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레꼴레 결혼한대요 - 풀잎그림책 4
조민경 그림, 안도현 글 / 태동출판사 / 2002년 9월
품절


국민학교 시절 수업시간에 작은 소동이 있었더랍니다.

바로 선생님께 누군가가 00이가 **이를 좋아한다고, 결혼한다고 고자질 한것이지요.

얼굴도 하얗게 뽀얗고 눈이 유난히도 사슴같았던 예쁜 친구**이는 어깨를 들썩이며 커~다란 눈물 방울만 뚝,뚝 떨어뜨렸고 00이는 얼굴이 벌게지도록 씩씩거리면서 한사코 아니라고 억울한 얼굴을 들이대던 에피소드...

어렸을 때 한번쯤은 보았을 법한 장면일거에요. 지금이야 유치원에서부터 남자친구, 여자친구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요.

우리 어릴 적만 해도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하면 귓속말로 소곤거렸던 큰 이야기거리 아니었습니까?



일전에 한번 글 올린 만복이 시리즈에서 안도현씨는 이 아기자기한 소꿉놀이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슬기와 난이가 모래알로 밥 짓고 나뭇잎으로 반찬해먹는 소꿉놀이를 시작합니다.

(요즘이야 부엌놀이종류가 풀셋으로 갖춰져서 옛날같은 소박함이 좀 사라지긴 했지요)

만복이는 몰래 엿보다 자기만 빼놓고 놀이를 하는 친구들에게 심술이 나고 말았어요.
난이 : "여보 이것 좀 드세요"

슬기 : "당신도 어서 많이 먹어요"

만복 : "어어, 나만 쏙 뺴놓고 소꿉놀이를 하네?"



둘이 하고 노는 폼새가 진짜 다정한 부부같죠?^^

아이는 어른들의 거울이라는데 말이죠.

천연덕스럽게 눈을 감고 입을 벌리고 있는 슬기가 귀엽습니다.

드디어 만복이는 불타는 질투심(?)에 뛰쳐나가 새끼손가락 두개를

들고 놀립니다.

'얼레꼴레, 얼레꼴레, 슬기하고 난이하고 결혼한대요, 결혼한대요."

세대를 막론하고 놀리는 노래의 가락은 똑같아요.

우리 어릴적 불렀던 놀이 노래들을 은총이가 부르는 것도 가끔 듣습

니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들킨 두 어린이의 무안한 포즈가 일품입니다.

난이는 빠알간 볼에 손을 살짝 대고 고개를 돌리고 있고 슬기는 목

을 긁고 있습니다. 상당히 무안한가봅니다 ㅋㅋ
이 때 놀라운 반전이 일어납니다. 슬기와 난이가 공개적으로 '긍정의 힘'을 보여준 것입니다.

슬기 - "그래, 우리 둘이 결혼했다. 어쩔래? "

난이 - "그래, 결혼했으니까 우리는 어른이다. 어쩔래?"

만복생각 - '어어? 얘들이 왜 이럴까?' (급 당황)



둘이는 힘을 합쳐 만복이를 응징합니다.

본격적으로 만복이를 아가 취급해버리는 것이었어요. 만복이가 억울하겠지요? 되로 주고 말로 받는 형국입니다.

"어흠어흠, 얘야 위험하니까 저리 좀 비키거라!"

"얘야, 너는 아직도 코흘리개 일곱살이구나!"



그런데 지금부터 놀라운 판타지가 시작됩니다.

만복이가 진짜 아기가 되어가고 있는 거지요.

우선 이렇게



셔츠 새로 손을 넣은 만복이의 모습이 귀여워요. 왜 애들은 민망

하면 애꿎은 옷을 쥐어뜯는답니까? ^^


그리고 이렇게

슬기와 난이는 한 술 더떠서 앞으로 낳을 아기 이름을 '만복이'라고 짓자고 합니다.(얼씨구~~) 그 말을 듣고 만복이가 더 작아진거에요. 만복이 어떻하니...

슬기와 난이는 또 겨울이 오면 만복이처럼 작은

아기 눈사람을 만들자고 합니다. 상상 놀이겠지요.



만복이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들판에 혼자 쓸쓸하게 서 있습니다.

엄마도 아빠도 친구들도 보고 싶었지요. 춥고 배도 고팠습니다.

.

.

.



아이들이 놀이에 끼지 못하고 친구들의 놀림을 받으면 이런 느낌이

들것 같아요. 우리들도 왠지 내가 부러워하는 대상 앞에서는 주눅이 들고, '내가 헛살았나...' 라는 생각이 드는 것처럼요.

머리 양 옆에 소나무를 꽂은 채 눈물을 흘리는 아기 눈사람이 애처롭게 보입니다.

하지만 슬기와 난이는 곧 만복이를 놀이에 껴줍니다.

'만복아, 많이 춥지?" "어서 들어와 같이 불을 쬐자."

결국 세 아이는 사이좋게 밥상에 둘러 앉아 같이 놀았답니다.



이 동화는 아이들간에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를 교훈적으로 풀어내

지 않습니다. "따돌리는 건 나빠"라든가. "친구들끼리는 사이좋게

놀아야 한다."라고 직접적으로 말해주지는 않지요.

하지만 아이의 심리상태에 촛점을 맞춰 주눅들고 점점 쪼그라들어

가는 마음의 변화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기가 되어가는 모습으로

그리면서 충분히 그 의도를 전달하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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