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청소일 하는데요? - 조금 다르게 살아보니, 생각보다 행복합니다
김예지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n잡러’라는 말이 유행이다. 2개 이상의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공무원을 제외하면 평생직장이란 개념이 거의 흐릿해진 지금 제 2, 제 3의 직업을 고민하는 이들은 생각보다 더 많을 것이다. 다만 미리 준비하거나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을 뿐.

서른 살의 김예지 씨는 ‘청소 일로 돈 벌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자아실현합니다’ 라는 말로 자신의 직업을 소개한다. 그는 미술을 전공하고 디자인 회사에서 일을 하다 나왔지만 취업이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청소 일을 하시는 어머니의 제안으로 함께 청소를 시작하게 되었단다. 생계를 위해 선택한 일이었지만 의외로 장점도 많아 5년째 두 가지 일을 병행하고 있고 그런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냈다.

이 책은 편견으로부터 자존감을 지키며 자아실현에 도달한 한 청년의 이야기이다. 그 과정은 쉽지 않은 것으로 묘사된다. 아직 작가로서는 첫 작품인지라 표현력이 다소 아쉽고 고민이 해소되는 과정도 아주 깊이 있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에게 공감을 얻기에는 충분한 것 같다. 또한 조금은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이들을 편견 없이 대하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책이다. 녹록치 않은 현실에도 불구하고 꿈꾸는 이들을 향해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학 공부의 기초 - 과거에 대한 앎을 이해하는 법 공부의 기초
존 루카치 지음, 이재만 옮김 / 유유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 ‘유유’의 <공부의 기초> 시리즈 중 한 권이다. 사회학, 심리학, 정치철학 등 여러 책이 있는데 그 중 가장 관심있는 역사를 택해 읽었다. 역사보다는 역사학에 관한 책이지만 어렵지 않게 씌어 있고 분량도 길지 않아 쉽게 읽을 수 있었다(원제는 ‘학(부)생을 위한 역사 공부의 안내서’ 라고 되어 있다.).

역사에 관해 이야기하는 많은 책들이 그렇듯 이 책 역시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출발한다. 저자는 ‘역사는 기록된 과거에 불과하지 않다 / 우리의 모든 생각은 기억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 인간의 기억 자체가 역사이다 / 특출한 일부의 인간, 몇몇 사건만이 역사가 아니라 모든 인간의 삶은 역사적이다’ 라는 역사 인식과 견해를 밝히고 있다. 더 나아가 역사학 박사 학위를 가진 전문가만 역사가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마추어(e.g. 윈스턴 처칠)도 충분히 훌륭한 역사서를 저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존 루카치는 역사를 공부하고 역사가가 되기 위해 ‘관심을 알아차리고 길러 내고 갈고 닦아라’ 라고 조언한다. 또한 일상의 언어로 역사를 쓰고 말하는 법을 훈련할 것을 놓치지 않고 강조한다.

“여러분은 읽는 법 뿐 아니라 여러분이 아는 것을 표현하는 법도 알아야만 합니다. 표현은 여러분의 지식을 감싸는 포장에 불과한 것이 아닙니다. 그 자체가 내용입니다. (인간의 모든 표현은 단순히 생각의 포장이 아니라 생각의 완성입니다.)”

역사를 공부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출발해야 할 지 모르겠다면 좋은 입문서가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역사에 대해 키케로가 남긴 유명한 격언으로 끝을 맺는다.

“당신이 태어나기 전에 일어난 일에 무지하다는 것은 언제까지나 어린아이로 남는 것과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서울대 김영민 교수가 신문에 정기적으로 연재하던 칼럼 등 여러 지면에 쓴 글들을 모은 책이다. 제목부터 ‘죽음’이라는 무거운 단어가 들어 있기는 하지만 책은 꽤나 유쾌하다. 내용이 짐짓 심각해지려 할 때마다 저자 특유의 시니컬함과 유머러스함이 발동되어 파핫, 하는 헛웃음 내지 박장대소를 자아내게 한다. 저자 말마따나 리듬감 있는 글쓰기를 위해 노력한 흔적이 엿보인다. 재미 없는 글은 오래 읽기 힘든데, 삶의 사소한 부분부터 학교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현안이나 영화에 대한 글들 모두 재미있게 읽혔다(소개된 영화들은 내가 아직 못 본 것들이 많아 그것들을 감상한 뒤에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입소문을 타고 웹에 퍼날라져 유명해진 <추석이란 무엇인가>를 비롯, <설거지의 이론과 실천>, <개돼지 사태와 관련하여 교육부가 할 일> 등 제목만 보아도 흥미로운 글들이 많다. 저자는 ‘OO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거듭해서 던지며 대상의 의미에 대해 반문하고 고찰해보기를 제안한다.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필연적으로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죽음이건만, 우리는 삶의 많은 시간 동안 그 사실을 망각하려 애쓰고 있는 것 같다. 때때로 덧없는 욕망과 정념에 사로잡혀 버둥거릴 때 죽음을 떠올림으로써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 (리커버 특별판) - 광주 5월 민주항쟁의 기록
황석영.이재의.전용호 기록, (사)광주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엮음 / 창비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 초등학생 무렵 TV에서 방영해 준 다큐멘터리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군인들, 탱크, 몽둥이와 군홧발에 얻어맞고 쓰러지는 시민들. 그 장면들은 어렴풋한 이미지로 남았다. 훗날 그것이 5.18의 자료 화면이었다는 것, 그리고 그 배경과 참상을 알고는 큰 충격을 받았고, 그 후에 여러 질문들이 떠올랐다. 어떻게 우리에게 이런 일이 있었고, 왜 막을 수 없었을까.

