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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품절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은 K-문학의 글로벌시장 진출과 세계화의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으나, 한국계 미국인 김주혜가 쓴 ‘한국적인 이야기‘는 이미 한국 내에서 반복 서술된 것이다. 전 세계가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를 소설에 도입한 시도는 좋았으나, 새로움이 아닌 익숙함과 기시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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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asts of a Little Land: A Novel  




-한 합작 소설, <LITTLE lAND의 야수들>

: 김주혜의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 일부를 읽고

 

이수빈

 

 

애플TV 드라마 <파친코>는 재미있게 봤지만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 <파친코>는 반납 기간이 코앞에 다가올 때까지 한 장도 펼쳐보지 못했다. 소설 <파친코>를 읽고 난 뒤에 읽으려 했던 김주혜 작가의 장편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 또한 읽기 시작하는 타이밍이 자꾸만 미뤄졌다.

 

장편 역사소설을 두 권이나 봐야 하는 상황에 놓인 나는 읽기도 전에 두 책에 물려버렸다. 한국 역사와 관련된 것에 유독 흥미가 가지 않는 증상은 꽤 이전부터 있어 왔다. 나는 한국 역사 영화 시청에서 그 증상이 잘 드러나는 편이다. <명량>은 봤지만 <한산>은 보지 않았고, <말모이>는 봤지만 <봉오동 전투><안시성>은 보지 않았으며 지금까지도 볼 계획이 없다. 한국을 사랑하는 국민 한 사람으로서 한국의 역사를 기억하고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별개로, 그것을 소재로 한 콘텐츠를 여가 시간에 자의적으로 소비하고 즐기는 것은 힘이 드는 일이다.

 

두 장편소설 <파친코><작은 땅의 야수들>에 손이 가지 않던 이유 또한 한국 근현대사 역사 소설이라서이다. 한국 근현대 역사물에서 예전처럼 강한 민족의식의 고취나 끌림을 느끼지 않게 된 이유는 기시감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과 패턴의 반복으로 생겨난 지겨움 때문이다. 한편, 자국의 역사를 다룬 영화들이 공통으로 짊어진 민족주의 문제도 한국 근현대 역사물에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이다. 민족주의 개념을 알기 전까지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에 묶여 우리나라 역사를 다룬 영화의 모든 사상 및 표현 방식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려 노력해왔다. 지금의 거리두기는 그것을 당연시했던 과거의 내 태도에 대한 반발 작용일 것이다.

기시감과 지겨움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자면, 한국 사람이니까 봐야 하고 기억해야 하는 한국 역사 이야기를 다룬 콘텐츠를 그동안 너무 많이 봐 왔다. 특히 일제강점기 시대에 조선이 일본에 핍박받고 억압당하면서도 굴하거나 꺾이지 않고 고고하게 독립운동을 전개해나간다는 식의 이야기가 그렇다. 이쯤에서 언급하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 이런 이야기가 그 자체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비슷한 플롯의 이야기에 싫증이 나서 언젠가부터 민족적인 고양감을 느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고 경건하게 봐야 하는 역사 고증 콘텐츠는 내게 피로감을 주었고, 자연스럽게 관련 콘텐츠를 잘 찾지 않게 되었을 뿐이다. (나는 한국인 실격인가?)

 

<작은 땅의 야수들> 또한 내가 아는 이야기일 것 같다는 선입견이 독서를 방해하고 있었다. 나는 읽기 전부터 이미 소설의 전개를 (기본적으로는) 알고 있을 것이라는, 경험에 기반한 오만을 인정하고 책을 펼쳤다. 소설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작가가 보여줄 한국 근현대사 기반 이야기에서 새로운 면을 찾아내려 집중해야 했다. 우선 해당 서평은 나의 게으름과 이러한 의무감 때문에 독서가 미뤄져, 고작 40페이지 분량의 프롤로그만 읽고 쓴 것이라는 것을 일러둔다. (책의 저자와 도서를 지원해 준 다산북스 출판사에는 죄송하다. 하지만 한국 근현대사 콘텐츠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생각들을 고찰하고 정리할 계기가 되어준 것에 큰 감사를 드린다.)

