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운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김애란의 단편 8편을 묶은 소설집이다.
제목의 ‘비행운’이 비행기구름을 뜻하는 말인가 보다 했었는데, 읽는 도중에는 ‘비(非)-행운’ 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작품 해설에도 역시 그런 중의적인 해석이 나와 있었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딱한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 사정들이 소름끼치게 현실적이고, 그들이 처한 자질구레한 상황들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치밀하게 묘사된다. 아득한 절망 너머에 간혹 실낱 같은 희망이 보이기도 하지만, 손을 뻗어 붙잡기에는 허탈한 결과가 예상되는 현실이다.

하지만 작가는 단지 불행을 전시하고 주인공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바벨탑처럼 끝없이 쌓여올려지는 문명의 이기, 자본의 유혹에 하릴없이 휩쓸리는 도시인들, 그 속에서 무언가 희망을 갖고 버둥거릴수록 수렁에 더욱 빠져드는 사람들... 그들을 그저 연민어린 시선으로만 바라보기보다는 무엇이 우리를 인간답지 못하게 만드는지, 문제의식을 갖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