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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좋게 받아들이세요
마리아 스토이안 글.그림 / 북레시피 / 2017년 2월
평점 :
여러 성폭력 피해자들의 사례를 옴니버스 형태로 구성한 그래픽 노블이다.
이 책에 소개된 스무 개의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얼마나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서 빈번하게 성폭력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책에는 신체적 강자인 성인 남성이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는 이야기가 주를 이루지만, 때로는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여성이 남성에게, 미성년자가 성인에게, 동성애자가 이성애자에게 폭력을 가하는 등 특정 대상에 국한되어서 행해지는 것이 아님을 놓치지 않는다(물론 대다수가 강자에 의한-약자에 대한 폭력이라는 점만큼은 공통적이다.).
성폭력이라는 범주 안에서 형태도 다양하다. 강간, 신체적 접촉, 물리적 폭력, 언어적 폭력, 성희롱, 스토킹 등... 가해자는 순간의 쾌락과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 이러한 행위를 하지만 피해자에게는 씻기 힘든 상처와 고통만을 남길 뿐이다.
작가는 한국어 독자들에게 남긴 서문에서 말한다. ‘이 책은 전 세계 어디에나 보편적으로 퍼져 있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그리고 당신의 이야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은 특별한 소수만의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연대해야 하는 일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 책의 좋았던 점은 단순한 사례 모음집에서 그치지 않고 성폭력에 대한 대응책, 예방책을 말미에 제시했다는 점이다. 작가의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도 음지에서 고통받는 피해자들에게 큰 힘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