 

 

*

 

<작은 땅의 야수들>의 저자 김주혜는, 한국 인천에서 태어나 9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한국계 미국인이다. 소설 <파친코>의 저자 한국계 미국인 이민진의 경우와 매우 흡사하다. 요즘 들어 한국계 미국인이 쓴 한국 역사·전통 소설이 인기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 문학동네에서는 한국계 캐나다 작가 허주은의 <사라진 소녀들의 숲(2022)>을 출간했다. 이러한 작품에는 ‘K-’라는 수식어가 붙어 해외에서 주목받는 K-문학으로 마케팅되고 있다. 최근 한국적인 것을 담은 문화콘텐츠가 외국 국적자에 의해 활발히 창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아가 한국적인 것을 담아낸 콘텐츠가 외국에서 먼저 주목받고 한국으로 수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 세계가 펜데믹을 겪으면서 K-pop을 중심으로 K-컬쳐(한류)가 선전하고 OTT 시장 또한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에 따라 한국 콘텐츠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폭발하고, 이것이 세계의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적인 콘텐츠(영화, 드라마, 문학)가 주목을 받았다. 이에 한국 역사·전통 콘텐츠에 대한 외국의 관심과 수요가 증가했고 한국에 대한 세계의 궁금증과 물음, 관심의 정도가 어느 때보다 뜨거워졌다. 이러한 현상들은 한국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사그라들기 전까지는 지속될 것이다.

 

이상한 일은, 최근 들어 전 생애를 한국에서 보낸 한국인 작가들이 쓴 이야기보다 한국에서 다른 나라로 이민을 갔던 한국계 ○○(미국인 등) 작가들의 이야기가 큰 관심을 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적인 콘텐츠가 받는 관심과 환대는 한국에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부터 시작해 우리나라로 역수입된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는 확실히 이례적인 일로 보인다. 한국계 작가가 한국 이야기를 쓴 (심지어 표지에도 한국적요소가 가득한) 책에 옮긴이가 존재한다는 것부터가 특이하다.

 

<작은 땅의 야수들>을 출간한 다산북스는 미국 원저작권사와 한국어판 저작권을 독점 계약했다고 책의 첫 장에서 밝혀, 우리나라는 판권이 수출된 10여 개국 이상의 여러 나라 중 하나의 국가라는 것을 한국 독자들이 확인할 수 있게 명시되어 있다. 출간 순서는 한국어판이 먼저가 아니라 영미판이 먼저로 기재되어 있다. 초판 1쇄 기준 영미판은 2021127, 한국판은 2022928일에 발행되었다. 우리나라에서 판권을 수입하고 옮긴이와 작업해 마침내 한국판 소설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에는 출간 시점의 시간적 낙차가 발생한다. 이러한 출간 시점의 차이는 곧 독자들의 반응, 리뷰, 출간 기념 인터뷰 영상 등의 업로드 시간의 차이로 이어진다. (갑자기 이 소설이 내수용-미국 출판시장/독자 타깃으로 봐야 할지, 해외 수출용-특히 한국 출판시장/독자 타깃으로 봐야 할지에 대해서도 궁금해졌다. <작은 땅의 야수들>의 한·미 출판사 측 담당 마케터는 주 타깃 독자층을 어느 국가로 선정했을까? 마케터의 국적에 따라서도 답은 영향을 받을 것 같은데, 아마 미국 마케터는 내수용-미국을 중점으로 삼고 한국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쓴 한국 역사소설이라는 이미지를 전면에 걸고 한국 독자층을 두텁게 확보할 가능성을 열어두는 쪽으로 설정하지 않았을까 싶다.)

 

하지만 한국(Korea)’은 저자에게 수많은 판권 수출국 중 한 나라로만 의미 부여되지 않는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한국 역사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며 (원문은 영어로 쓰였겠지만)한국적인 것을 묘사해내고 있다. 작가의 출생지 및 유년시절을 보냈던 곳부터가 한국이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김주혜 작가는 자신의 첫 장편소설 데뷔작에 다른 나라들과 비할 수 없을 정도로 한국이라는 나라에 더욱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작가는 책을 쓰면서 가장 의식했던 독자가 한국 독자들이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독립운동을 도왔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어머니께 듣고 자라면서 한국의 역사를 삶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인식했다는 이야기는 책날개의 작가 이력과 한국 독자들에게코너에 소개되어 있다. 한편 한국 독자들에게라는 코너의 존재 또한 이 소설이 가지는 한국과 미국이라는 지리적, 시간적 낙차를 독자들에게 다시 감각하게 하는 지점이다.

