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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평점 :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가족들이 한 곳에 모이는 순간은 언제일까? 가장 기쁜 순간, 혹은 가장 슬픈 때가 아닐까 생각된다. 바로 장례식과 생일날이다. <빅 엔젤의 마지막 통요일>은 바로 역설적으로 장례식과 생일날이 연결되어 있는 순간을 그려내고 있다. 책은 빅 엔젤의 어머니 장례식날 지각을 하게 되는 빅 엔젤의 이야기를 서술하면서 시작되고 있다. 엄마의 장례식에 지각하는 아들의 모습이란. 세상 이렇게 말이 많은 지각 변명은 처음이다. 빅엔젤이 살면서 한 번도 지각을 하지 않은 인생으로 살아왔기에 그랬던 것일까. 어머니의 장례식 날은 유난하게도 뭔가가 많이 꼬이고 꼬인 날이다. 책은 유쾌하게 흘러간다. 장례식날임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그래서 더 슬프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울러 등장하는 빅 엔젤의 가족들 이야기도 시트콤이 따로 없다. 책을 읽다 가계도를 그려야 할 정도로 이야기가 절절하다. 개인적으로 가계도를 그리면서 읽으니 더 좋았다. 각 인물들의 특성도 구체적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마지막 페이지에 가계도가 나오는 순간! 가계도를 그린 것이 후회가 되었다는)
한 사람의 인생 이야기는 웃기거나 혹은 슬프거나로 대표된다. 이 책에 주인공인 빅엔젤의 삶은 웃기지만 슬프기도 한 두 가지 면을 담고 있는 불쌍한 캐릭터였다. 암에 걸려서 한 달 정도 밖에 살지 못하는 시한부 인생이기도 하다. 암에 걸린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고 싶은 모습이 소설 곳곳에 나타난다. 빅 엔젤은 한 집안의 가장이기도 해서 엄마의 장례식을 일주일 연기하고 그 다음날 자신의 생일을 치르게 된다. 장례식에서 돌아온 빅 엔젤은 이렇게 말한다. “죽음이라. 참으로 우습고도 현실적인 농담이지.”라며 “모든 수고와 욕망과 꿈과 고통과 일과 바람과 기다림과 슬픔이 순식간에 드러낸 실체란 바로 해질녘을 향해 점점 빨라지는 카운트다운이었다.”라고 서술한다. 죽음을 현실적인 농담으로 승화시키는 빅 엔젤,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내뱉는 농담이기도 하다.
장례식 다음의 이야기는 빅 엔젤의 생일날 일어나는 장면들이다. 이어 등장하는 리틀 엔젤은 빅 엔젤의 배다른 동생으로 아버지가 다른 미국 여자와 바람을 피워 낳은 자녀다. 빅 엔젤과 대조되는 리틀 엔젤의 이야기도 한 줄기를 만들어 흐르고 있다. 슬펐던 장면은 빅 엔젤의 과거 이야기였다. 아버지에게 매 맞는 모습이라든지, 몰래 돈을 숨기는 모습, 먹는 것도 몰래 숨어서 먹는 것이 여간 슬픈게 아니었다. 슬픈 과거사 속에 등장하는 빅 엔젤이 사랑하는 여인 페를라. 페를라가 있었기에 빅 엔젤이 죽지 않고 삶을 이어갈 수 있었던 이유가 아닐까. 빅 엔젤의 대사 중 기억에 남는 부분이 있다. 사랑하는 막내딸 미니에게 다섯 번 입을 맞추면서 이야기한다.
“우리가 하는 건 말이다, 얘야. 바로 사랑이란다. 사랑이 답이야. 아무것도 사랑을 막을 수가 없어. 사랑에는 경계도 없고 죽음도 없지.”
<빅 엔젤의 토요일>의 핵심이 바로 사랑이다. 사랑이 답이라는 것은 이 책을 관통하는 커다란 주제이기도 하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육체적 사랑이야기라든지, 사랑을 위해 애쓰는 젊은이들의 치기어린 허세라든지, 사랑을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이라도 하는 라 글로리오사의 모습이라든지, 페를라와 빅엔젤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사랑이 등장한다. 책을 덮고나니 죽음 앞에 사랑이 답이라는 생각이 깊게 여운을 남긴다. 삶에 대한 유쾌하고 슬픈 소설 <빅 엔젤의 토요일>을 토요일에 읽는 것으로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