까 그런게 있었던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르고, 클래식을 들으며 하루를 시작해요. 뭔가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좋아요. 요즘 인문학 강의를 들어요. 음악에 관한 내용으로 열심히 듣던 와중에 사회평론에서 출간된 ‘난처한 클래식 수업 3. 바흐, 세상을 품은 예술의 수도사’ 책을 만나게 되었어요. 운명적인 만남처럼 느껴졌어요. 바흐가 저에게 말을 거는 것 같았거든요. 그동안의 교양서가 너무나 학술적이거나, 지나치게 가벼웠다면 이 책은 쉽지만, 깊이있게 안내하는 점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이 책은 바흐에 관한 모든 것입니다. 클래식에 대해 알기 쉽게 질문과 대답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흐의 생애와 사상에 대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부분들을 통해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바흐가 왜 ‘세상을 품은 예술의 수도사’인지. 깊은 신앙심으로 교회 음악인 칸타타를 왜 그리도 많이 작곡하게 되었는지, 궁극적으로는 왜 ‘음악의 아버지’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오르간 주자로 실내악단단원으로 궁정음악가로, 콘체르트마이스터로 살아온 바흐의 삶이 그저 대단하기만 합니다.
지금 바흐와 같은 삶을 살 수 있겠냐고 물어보면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네요. 바흐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아니고서야 많은 작품들이 그리고 완벽한 작품들을 탄생시킨 원동력이 된 거 아닐까요. 칸타타 작곡에 몰두했을 때는 40주 동안 40개의 칸타타를 썼다고 하니 정말 대단합니다. 제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작은 도시에서 머무는 소신과 강단. 음악에 대한 열정과 사랑은 300년이 지나도록 변함없이 사랑 받을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이지요. 특히, 감탄하게 되는 것은 바흐의 악보입니다. 바흐의 악보를 보면 수학책에도 등장할 정도로 정교하고 섬세하며 계산된 정갈한 음계를 볼 수 있어요.
이 책의 특징은 정말 친절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책 옆에 큐알 코드가 있습니다. 스피커 모양으로 된 부분도 있고요. 스마트폰으로 큐알 코드를 찍으면 음악을 들 수 있도록 친절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바흐의 음악을 바흐에 관한 책을 읽으며 그 자리에서 들을 수 있다니 스마트한 시대의 음악 감상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오는 날에 듣기 좋은 바흐의 곡을 추천해드립니다. 최초의 첼로 독주곡을 작곡한 <무반주 첼로 모음곡>, 글렌 굴드가 연주한 <콜드베르크 변주곡>을 들어보시면 마음이 잔잔해질거라 생각합니다. 이 책은 마치 최태성의 역사의 쓸모를 읽는 느낌이랄까요. 바흐에 대해서 어렵게 생각했던 분들도 이 책을 통해서 바흐와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