 

이러한 감각들이 낯설지만, 책을 기획하고 출판한 편집자와 디자이너의 신중함과 노고 덕분에 이질감이 드는 부분은 크게 없었다. 다만 책의 영제 <BEASTS OF A LITTLE LAND>를 구글링해 보았을 때, 영미판과 한국판의 표지가 크게 다르다는 것과(영미판에는 빨간 배경에 한국 전통 민화풍의 호랑이 일러스트가 실려 있다.) 유튜브 북리뷰 영상에서 해외 북튜버가 영미판 표지의 책을 들고 촬영한 영상, 작가의 김주혜의 화상 인터뷰 영상의 업로드 기간이 벌써 몇 개월 전의 것들임을 확인할 때마다 이질적이고 낯선 감각들이 치고 들어올 뿐이다.

나는 구글링 과정에서 <파친코>의 영미판 표지 또한 한국판과 크게 다르며, 해외 시장을 주 타깃으로 삼은, 한국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표지에서 더욱 한국적인 것을 강조해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처음 인지하게 되었다. 외국인들은 아직 한국 전통문화에 익숙하지 않으며, 그들이 텍스트로만 되어 있는 소설을 즐길 때 낯선 타국의 이미지를 금방 상상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이미지라는 점에서는 표지 디자인이 이해된다. 하지만 더 세련되었다는 느낌을 받는 한국 표지를 영미권(해외) 독자들은 접하지 못하고, 비교적 덜 세련되었다고 느껴지는 한국의 전통적 이미지(한국적인 이미지)를 차용한 표지로만 외국 독자가 책의 얼굴을 확인하게 된다는 것은 매우 아쉽다. 아니면 한국 전통문화에 생경한 외국 독자들을 위해 책 표지에다 한국적 이미지를 전면 배치한다, 그런 전략이 아니라 사실은 한국 책 표지 디자인이 전 세계 출판시장에서 가장 퀄리티가 좋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국뽕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이다.)

 

조금 샛길로 빠져 보자. 영어로 창작된 소설 등의 콘텐츠가 번역을 거쳐 한국에 들어온다면, 한글로 창작된 소설 콘텐츠는 앞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홍보될까? 다시 말해서 한국 소설은 전 세계 출판 시장에서 어떻게 정체성을 구축하고 입지를 다져나갈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게 가능할까? 한 번은 한국 콘텐츠의 세계화에 대해 출판업계 종사자께 말씀을 청해 듣는 자리에서 이러한 고민을 함께 했던 적이 있다. 한국 소설 및 문학 분야의 출판계 현직자이던 강연자는 다음과 같은 취지로 말했다.

한국 콘텐츠는 영상매체나 시각적인 것을 활용한 매체에서 이제야 힘겹게 한국 콘텐츠의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외국어영화(국제영화) 최초 아카데미 작품상이라는 타이틀을 비롯해 4관왕을 달성한 <기생충>의 감독 봉준호는 한 인터뷰에서 ‘1인치 자막의 장벽을 언급했다. 영상과 음성에 크게 기댄 영상 콘텐츠도 이렇게 힘겹게 세계 콘텐츠 시장에 한 발을 내디뎠는데, 문자 언어만으로 되어있는 소설 등의 모국어로 쓰인 인쇄매체, 책은 세계 시장에서 영화보다도 훨씬 좁은 입지를 가지고 있다. 한국 소설을 비롯한 문자 기반 콘텐츠는 앞으로 세계 시장에서 어떻게 입지를 다져 나가야 할지 논의 중이다.

 

그렇다. 수용자에게 능동적 읽기가 요구되는 문자 기반의 문자 기반 콘텐츠(소설 등)는 수동적으로도 쉽게 즐기고 향유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보다 세계 시장의 진입 장벽이 훨씬 높다. 소설은 1인치의 장벽이 아니라 무려 모든 텍스트의 줄 높이와 간격을 더한 대장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다행히도 번역이라는 기술이 장벽의 높이를 크게 낮춰 주었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할까? 아무리 양국의 언어 모두에 능통한 사람이 번역가로 참여하더라도 독자의 국적은 소설이 담은 메시지의 수용 정도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세계적인 고전들은 다방면의 해석과 연구의 대상이 되어 독자가 작품을 받아들일 때 생기는 낙차를 조금이라도 더 줄여볼 수 있겠지만, 앞으로 더 많이 나올 개별 소설들은 대부분 그 영역에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전 세계에서 수많은 문학 작품이 창작되고 있고 각국의 독자는 그것들을 읽어내기 위해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벅차며, 책을 출간하는 출판 관계자들은 더 그럴 것이다.