- 이 책은 흔히 5.18이라 부르는 광주 민중항쟁을 기록한 책이다. 1980년 10월부터 바로 자료 수집에 착수하여 5년 만에 책이 나오게 되었고, 당연히 금서였던 터라 지하세계의 베스트셀러라고 불리웠다. 외신 기자들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 그리고 이 책을 수많은 사람들이 몰래 돌려 보며 80년 5월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철저한 보도통제와 언론탄압 속에서 묻혀 있었던 진실은 그렇게 드러나게 되었고 87년 6월 항쟁의 기폭제가 되었다.

- 2017년 발간된 전면개정판은 방대한 자료를 더욱 보강하고, 그 이후 밝혀진 사실들을 통해 역사적/법률적 성격을 명확히 하였다고 한다. 자료와 증언에 기초하여 담담한 문체로 사건들을 빠짐 없이 기술하면서도 전두환과 신군부, 그 동조자들의 불법적 행위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고발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 책의 중반부 상당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항쟁의 경과 부분인데, 읽기가 괴로울 만큼 끔찍하고 참담했다. 작전에 투입된 공수부대원들은 ’마치 짐승과도 같이’ ‘살인면허라도 받은 것처럼’ 평범한 시민들을 눈에 보이는 대로 잡아 폭행하고 시체처럼 질질 끌고 갔다고 한다. 그 만행을 보고 나였다면 참을 수 있었을까? 함께 일어나 분노하고 저항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너무도 큰 공포감으로 얼어붙은 듯 꼼짝할 수조차 없었을까? 그 상황에 처해보지 않은 나는 모른다.

- 기간이나 피해자 규모 면에서 제주 4.3이나 한국전쟁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5.18 역시 앞선 사건들과 동일한 비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정 세력이 자신의 야욕을 채우기 위해 이념을 앞세워 군인과 시민들을 서로 증오하게 만들고 죽이도록 했다는 점에서 말이다.

- 미국은 이미 신군부의 계엄 확대와 군사 이동, 광주에서의 만행을 알면서도 묵인하거나 동의, 승인하였다는 점에서 5.18의 종범이다. 그리고 4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북한군 개입설과 같은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이들도 있다. 그들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한 것도 이 책의 역할 중 하나이다. 역사의 칼끝은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며 책임자인 전두환을 정확히 겨냥하고 있다. 그가 원혼들과 유족들 앞에 무릎꿇고 진심으로 사죄하는 모습을 보일 때까지 계속해서 심판대로 끌어내야 한다.

- 우리가 당연한 듯이 누리는 오늘의 자유를 있게 한 오월의 광주시민들께 진심으로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골든아워 1~2 세트 - 전2권 - 생과 사의 경계, 중증외상센터의 기록 2002-2018 골든아워
이국종 지음 / 흐름출판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시야에서 카트가 사라질 때 나는 죽음이 미소 짓는 광경을 본 것 같았다.‘

‘나는 어두침침한 복도를 지나 수술방으로 들어설 때 이곳이 ‘막장‘이라 여겼다.‘

‘아덴만의 영웅‘. 이국종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이 그 때였던 것 같다.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되었다가 온 몸에 총상을 입고 죽음 직전에 있던 석해균 선장을 긴급 이송하여 살려낸 사건. 그 후로 중증외상센터장 이국종 교수의 얼굴을 종종 지면과 방송에서 볼 수 있었다. 그 때마다 사람들에게 호소하기도 하고, 때로는 체념한듯 냉소를 보내기도 하는 것 같았던 사람. 마치 세상의 짐을 혼자 다 진 것 같은 이였다.

이 책은 이국종 교수가 외과의사의 길을 걷기 시작하면서부터 중증외상 의료 시스템을 이 땅에 정착시키려 고군분투한 지난 십수 년 동안의 기록들로 채워져 있다. 단지 이국종이라는 의사 한 사람의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이국종은 자신과 함께 최전선에서 생사를 넘나들며 구조와 의술에 몸을 아끼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과 행적들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전형적인 ‘이과 남자‘여서 글솜씨가 부족하다며 겸양을 나타내지만, 매일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몸부림치며 싸워온 이가 아니었다면 이토록 절박하고 생생한 문장들이 나왔을까.

사실 이 책에서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이국종 교수가 현장에서 맞닥뜨렸을, 지금도 맞닥뜨리고 있을 좌절과 절망의 감정이 더 크게 느껴졌다. 아무리 호소하고 매달려도 바뀌지 않는 의료계와 정치권, 일반 시민들. 그들의 무사안일주의, 이기주의, 그리고 무관심. 분노는 점차 무력감으로, 급기야는 체념으로 바뀌게 된다.

어깨가 부서지고 다리가 망가지고 한쪽 눈을 거의 못쓰게 될 정도로 개인을 한계점까지 밀어붙여야 간신히 유지되는 시스템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읽는 내내 한숨과 탄식이 끊이지 않았다.

‘언젠가는 내게도 끝이 올 것이다. 시스템이 없는 곳에서 태어난 이 중증외상센터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내 몸은 조금씩 부서져가기 시작했다. 끝이 머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