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아무튼, 떡볶이 :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아무튼 시리즈 25
요조 (Yozoh) 지음 / 위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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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를 좋아한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것도 좋고 밖에서 사먹는 것도 좋다. 밀떡이든 쌀떡이든 상관 없고 기본 재료만 들어가든 다른 요소가 첨가되어 있든 다 좋지만, 너무 맵거나 짜거나 달거나 하는 극단적인 맛은 싫다.

뮤지션인 요조가 쓴 책이다. 그가 십몇 년 전 ‘요조’가 아닌 다른 이름을 쓰던 때, 홈페이지를 찾아서 눈팅하던 적이 있다. 주로 자신의 일상 사진이나 단상을 올리곤 했는데 꽤나 솔직하고 정감 있는 언어들을 구사했던 걸로 기억한다.

이 책은 요조가 쓴 떡볶이에 관한 에세이다. 떡볶이란 이런 것이다! 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떡볶이의 분파나 전국의 소문난 떡볶이 명가를 소개... 하는 등의 내용은 전혀 들어있지 않다. 그냥 떡볶이와 연관된 여러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을 집어든 사람들은 뭔가 대단한 통찰이나 전문성을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고 떡볶이 애호가의 한 사람으로 그냥 떡볶이에서 비롯된 추억이나 잡담을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책을 덮고 기억에 남는 부분이라면 채식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요조가 친구와 20년 동안 다녔다는 떡볶이집 사장님과의 인터뷰다. 가볍게 피식 웃다가도 잠깐 멈춰서 생각하게 되는 대목이었다.

아쉽게도 작가의 바람과는 달리 이 책을 읽으면서 떡볶이가 당긴 순간은 거의 없었다. 딱 한 군데서 군침이 넘어가긴 했다. 


‘떡볶이가 등장했다. 떡의 모양새와 빛깔, 떡 위에 점점이 보이는 고춧가루 알갱이들, 서걱서걱 소리의 주인공인 파와 양파가 눈에 들어오면서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맞았다. 내가 좋아하는 밀떡, 양념에 푹 절여지지 않아 생생한 감이 살아 있는 파와 양파, 보통 내가 일인분이라고 상정하는 개수인 열다섯 개를 넘어서는 떡의 개수 등 모든 것이 완벽했다. 게다가 자그마한 사이즈의 주먹밥 두 개가 함께 나왔는데 그것 또한 별미였다. 정말 완벽한 한 끼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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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가 등장했다. 떡의 모양새와 빛깔, 떡 위에 점점이 보이는 고춧가루 알갱이들, 서걱서걱 소리의 주인공인 파와 양파가 눈에 들어오면서 ‘이건 맛있는 떡볶이다’라는 확신이 왔다.
맞았다. 내가 좋아하는 밀떡, 양념에 푹 절여지지 않아 생생한 감이 살아 있는 파와 양파, 보통 내가 일인분이라고 상정하는 개수인 열다섯 개를 넘어서는 떡의 개수 등 모든 것이 완벽했다. 게다가 자그마한 사이즈의 주먹밥 두 개가 함께 나왔는데 그것 또한 별미였다. 정말 완벽한 한 끼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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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악습의 고리를 끊겠다는 용기와 의지

같은 과장에게 성희롱 당하다 퇴사했다는 직원은 소진을 보자마자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때 자신이 조용히 덮고 넘어가지 않았다면 소진도 같은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자책했다. 물론 소진은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용히 덮고 넘어간 두 번째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피해자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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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마흔에 관하여
정여울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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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에 끌려 읽었다. 정여울이란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책은 한 권도 읽어보지 않았다. 저자 소개에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있다. 심리 치유서 종류일 거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보다는 작가 본인의 인생 경험과 그로 인해 깨달은 점들을 주로 이야기한다.

‘마흔’이라는 나이에 대해서는 사람마다 감흥이 다를 거라고 생각한다. 숫자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테고 이제 젊은 시절은 지나갔다며 침울해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어차피 인생에 서른이든 쉰이든 앞자리가 바뀔 때마다 비슷한 경험들을 한다). 작가는 마흔이란 나이에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하는 편인 것 같다. 20대, 30대와는 다르게 40대가 되어 생긴 여러 가지 변화들을 이야기한다. 