 

번역 과정과 번역된 콘텐츠가 수용자에게 가져오는 인식의 낙차를 잘 보여주는 또 하나의 주요한 사례는 영상매체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넷플릭스 OTT 드라마 <오징어 게임> 또한 원어(한국어)와 자막의 결합 형태로 수용자에게 전달되기도 했겠지만, 더빙의 형태로도 세계에 보급되어 외국인들이 한국의 놀이를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아닌 “Red Light, Blue Light”로 인식하게 되었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오징어 게임>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인터넷과 SNS에서 확인할 수 있었는데, 정작 놀이의 이름이면서 전부이기도 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한국어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게 꼭 나쁘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한국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 수출되는 과정에서 이식과 창조의 변증법을 거쳐 새로운 형태로 탈바꿈하고 숏폼 등의 콘텐츠로 재생산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배웠다. 그리고 원 텍스트 자체가 가진 메시지와 형식이(한국적인 것 등) 수용자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며 그렇게 전달이 된다고 한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문제라고 지적받은 적 있다. 하지만 나는 한국인으로서 한국적인 것이 제거된 한국 콘텐츠를 보는 것이 한편으론 아쉬웠다. 아무튼, 영상 매체도 세계 시장에서 어딘가 왜곡된 형태로 전해지는 와중에 소설의 번역 과정에서 생기는 수용자 간 원 텍스트를 이해하는 정도의 차이는 오죽할까 싶다.

 

그렇다면 K-콘텐츠는, 특히 소설은 한국 안에서 한국 독자들에게만 제대로 된 감상과 평가가 가능한 것으로 그치고 말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우선 제대로 된 감상과 평가라는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으며, 텍스트의 원래 의도가 어떻든 독자에게 전달된 개별 메시지는 모두 고유한 의미를 가진다. 독자의 국적에 따라 발생하는 원텍스트를 이해하는 인식의 낙차가 불가역적임을 이해하고, ‘순수한 한국 역사·전통 콘텐츠’, ‘한국이 한국 문화콘텐츠의 종주국이라는 환상을 내려놓는 것에서부터 질문에 대한 대답은 출발할 수 있다.

다시 질문해 보자. ‘K-문학, ‘한국 소설은 글로벌 시장에서 어떻게 정체화하고 입지를 다져 세계화될 수 있을까. 외국 독자들에게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을까.

 

우선 세계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소설의 입지는 여전히 좁으며 주변부에 머무른다. 나는 한국 소설의 세계화, 한국 소설이 갖는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디아스포라 문학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디아스포라(Diaspora)’란 흩어진 사람들-표준국어대사전 이라는 뜻으로, 원래 팔레스타인을 떠나온 세계에 흩어져 살며 유대교의 규범과 생활 관습을 유지하는 유대인을 이르던 말이다. ‘디아스포라 문학(Diaspora 文學)’이란 본래 살던 땅을 떠나 이국땅을 떠돌던 이들과 그 후손이 쓴 문학 작품-우리말샘 을 뜻한다. ‘코리안 디아스포라(Korean Diaspora)’는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으로, 최근 한민족 공동체로서의 중요성과 해외 한인들을 포함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활발히 연구-우리말샘 되고 있다.

 

