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어디 가요? 쑥 뜯으러 간다! - 옥이네 봄 이야기 개똥이네 책방 4
조혜란 글.그림 / 보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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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첫 시작은 쫀득쫀득 쑥개떡
첫 페이지에 할머니께서 손수 옥이의 머리를 잘라주시는 그림으로 이야기

가 시작됩니다.

빗도 안드시고 대~충 손으로 잡히는대로 잘라주시는 할머니... 그리고 옥

이의 사자후머리...(요즘 말로는 샤기컷?)

결국 울음을 터트리는 옥이의 모습에 그 옛날 '집으로' 영화 속에서 이마 중간 앞머리를 부여잡고 징징거리던 유승호 어린이의 얼굴이 겹쳐서 생각납니다. (그래도 나름 '뱅'이었단 말이닷!)

역시 우는 애한테는 먹을 것이 최고!

분노의 쑥개떡 먹기 신공을 펼치는 옥이를 위해 할머니는 떡 만들 쑥을 캐러 가셨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쑥개떡을 파시기 위해 옥이랑 같이 장으로 가십니다.

장에서는 어디에 어떻게 자리를 잡는가가 그 날 매상의 뽀인트죠?


퉁치시며 텃세 부리시는 붕어빵 아저씨 옆을 7살짜리

옥이가 거침없이 하이킥 태세로 차지합니다.

"다리 아파요. 우리 함께 팔아요, 할머니 아저씨" 이

럼서요.

아마 서울에 오면 지하철에서도 이러겠죠?

"다리 아파요. 우리 함께 앉아요."

안되면 바닥에라도 앉을 기세에요.

결국 이렇게 3층으로 서서 장사를 하십니다.

원플러스 원, 쌍방 윈윈하셨습니다.

보이시죠? 애들마다 한손엔 붕어빵, 한손에는 쑥개떡

2) 두번째로는 쌉쌀한 엄나무순이야기
동네 개한테 코를 물어뜯긴 옥이에요. 심심한지 야광귀신놀이를 하고 있네요.

(국시꼬랭이 야광귀신이 옥이처럼 체의 구멍을 세다가 날샜죠^^)

옥이를 위해 엄나무 순을 따시는 할머니, 그리고 역시 이를 팔러 장으로 가는 이야기에요.

장에서 옥이의 눈에 들어온 건 바로 강아지!

장에서 옥이가 찜한 깜돌이를 살 수 있을까요?

강아지가 보드랍다고 할머니의 손을 잡아 끌어 만져보게 하는 옥이의 마음을 알 것 같아요.
한마리 남은 강아지를 팔까 싶어 할머니 눈치를 보는 강아지 파는

할머니의 표정이 압권입니다.

"할머니 깜돌이 밥은 내가 줄께요, 똥은 할머니가 치워요."
"무슨 소리냐? 똥도 네가 치워라"
그 날 깜돌이는 옥이네 식구가 되었습니다

3) 세번째는 오월의 고불고불 고사리 이야기

반찬 투정을 하는 옥이를 위해 할머니는 또 산으로 가십니다. (우리 집에서 반찬 투정하면? 일단 죽음이고...그 후 마트로 가죠^^)

옥이는 백설기와 물을 보자기에 싸서 머리에 묶고 갑니다. 신기신기~~
그리고 산에서 장차 남친 지게 소년도 만납니다. 역시 그의 머리도 할머니표 샤기컷! 커플 냄새가 물씬 나죠? ㅋㅋ

역시 고사리 나물을 가지고 시장으로 가는 옥이와 할머니.

이번에 옥이는 또 뭘 얻을까요?

네 핫도그 하나 얻어 먹습니다. 하나에 700원인걸 보니 이 책이 신간 맞습니다. ㅋㅋㅋ

소스도 빨간거와 노란거 두가지이고요. 저는 하얀거도 뿌려먹었는데 말입니다. 아줌마가 설탕통에 푹 찍어 한바퀴 빙 돌려주시면 싸래기눈처럼 하얘서 달콤했던 그 핫도그...

예전에 50원일 때도 먹어봤다죠. 요즘처럼 프랑크 소시지가 들어가있는 비싼 놈 말고, 반쯤 먹어야 나오던 분홍색 소시지가 숨어있는 그 밀가루내 풍풍 풍기던 두 겹짜리 커다란 핫도그를 지금도 먹고 싶어요.

2. 손주 사랑은 할머니 사랑
금이야 옥이야 ~~ 옥이를 사랑하고 아껴주시는 할머니의 사랑이 그대로 드러나 있답니다.