- 마흔은 내게 ‘어떤 난관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하고 싶은 일’과 ‘보상이 좋더라도 하지 않으면 더 좋은 일’을 구분할 지혜를 주었다. 마흔을 통과하며 나는 ‘지금 당장 내 감정을 분출하지 않고 사흘 뒤에 내 감정을 추스른 뒤 그 사람을 마주하는 차분함’을 배웠다.

- 더 젊어 보이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제 나이의 무게에 걸맞은 지혜와 용기를 지니기 위해 애쓰는 나날들이 내게는 기적 같은 신비와 축복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 솔직한 감정 표현이 주는 해방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달콤하다. 그래서 요즘은 아주 친한 사이에서뿐만 아니라 매우 공식적인 자리에서도, 예의 바른 완곡어법보다는 정직한 직설화법을 택하게 된다. 심지어 정치나 종교 같은, 말 자체를 꺼내지 않는 것이 상책인 주제들에 대해서도 솔직해져버렸다.

- 예전에는 거절의 기준점이 나의 바깥, 즉 타인의 인정이나 외부의 시선에 있었다면, 이제는 내 안에 있다. 내가 내 삶의 운전대를 잡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지 않으려 애쓴다.

- 40대가 되면 사람들은 자신의 일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커다란 그림이 보이기 시작하고, 비로소 ‘그동안 잘못 살아온 시간들’의 그림자가 보이기 시작한다. 마흔 즈음은 저마다가 지닌 성격적인 결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금씩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평생의 습관을 기를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다.

- 마흔은 나에게 예전에 알던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법, 예전에 ‘다 이해했다’고 믿었던 것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용기를 선물해주었다. 모든 것에서 끝내 배울 수 있는 그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외부에서 오는 자극으로 인한 수동적 설렘보다 훨씬 강렬하고 오래가는, 자극의 유무에 좌우되지 않는 내 안의 설렘이다. 20대에는 새로운 체험이 두려웠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내가 과연 세상의 풍파에 맞서 싸워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낯선 체험에 묻어 있는 그 위험과 아픔까지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싶다.


어쩌면 너무 당연한 얘기일 수 있다. 요즘 신간 목록을 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너무 빨리 가려고 하지 않아도 돼’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 류의 제목들을 단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구성원 모두에게 무한경쟁을 요구하고 성장 일변도의 정책만을 펴온 그동안의 한국 사회에 대한 반작용일 것이다. 사실 이 책도 ‘마흔’이라는 키워드를 떼면 그런 경향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비슷한 이야기들이 반복되는 것 같아 약간은 지루하게도 느껴졌다.

하지만 남들보다 예민한 감수성을 가진 사람, 소심하고 상처받기 쉬운 사람, 너무 많은 타인의 시선과 강요에 괴로웠던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부터 작은 공감과 따스한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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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할까요? 1~8 세트 -전8권 - 완결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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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새로운 소재를 찾아 엄청나게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허영만 선생의 만화. 커피를 소재로 한 만화이며 중앙일보에 연재되었다고 한다. ‘이대커피’라는 카페를 배경으로 커피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한 화씩 진행된다.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어 커피에 대한 지식도 전달하는데 커피를 한 잔도 못 마신다는 작가가 취재를 위해 카페를 열심히 다녔을 생각을 하니 아이러닉하게 느껴졌다. 이디야커피의 로고가 간접광고로 종종 나오며, 실제 인물이나 카페도 이름 그대로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한번 뵌 적 있는 ‘바람커피로드’의 이담 님이 나오는 에피소드가 반가웠으며, 인테리어가 독특한 로스터리 카페 ‘프릳츠’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 만화의 가장 좋았던 점은 괴팍한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데 누구도 배척하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다는 것.

‘마시고 가. 내가 줄 수 있는 건 커피뿐이야. 한 잔 커피에 담긴 위로의 양은 평등하지만 그걸 마시는 사람들의 상처는 결코 똑같지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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