이민자, 난민, 이주노동자 중에서도 모국(母國)인 한국에서 타지로 이주해 와 외국에 정착한 코리안 디아스포라는 두 국가의 정체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들은 한국 사회 밖에서 한국이라는 나라를 멀리서 내다보면서도, 이주국의 원주민보다 한국의 언어와 문화, 역사에 훨씬 해박할 것이다. 특히 현재 미국은 세계의 중심이자 주류 사회를 주도하는 패권국이다. 또한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나라이기에 미국을 하나의 지구공동체 축소판으로 봐도 좋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자신의 정체성(국적, 종교, 문화, 젠더, 이데올로기 등)주류가 어떻게 인식하고 대하는지 파악하기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미국에서의 인종차별도 그런 맥락에서 주류가 유색인종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다시 말해 미국은 주류의 반응을 살필 수 있는곳이자 자신이 가진 이야기(텍스트)들이 어떻게 세계(의 축소판)’에서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시험할 수 있는 하나의 실험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먹힌다고 해서 세계 글로벌자본주의 시장에서 먹힐 거란 보장은 없지만, 가장 많은 다양성을 보유한 나라인 자본주의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은 그 제품이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고 소비자들의 호응을 끌어낼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작은 땅의 야수들>의 저자 김주혜는 미국에서 출판사 직원으로 근무하다가 인종차별과 성차별을 견디지 못하고 일을 그만둔다. 그는 프리랜서 기간 심한 생활고를 겪으면서 작품 활동을 생각하게 되었고, 준비기간을 거쳐 장편소설 <BEASTS OF A LITTLE LAND>로 데뷔해 작가가 되었다. 저자는 자신의 동네인 뉴욕 맨해튼 포트 트라이언 공원(Fort Tryon Park)에서 조깅하던 중, 눈꽃이 핀 나무를 보고 설경 속에서 사냥꾼과 호랑이의 모습을 떠올렸고 그때 한자리에서 단숨에 써 내려간 소설 분량이 지금의 프롤로그가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책 출간기념 인터뷰 영상에서 유창한 한국어 실력으로 질문에 답한다. 9살에 미국으로 이민하였음에도 능숙한 한국어 회화 실력에 나도 놀랐었다. 인터뷰이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여전히 한국어에 능통한 이유에 대해서 질문했고, 김주혜 작가는 자부심과 긍지가 있기 때문이라 답했다. 이민을 떠났던 9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인 이민자들은 미국 주류 사회에 빨리 진입하고 동화되기 위해 가정에서 자녀에게 한국어를 금지하고 영어와 영어 이름 사용을 강제하는 분위기가 대부분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가정에서는 항상 한국말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고 이름 또한 한국 이름 그대로 사용해왔다고 밝혔다. 과연, 아마존 홈페이지의 <Beasts of a Little Land: A Novel> 작가란에도 앤, 줄리같은 영어식 이름 대신 한국 이름을 로마자로 표기한 Juhea Kim으로 기재되어있는 이유가 있었다.

 

<작은 땅의 야수들>은 한국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1917(1부는 1918~1919년을 부제로 삼고 있기 때문에 목차에는 1918년부터 년도가 명시되어 있지만, 1부 시작 전의 프롤로그, 즉 책의 줄거리는 1917년 겨울부터 출발한다)부터 1964(마지막 4부에서 밝히고 있는 목차에서 명시된 마지막 년도로, 책을 끝까지 안 읽어서 1964년이 줄거리의 최종 년도인지는 확실하지 않다.)까지의 시대를 담고 있다. 소설의 배경이 일제강점기인 만큼 다양한 일제 식민 통치 방법들이 작중에서 언급되고 있는데, 저자는 그중에서도 창씨개명에 대해 자신의 코리안 디아스포라 정체성과 연결지어 인터뷰에서 언급한 적 있다.

 

김주혜 작가는 소설에서 다루는 창씨개명에 대해, ‘이름이란 섣불리 바꿀 수가 없는 것이라는 내용이 작중에 있는데 그게 어쩌면 제 경험에서부터 나온 것일 수 있다고 회상한다. 저자는 인터뷰에서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름이 아닌 저만의 고유의 이름을 갖고 있는 것이라는 말로 김주혜(金宙慧)라는 이름에 긍지를 드러냈다. 지금까지 쭉 한국 고유의 작명 방식으로 지어진 한국 이름을 항상 자랑스럽게 여겨왔다고도 했다. 덧붙여 한국어의 우수성과 훌륭함에 대해 높게 평가하며, “우리의 문화유산을 쉽게 여기지 마시고 영어만큼, 영어보다 더 자랑스러워하고 더 구사를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국 독자들에게 전했다. 김주혜 작가는 한국에서 거주하는 보통 한국 사람들보다도 한국과 한국 문화, 역사, 언어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지극해 보였다.

 

저자는 오랜 이민 생활을 하며 여러 어려움을 겪어온 이민자로서 한국 독자가 자신의 소설을 이건 분명히 한국 사람이 쓴 글이다라고 호평할 때 상처가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다는 감사의 인사로 한국에서의 책 출간 소감 인터뷰를 마쳤다. 김주혜 작가는 긴 이민생활에도 한국 출신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부끄러워하거나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자부심을 갖고 살아왔다. 그는 후세대 이민자 가운데서도 강한 민족 정체성을 가진 사람으로 짐작된다. 그에게서 한국 민족 정체성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김주혜 작가가 한국을 애정하기 때문도 있겠지만, 미국에서 이민자로서 인종차별 등의 개인적 경험, 이민국에 완전히 적응 및 동화되지 못했다는 점도 작용했을 수 있다.

