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르바를 춤추게 하는 글쓰기 - 이윤기가 말하는 쓰고 옮긴다는 것
이윤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이윤기의 글들을 모은 책이다. 제목을 보면 글쓰기 비법에 대한 책으로 오해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말과 글을 다루는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았다.
(제목에 ‘조르바’가 들어간 것은 이윤기가 <그리스인 조르바>를 국내에 최초로 번역하여 소개하였으며, 스스로를 조르바와 동일시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가 2010년 심장마비로 작고한 뒤 글쓰기와 번역에 관한 글들을 딸인 이다희 번역가가 찾아 한 권으로 묶어 내었다. 서문에는 이런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아마도 우리 팀이 가뿐히 승리할 것으로 보여집니다.”
아버지는 TV에서 ‘보여집니다’ 같은 말이 나오면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소리를 들은 사람처럼 질색을 했다.
“이럴 때는 ‘보인다’고 하면 되지, ‘보여진다’고 할 필요가 없어. 응? 다희야.” 
(중략)
난 가끔은 좀 조용히 TV만 보고 싶었다.

말과 글에 관한 한 이윤기는 고집스런 원칙주의자로 보인다. 그러나 때로는 사투리나 속어나 은어 등의 사용에도 상당히 열려 있는 태도를 취한다. 어쨌든 언어의 사용에 대해 집요하게 탐구하고 고민한 사람이었다. 특히 우리말과 한글이 펄떡거리며 살아 숨쉬는 말과 글이길 바랐던 것 같다.

단어 한 개, 문장 한 줄 허투루 쓰지 않으려 노력했던 작가이기에 곱씹어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들어 그냥 언어적으로 뜻만 통하는 것이 아닌, 군더더기 없고 아름다운 말과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인다. 그런 점에서 자극을 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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