추우면 당신의 목도리 풀어서 매주시고

옥이에게 달려드는 떠돌이개를 쫒아주시죠. 옥이가 매달린 할머니 다리가 너무 너무 굳세 보입니다.
엄나무 순을 따다가 가시에 찔린 손은 투박하기만 하지만 정겹지요.

반찬투정을 하는 옥이를 위해 달걀 부침을 해주시는 할머니, 그러나 본인의 몫은 없습니다.

그리고 맛난 반찬, 귀한 반찬을 해주시기 위해 오늘도 할머니는 버선을 신으십니다.



그리고 대망의 어린이날 비누방울총을 사서 이리저리 쏘아주시는 할머니의 비눗방울 이벤트!!

그 바람에 깜돌이도 춤을 춥니다.

대빵 큰 비눗방을 불고 있는 옥이의 자세로 보아 곧 비눗방울 파편을 홈빡 뒤집어쓰게 생겼습니다. 그래도 어린이날은 즐겁겠죠?

3. 그림으로 보는 장터 이야기 & 시골 빠숑 이야기
늘 북적대는 장터의 모습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습니다.
남대문 대박 트럭 아저씨 못지 않은 솜씨로 옷을 팔고 계신 여주인의 토끼 머리띠는 고객을 위한 써비스겠죠?

그 옆에 옷수선하시는 아저씨(?)와는 한이불 덮고 주무시나요? 궁금하네요

게다가 옷을 고르고 있는 아줌마는 애완견이 도망 못가게 다리 사이에 끼고 계십니다.ㅋㅋㅋㅋ

사람들의 찬란한 빠숑 역시 눈길을 끕니다.

일단! 할머니 엉덩이의 뿅뿅 하트!! 퀼트라고 하기엔 20%쯤 부족해 보이지만 매~우 귀여우셔요.

그러고 보니 무릎에는 꽃모양 퀼트입니다.
할머니께 엄마무 순을 사는 아주머니의 빠숑도, 핫도그 파시는 분식점 아줌마의 노랑머리 빠숑도 남다르시고, 온갖 시장표 엄마셔츠들이 참 종류도 다양합니다.

4. 최강 까매오 '쓰리 씨스터즈와 원 브라덜' -영식이 할머니, 홍택이 할머니, 모래 할머니& 별이 할아버지

가끔씩 나오시는 이 분들은 세트십니다.

이 세분의 할머니들이 꼭 붙어 다니시고 그리고 그 옆에는 별이 할아버지가 계시네요. 혹시 황혼의 삼각관계 아닐런지???

이분들의 까매오 퍼레이드입니다.

1. 방 안의 세 분과 그 옆에서 먼 산보고 담배 피시는 한
2. 모여 계시는 세 분과 그 뒤로 고개를 내밀고 계시는 한 분
3. 장에서 대신 팔아달라고 부탁하시는 세 분
4. 농사 일도 같이하시는 세 분
5. 고사리 데치는 것을 바라보시는 세 분
6. 비누방울 보시고 기분 업되신 이 분들. 급기야 사랑의 하트까지!

5. 계절의 맛난 반찬 레시피

원래 이 책이 계절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맛난 레시피가 꼭 나옵니다.

정말 맛있어 보이지요?
이렇게 보는 즐거움까지 가득한 할머니 시리즈를 보고 있노라니 옛날 화장실에서 읽던 둘리 만화가 생각나요.

몇 번을 읽고 읽어도 구석 구석에 또 다른 재미난 그림들이 숨어 있어서 늘 처음 보는 것처럼 재미있던 그 만화책처럼

사람들의 표정만으로도 상황을 충분히 짐작하게 하는 이 책이 참 재미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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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꼴레 결혼한대요 - 풀잎그림책 4
조민경 그림, 안도현 글 / 태동출판사 / 2002년 9월
품절


국민학교 시절 수업시간에 작은 소동이 있었더랍니다.

바로 선생님께 누군가가 00이가 **이를 좋아한다고, 결혼한다고 고자질 한것이지요.

얼굴도 하얗게 뽀얗고 눈이 유난히도 사슴같았던 예쁜 친구**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커~다란 눈물 방울만 뚝,뚝 떨어뜨렸고 00이는 얼굴이 벌게지도록 씩씩거리면서 한사코 아니라고 억울한 얼굴을 들이대던 에피소드...

어렸을 때 한번쯤은 보았을 법한 장면일거에요. 지금이야 유치원에서부터 남자친구, 여자친구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요.