 

인터뷰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한다. 다시 돌아와 문자 기반으로 창작된 한국 콘텐츠, 이른바 한국 문학의 세계화에서 디아스포라 문학이 가져올 영향력과 한국 문학의 세계 시장 진입 어려움에 대안책이 될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디아스포라 문학은 작가가 가지는 이민자로서의 정체성에 따라 성격이 여러 갈래로 나뉘는데, 김주혜 작가의 경우엔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해왔고 그것이 소설을 쓰는 동력과 이야기 소재의 원천이 되었다. 자국민은 자국민이라서 발견하고 키워갈 수 있는 이야기가 있고 이민자는 멀리서, 거리를 두고 한국을 바라보고 한국인이 발견하기 어려운 한국적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재외 한국인(외국인)으로서 한국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해석하고, 또 이야기를 재구성해 창작하는 과정에서 현지화 과정을 한 번 거친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디아스포라 문학은 세계에 한국 문학을 알리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디아스포라 문학이 가지는 세계 출판 시장에서의 차별성은 장점이면서 한계 또한 있을 수 있다. 한국인도 한국 역사를 잘 모를 수 있고, 반대로 외국인이 한국 역사를 잘 알 수도 있다. 한국인도 전공자가 아닌 이상 학교 교과 과정 또는 자격증 시험 범위 내의 역사 지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 역사를 잘 아는 정도는 국적보다는 개인의 공부량에 달려 있다. 때문에 작가가 충분한 역사 공부와 한국적인 콘텐츠 감상 등의 방식으로 일반 한국인 이상의 경험치를 쌓는 작업이 병행된다면,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한국 소재 콘텐츠의 창작 및 수출은 전혀 무리가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거의 한평생을 외국에서 살아온 이민자는 한국 안에서 한국인으로서 생의 과정에서 경험할 수 있는 민족적인 경험과 그에 따라 촉발되는 미묘한 정서(반복되는 서사 노출로 인한 지루함과 따분함, 고리타분함과 무기력함, 그럼에도 한국 역사를 배우고 알아야 한다는 의무감, 한국인이라면 마땅히 즐기고 이해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부담감, 애국심과 민족성에 호소하는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과 적당한 죄책감 혹은 부채 의식)에 대해서는 이들이 공감하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예시로 든 나의 경우는 한국에서 한 세대를 살아가는 한 개인의 의견임을 밝힌다.)

한국계 미국인인 김주혜 작가가 오히려 한국인보다 한국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갖고 있는 것을 보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닐 수 있겠다고 생각된다. 한국인은 오히려 한국에 대한 애정을 유지하는 게 버거울 때가 있다. 해외 거주 한국 문학 창작자들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면 기존에 한국 콘텐츠가 소비했던 한국적인 것과는 다른 무언가, 차별성을 가진 서사를 구축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럴 경로가 사실상 잘 없지 않을까 싶다. 외국인이 쓴 한국 소설임에도 한국인이 쓴 것같이 느껴진다면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특이한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작가가 한국사를 너무 열심히 공부해서, 거의 완벽히 한국인의 시각으로 서술하는 데에 성공해서인지 이 소설은 한국인이 쓴 것만 같다. 소설을 읽으며 기존에 한국 콘텐츠가 반복해 온 이미지와 서사가 떠오른다는 감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 조선, 탄압받는 독립운동가와 은밀히 활동하는 기생, 한반도의 호랑이와 조선인 호랑이 사냥꾼 등의 조합은 이미 익숙하고 아는 맛이다. 언젠가 책을 완독하면서 새로운 차별성을 발견한다면 그땐 감상이 달라져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에게 이 소설이 새롭게 다가오는 지점은 한국계 미국인이 쓴 한국 역사 소설이라는 점이 가장 컸다. 하지만 미국인이 쓴 한국 역사 소설도 기존에 한국인들이 써 온 한국 역사 소설의 분위기를 따르고 있다면, 다음에 김주혜 작가의 후속작이 나왔을 때 나는 지갑을 열까?

 

그뿐 아니라 작가가 한국계 미국인임을 의식하고 읽어서 더 그랬는지, 작품 안에서 아주 가끔 한국 작가의 작품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던 이물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묘한 번역 투의 문장들(당연히 번역된 작품이니까), 왠지 시대상과 어울리지 않는 듯한 몇몇 대화문, 정서의 어긋남 등이 그런 느낌을 들게 했다. 사실 아주 미세한 부분들이어서 적당히 문학적 허용이라 생각하고 넘어가며 읽을 수 있었다. 블라인드 테스트로 작가의 국적을 모른 채 읽으면 알아채기 힘들 정도였다.