우리 어릴 적만 해도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하면 귓속말로 소곤거렸던 큰 이야기거리 아니었습니까?



일전에 한번 글 올린 만복이 시리즈에서 안도현씨는 이 아기자기한 소꿉놀이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슬기와 난이가 모래알로 밥 짓고 나뭇잎으로 반찬해먹는 소꿉놀이를 시작합니다.

(요즘이야 부엌놀이종류가 풀셋으로 갖춰져서 옛날같은 소박함이 좀 사라지긴 했지요)

만복이는 몰래 엿보다 자기만 빼놓고 놀이를 하는 친구들에게 심술이 나고 말았어요.
난이 : "여보 이것 좀 드세요"

슬기 : "당신도 어서 많이 먹어요"

만복 : "어어, 나만 쏙 뺴놓고 소꿉놀이를 하네?"



둘이 하고 노는 폼새가 진짜 다정한 부부같죠?^^

아이는 어른들의 거울이라는데 말이죠.

천연덕스럽게 눈을 감고 입을 벌리고 있는 슬기가 귀엽습니다.

드디어 만복이는 불타는 질투심(?)에 뛰쳐나가 새끼손가락 두개를

들고 놀립니다.

'얼레꼴레, 얼레꼴레, 슬기하고 난이하고 결혼한대요, 결혼한대요."

세대를 막론하고 놀리는 노래의 가락은 똑같아요.

우리 어릴적 불렀던 놀이 노래들을 은총이가 부르는 것도 가끔 듣습

니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들킨 두 어린이의 무안한 포즈가 일품입니다.

난이는 빠알간 볼에 손을 살짝 대고 고개를 돌리고 있고 슬기는 목

을 긁고 있습니다. 상당히 무안한가봅니다 ㅋㅋ
이 때 놀라운 반전이 일어납니다. 슬기와 난이가 공개적으로 '긍정의 힘'을 보여준 것입니다.

슬기 - "그래, 우리 둘이 결혼했다. 어쩔래? "

난이 - "그래, 결혼했으니까 우리는 어른이다. 어쩔래?"

만복생각 - '어어? 얘들이 왜 이럴까?' (급 당황)



둘이는 힘을 합쳐 만복이를 응징합니다.

본격적으로 만복이를 아가 취급해버리는 것이었어요. 만복이가 억울하겠지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형국입니다.

"어흠어흠, 얘야 위험하니까 저리 좀 비키거라!"

"얘야, 너는 아직도 코흘리개 일곱살이구나!"



그런데 지금부터 놀라운 판타지가 시작됩니다.

만복이가 진짜 아기가 되어가고 있는 거지요.

우선 이렇게



셔츠 새로 손을 넣은 만복이의 모습이 귀여워요. 왜 애들은 민망

하면 애꿎은 옷을 쥐어뜯는답니까? ^^


그리고 이렇게

슬기와 난이는 한 술 더떠서 앞으로 낳을 아기 이름을 '만복이'라고 짓자고 합니다.(얼씨구~~) 그 말을 듣고 만복이가 더 작아진거에요. 만복이 어떻하니...

슬기와 난이는 또 겨울이 오면 만복이처럼 작은

아기 눈사람을 만들자고 합니다. 상상 놀이겠지요.



만복이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들판에 혼자 쓸쓸하게 서 있습니다.

엄마도 아빠도 친구들도 보고 싶었지요. 춥고 배도 고팠습니다.

.

.

.



아이들이 놀이에 끼지 못하고 친구들의 놀림을 받으면 이런 느낌이

들것 같아요. 우리들도 왠지 내가 부러워하는 대상 앞에서는 주눅이 들고, '내가 헛살았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요.

머리 양 옆에 소나무를 꽂은 채 눈물을 흘리는 아기 눈사람이 애처롭게 보입니다.

하지만 슬기와 난이는 곧 만복이를 놀이에 껴줍니다.

'만복아, 많이 춥지?" "어서 들어와 같이 불을 쬐자."

결국 세 아이는 사이좋게 밥상에 둘러 앉아 같이 놀았답니다.



이 동화는 아이들간에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를 교훈적으로 풀어내

지 않습니다. "따돌리는 건 나빠"라든가. "친구들끼리는 사이좋게

놀아야 한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해주지는 않지요.