 

이질감이 느껴진 부분이 사소했던 만큼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은 작가와 옮긴이, 편집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깊게 공부하고 세심한 공을 들인 작품이겠구나 싶었다. 인물 구성, 장면 구성, 묘사 방식, 단어 선택 하나하나가 한국이 기존에 구축해온 한국적인 것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한국적인 서사를 표방하는 기존의 한국 콘텐츠가 반복해온 이미지(분위기) 형성 방식을 그대로 반복하는 느낌이 들었다. 어디선가 이런 장면을 봤던 것 같은데, 하는 기시감. 고작 40페이지 분량의 프롤로그만 읽고 성급히 판단하기는 했지만서도 한국(조선)의 설산에서 대치하는 호랑이와 사냥꾼이야기는 영화 <대호>, <최종병기 활>이 곧바로 떠오를 정도로 이미 여러 번 봤던 이야기라 새롭지는 않았다. (그리고 왠지 찾아보면 비슷한 이야기가 이외에도 더 있을 것만 같다.) 김주혜 작가를 비롯한 코리안 디아스포라 작가들은 한국인이 쓴 것 같은 소설이 써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거리를 두고 한국인이 쓸 수 있는 소설이 아닌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더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한편으론 작가의 국적을 의식하며 독서하다 보니 두 가지 걱정이 들기도 했다. 작품에 대한 걱정과 독자인 나 자신에 대한 걱정이다. 전자는 작가가 한국적인 요소를 숙지하고, 한국적인 것에 대한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한국적인 것에 대한 왜곡이 일어나진 않았을까 하는 걱정이다. 그가 구성한 한국적인 이야기는 세계로 판권이 수출되어 수많은 외국 독자와 만날 것이고, 전 세계 독자들은 소설의 내용 그대로를 한국적인 것으로 수용할 수 있다는 위험부담이 있다. (사실 좀 우습기도 하다. 내가 한국 사람이라고 해서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쓴 소설이 세계에서 어떻게 읽힐지 걱정한다는 게. 한국인이라고 해서 외국인이 쓴 한국 서사에 대해 왈가왈부할 권한이 부여되는 것도 아닌데.)

 

부끄럽지만 내가 했던 고민 몇 가지를 이실직고하자면 다음과 같다. (픽션임을 감안하고 보는 부분을 제외하고 소설 안에서 가정하는 한국 전통·역사·문화에 대해) 소설에 나온 것들이 사실일지가 궁금했다. 예를 들면, ‘호랑이는 정말로 우리 민족의 정서와 전통이 담긴 한반도를 상징하는 동물인가? 언제부터?’, ‘한반도가 작은 땅이라는 것이 정말로 한국인의 의식 속에 오래전부터 자리하고 있던 것일까? 세계에서 차지하는 한국 영토의 크기에 대한 인식은 근대 이후에서야 이루어지지 않았나?’, ‘과연 작가가 책에서 말한 한국에 대한 정보는 진위여부가 확실할까?’ 같은 것들이다.

한 마디로 역사 왜곡이 걱정된다는 것인데, 이것은 독자인 나보다 더 전문적인 역량과 지식을 갖추고 작품을 세세히 읽고 출간하셨을 출판계 종사자분들께서 많은 고민해 주셨을 것 같아서 조금 안심하며 넘어갔다.

 

그리고 독자인 나 자신에 대한 걱정은, 다른 한국 역사 소설을 읽을 때도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이다. 다음은 그때 했던 질문들이다. ‘에이, 작가가 역사 공부 꼼꼼히 하고 썼겠지. 조금만 읽어 봐도 한국인인 나보다 한국 전통·역사·문화를 더 잘 아시는 것 같은데.’, ‘설마 세계로 판권이 수출되는 책이 한국 역사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고 출판됐겠어.’, ‘단어로 쓰인 표현이나 용어도 한국적인 것 같고, 편집 과정에서 다 검증 작업을 거치지 않았을까.’라는 편한 생각들. 작가와 출판 관계자들을 신뢰하여 개인적으로 확인해보거나 공부하지 않은 채 무비판적으로 책 내용을 수용하려는 생각이 드는 게 두렵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잘못된 콘텐츠를 그대로 수용해버려 역사 왜곡에 동조하는 독자가 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 같은 게 있다.