하지만 아이의 심리상태에 촛점을 맞춰 주눅들고 점점 쪼그라들어

가는 마음의 변화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기가 되어가는 모습으로

그리면서 충분히 그 의도를 전달하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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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소풍가는날 징검다리 3.4.5 12
쓰쓰이 요리코 글, 하야시 아키코 그림 / 한림출판사 / 199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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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첫 페이지는 이렇게 아이가 소풍 가방을 챙기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 다음 간지에는 아이가 소풍 가방을 머리맡에 두고 자는 그림이지요.

보지 않아도 이슬이의 설레임이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그 다음날 이 꼬마가 차근차근 절대로 고의가 아닌(!!!) 사고를 칩니다.

먼저 엄마가 정성스럽게 종류별로 싸놓은 도시락을 나름대로 재포장합니다. 이렇게요

책에는 이슬이가 '좋은 생각'을 했다고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아빠에게 '자랑'을 하러 갑니다.

전 벌써 여기서부터 '헉'소리가 나왔는데...

자랑하러 아빠에게 간 그곳에 아빠의 가방이 있었습니다. 가방이 열린채...



착한 이슬이는 가방을 잠그고 싶습니다. (미수다 버전)

하지만 가방 안에 끈 있습니다. 끈 때문에 가방 안 잠궈집니다.

그래서 이슬이는 끈 뺍니다.

가방, 엉망입니다.

이슬이는 나름대로 아빠를 도우려고 노력한거죠.

이 때 아빠는 이야기 합니다.

"저런저런 이제 아빠가 할테니 이슬이는 옷을 갈아입어라 " - 굉장히 나이스한 아빠지요?

그러나 저는 이 난감한 상황이 눈에 보이는 듯 하야 머리에 약간 스팀 납니다.



엄마는 이슬이가 가장 예뻐하는 옷을 입힙니다.

그러나...

이슬양은 변신합니다

이슬이는 더 예쁘고 싶었을 뿐이에요 (아이들은 이.렇.게. 더 예뻐지고 싶어하죠. 저희 아이도 눈썹그리고 립스틱바르고 분칠한, 바로 요 이슬이의 얼굴이었던 적이 여~러번 있었다지요^^)

엄마는 수건으로 암말 안하고 닦아줍니다. (엄마, 너~무 천사표시다.)

그 때 아빠가 이슬이의 신발을 신겨줍니다.

그러나 결정적인 실~수 - 아직 출발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먼저 냉큼 신발부터 신겼다는 거에요.

참을 수 없는 이슬양 바깥으로 나갑니다.

그리고 요 꼬라지가 됩니다.^^

으이그... 책을 보는 내가 당췌 살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슬이는 소풍을 가고 싶었던 마음이 몸보다 앞섰던 것 같지요.

천사표 엄마는 야단도 (!) 안치고 아이 옷을 갈아입힙니다.

(이럴때 엄마 속은 어떨까??? 매우 궁금합니다.)

우리 신랑에게 이 책을 보여주니 한마디 합니다.

"안 급한가보지 뭐" (그렇습니다. 이 집은 안 급한 집이었나 봅니다 ㅋㅋ)

그래서 이 동화의 끝은 이렇습니다. - happy end

"이슬이는 신이 나서 소리쳤습니다. 만세, 우리 소풍간다."

만일 위의 그 여러가지 상황 중 한 상황에서 아이를 왕창 윽박지르거나 야단을 쳤다면 아이가 저렇게 신나고 행복하게 집을 나설 수 있었을까요?



속터지는 엄마 입장에서 재구성 한다면 이런 이야기들이 나왔겠지요?

"으이그, 가만히 좀 있어라. 왜 나서서 이렇게 엉망을 만들어?" 라든가

"소풍을 가자는거냐 말자는 거냐?" 라든지

"너 정말 이럴거면 그냥 집에 있자. 나가는게 더 피곤하다." 라고 , 또는

"그러게 엄마 아빠하고 같이 나갔어야지. 이거 어떻게 할꺼야 응? 옷 다 버리고. 이제 뭐 입고 나갈래?"라고 했었겠죠?



사실 실제 상황에서 이렇게 이슬이네 엄마 아빠처럼 하기는 너무 힘들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아이의 속마음과 의도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책은 마지막 행복해하는 이슬이의 얼굴을 통해 우리에게 말해줍니다.

아이를 이해하는 부모 밑에서 아이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요.

하지만 또 하나의 교훈은... "절대로 아이 먼저 준비시키지 말아라" 일까요?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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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복이는 풀잎이다 - 풀잎그림책 1
조민경 그림, 안도현 글 / 태동출판사 / 2002년 2월
품절


처음에 제가 만복이를 만난 건 다 헐어빠진 중고책들 틈새였습니다.

마치 풀잎 요정과 같은 납작코 아이의 귀여운 얼굴이 제 눈에 화~악 들어왔습니다.

안도현 시인이 글이라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내용을 한번 흝어보았지요.

찢김에 제본도 흔들려 있었지만 이 책은 단박에 제 마음을 휘어잡더군요.
책장을 열어보니 참 순박한 장난꾸러기같은 녀석 둘이 들풀 많은 강둑에서 함박 웃고 있습니다.

강물도 슬기와 만복이를 따라가요

슬기와 만복이가 손에 손을 잡고 가니까,

강물도 강물끼리 손에 손을 잡고 흘러가요.

슬기와 만복이가 또박또박 발을 맞추어 가니까,

강물도 강물끼리 또박또박 발을 맞추어 흘러가요.

슬기와 만복이가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가니까,

강물도 강물끼리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며 흘러가요.



동화가 아니라 꼭 시같지요? 이 글을 쓴 작가가 안도현 시인이라 댓구와 운율이 예쁩니다.

책 전체의 내용이 엄마가 읽어주기는 힘들지만(^^ ! 반복은 힘들어...) 아이는 들을 때에 매우 좋아합니다.
(아이들의 입맛 - 구간 무한반복)

슬기가 허리가 늘씬하게 생긴 멋진 방아깨비를 발견합니다.

그러나 만복이가 새치기로 등뒤에서 손을 뻗어 먼저 발견한 슬기보다 빨리 잡아버립니다.

슬기는 약이 올랐지만 방아를 찧는 방아깨비를 보며 마음이 풀렸습니다.
예전 이제는 80이 넘으신 저희 할머니께서 방아깨비를 잡아서 제게 주시던 생각이 납니다.

뒷다리를 잡고 있자면 뒷꽁무니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방아을 찧었던 모습이 지금도 또렷이 떠오릅니다.

옛날 한 번 가면 엄마가 속상하도록 집으로 돌아가기 싫어했던 그 정겨운 할머니 집의 모습과 함께...



수돗가의 노란 양푼 대야, 할머니 집으로 올라던 가파른 언덕길, 동네 꼬마들과 여우야 여우야를 하며 놀던 층층계단들,

바닥이 깊었던 부엌에서 제가 갈 때마다 늘 사두셨다 한 숟가락씩 떠서 입에 넣어주셨던 참깨의 그 고소한 맛....

오직 할머니 집에서만 볼 수 있었던 명랑 만화책들...



동화책 한 페이지에 이토록 많은 추억이 꼬리를 물고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합니다.
많은 추억을 뒤로 하고 페이지를 넘기면 슬기와 만복이가 동화의 분위기와 똑닮은 잔잔하고 넓은 강을 보며 나란히 앉은 모습이 나옵니다. 그리고 역시 나오는 용서할 수 있는 반복! (글이 넘 예쁘니까^^)
슬기와 만복이가 나란히 앉으니까,

강물도 강물끼리 나란히 앉았어요.

슬기와 만복이가 나란히 앉으니까,

강 건너 푸른 들판도 들판끼리 나란히 앉았어요.




이제 이 동화의 클라이맥스가 시작됩니다.

드디어 만복이의 어깨 위에 메뚜기가 날아와 앉았던거죠.
절대로 크게 읽어줄 수 없는 대사들이 나옵니다.

제가 속으로 숨을 참고 긴장감있게 속삭여주니까 아이도 바짝 긴장해서 숨을 참고 듣더라구요.



"만복아, 움직이지 마."

"왜 그래?"

"네 어깨 위에 메뚜기가 날아와 앉았어."

"그럼 어서 잡아야지."

슬기는 메뚜기가 날아갈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 했어요.

"만복아."

"왜?"

"움직이면 안돼."

"슬기야."

"왜?"

"움직이지 않을게."



슬기는 혼자 속으로 말했어요.

'만복이는 풀잎이다.'

'만복이는 풀잎이다.'

'만복이는 풀잎이다.'



나지막히 속으로 말하는 슬기의 말에서, 너무너무 예쁜 미소를 짓으며 웃는 만복 풀잎의 얼굴에서 평온함과 평화가 묻어 나옵니다. 원래 사람과 자연은 이렇게 서로의 일부분으로 평화롭게 지내야 하는건데....



비단 마지막 페이지만이 아니라 이 책 전체에서 풀잎이나 메뚜기와 같이 아이들은 순수한 자연 그 자체입니다.

도시에서는 '잔디에 들어가지 마시오'라는 팻말로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오히려 두드러지게 하지만

무던한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풀섶을 헤치고 다니는 만복이과 슬기는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자연'이네요.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의 마음에 한줄기 산들바람이 불어 풀내음이 전달되었음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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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 - 스웨덴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82
엘사 베스코브 글 그림, 김상열 옮김 / 시공주니어 / 2007년 11월
구판절판


제가 대놓고 편애하는 작가가 바로 엘사 베스코브입니다.

스웨덴 사람이고요 1952년에는 어린이 책에 대한 스웨덴 최고의 상인 홀게르손 훈장을 받았다고 하네요.

여섯 아들을 키웠던 엄마라고 합니다. (여... 여섯이 몽땅 아들... 언제 책을 쓰고 그리고 했을까요? @@)

그림이 아주 서정적이고요 예뻐요.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북유럽의 바람이 불어오는 듯... (북유럽 가보지도 않았쟎아!!)

이야기와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화롯불을 쬐는 것 마냥 마음이 따뜻해진답니다.


주인공은 호기심 많은 꼬마 물고기인데 날쌘이 입니다. 그리고 그 날쌘이를 사랑하는 3명의 어른 물고기가 있어요,

가자미 아줌마랑 잉어 아저씨랑 창꼬치 아저씨가 바로 그들입니다.





호기심을 참지 못해 두 발로 걸어다니는 커다란 개구리인 토마스(사람에 대한 물고기들의 설명이에요.)의 미끼를 덥석 물은 날쌘이는 '오늘 죽더라도 '사람'이라는 커다란 개구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똑바로 봐야겠다' 고 생각했지요. 잘 자라면 크게 날 놈입니다.ㅋ

하지만 뭐 물고기는 물고기쟎아요. 헐떡거리는 날쌘이를 위해 토마스는 자기 장화에 물을 담아 날쌘이를 집으로 데려옵니다.

저 꼬마 엄지 발가락 나온 양말 좀 보세요. 아마 베스코브 댁의 여섯 남자 아이들의 양말도 성할 날이 없었나봅니다. (새 책이라 쫙 펴기 싫어서 스캔 안 뜨고 사진 찍었더니 색감이 떨어집니다. _ _;;;)



자... 날쌘이가 붙잡혀 갔으니 보호자 격인 가자미와 잉어와 창꼬치의 가슴이 타들어가는 건 당연지사이죠.

여기서... 마법을 부릴 줄 아는 개구리 할머니가 나옵니다.

(베스코브의 책들 중에 환상적인 내용을 담은 책들이 많아요. 꼬마 요정이라든가 숲속 블루베리 왕국의 소인들이라던가... 한 번 보면 잘 잊혀지지 않는 그림과 함께 뇌리에 남죠.)

깨진 나팔 소리 같은 음성을 지닌 개구리 할머니가 도도하게 턱을 치켜들고 그들에게 마법을 걸어줍니다.

오~ 카리스마 지대로입니다.

"풍덩속거품속물장구속막돼먹기" - 개구리 할머니의 주문이에요. 이 주문을 외우는 동작도 있어요.

뒷다리를 딛고 일어나 두 손을 높이 쳐드는 거지요. 아이들에게 춤이라도 추면서 외워주면 아주 까르르 넘어가겠죠?





그 결과 일어난 마법입니다. (반전의 내용 공개!!)
세 분이 인어가 되었는데 인어공주와 같은 다리가 생겼지만 뒷통수를 후려치는 참신함이 숨어 있어요.ㅋㅋㅋ

뒤에 보이는 개구리가 웃으면서 구경하네요.

(이 그림 보고 완전 웃었답니다. 낄낄낄... 예전에 인어는 상반신은 사람, 하반신은 물고기인데 그게 꺼꾸로 되면 골때린다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요.)

토마스의 침실에 걸어서!! 찾아간 이 분들이 설득한 결과 날쌘이가 죽을까봐 걱정이 된 토마스는 서둘러 멜빵도 제대로 채우지 못한 채 날쌘이를 강으로 다시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 놓아줍니다.

꼬마의 예쁜 마음이 못다 채운 멜빵을 통해 고스란히 나타나죠.

그림책의 그림은 또 하나의 글이에요.



그리고 아직 헤엄치는 법을 몰랐던 토마스는 꼬마 개구리를 통해 헤엄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강가에서 놀아도 걱정이 없게 된거에요.





환상을 곁들인 따뜻한 이야기에 슬그머니 웃음을 짓게 되는 좋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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