 

그래서 나는 디아스포라 문학이 편집 과정에서 옮긴이 외에도 역사·언어·한국학 전문가가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었). 전문가의 감수를 통해 한국적인 것’, ‘한국적인 이야기에 대한 인식의 오류가 있는지 점검하고 한국의 이야기를 세계에 수출하는 것이 문자 기반 한국 콘텐츠의 세계화를 위해 앞으로 출판계가 추구해 나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했던 적 있다.

<작은 땅의 야수들><파친코>가 출판 준비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편집되고 교열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문화연구자, 역사 전공자, 언어 전문가 등과 함께 협업하여 한국 서사의 검증 작업이 필요하다고, 이전에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생각한다가 아닌 생각했었다인 이유는 저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학과 전공 교수님께 <작은 땅의 야수들>을 읽으며 드는 고민들을 토로했었고, 그때를 기점으로 기존의 생각을 제고했기 때문이다. 교수님께서는 내가 가진 부정적인 인식을 새로운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다른 관점을 제시해 주셨다.

한국인이라고 해서 한국적인 것에 대해 검열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며, 외국인이 창작한 한국적인 것에 대해 참견할 권리 또한 주어지지 않는다. ‘순수한 한국적인 것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이다. ‘진짜를 좇다 보면 진짜 한국적인 것이 남을까? ‘순전한 메이드 인 코리아는 사실상 존재하기 어려우며 지금은 그 경계가 흐려지고 있을뿐더러 흐려져도 괜찮다고 하셨다. 크레올화의 개념과 함께 사례로 아메리카노와 믹스커피처럼 외부에서 들어와 한국의 것이 된, 미국에는 없는 한국문화가 형성되고 정착된 것들의 의의를 설명해 주셨다. 이번 20222학기에 전공 수업 내내 배운 것도 이에 관한 것들이다. ‘한국적인 것은 오리지널이라는 것이 있는 게 아니라, 역사적으로 바뀌는 것이라고 생각하니 한국적인 것이 창작되는 방식에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글의 초고를 쓰고 시간이 좀 지난 뒤에 읽어 보니 과거의 나는 뭔가가, 왜 이렇게 화가 난 것 같아 보이는지 모르겠다. 과거의 나를 다소 거칠게 분석해보자.)

미국 국적자라 한국인도 아니면서 저자는 한국적인 요소들을 가져다가 소설로 쓰고 출판도 미국에서 했네. 한국에는 한국 독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잠깐 들렀다가 미국행 비행기를 탔다니, 미국인 소설가가 한국 독자들을 우롱하는 것인가. 괘씸하도다.’, ‘작가는 한국을 이야기의 원료 제공국, 한국에서 책 출간 후 한국인 독자층을 확보해서 자신의 소설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고 도약을 위한 발판으로 삼은 것뿐 아닌가? 한국이 그렇게 좋고 자랑스럽고 우수하면 한국에서 살면 되지, 다시 미국으로 가는 것을 보면 역시 한국이 살고 싶은 나라는 아닌 거야. 한국 독자들 앞에 나타났다가 미국으로 다시 가 버리다니. 배신이다.’

조금 과장하긴 했지만 뜯어보면 결국 맥락은 같다. 한국이 사용되고 버려지는 소비재로 쓰였다는 피해의식과 한국에 대한 자조가 보이기도 한다. 한국을 등지고 이민을 떠났으면서 한국적인 요소를 활용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코리안 디아스포라에 대한 인식이 은연중에 있었던 것 같다. 내 과거의 태도를 반성하며 저자와 작품에 사과한다.

 

나는 어쩌면 무슨 감독관처럼 자 미국인인 저자가 한국 역사와 한국적인 것을 어떻게 소설에 형상화하고 있는지 보자, 틀리면 한국인인 거 인정 안 해줌이라는 식의, 아주 오만한 태도로 내가 이 책과 저자를 대했던 것이 아닐지 깊이 반성하고 성찰하게 되었다. ‘한국적인 이야기라는 주제가 이렇게 많은 것을 질문하게 한다. (이대로 계속 이어가다가는 끝도 없을 것 같으니 슬슬 마무리하자.)

 

<작은 땅의 야수들>은 한국계 미국인작가가 썼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더라도 한국인의 정서와 한국의 멋(으로 알려진 것)을 잘 살렸다는 느낌을, 프롤로그만 읽어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만큼 작가와 출판관계자분들의 깊이 있는 공부가 뒷받침되었기 때문이겠으나, 작가가 한국 역사를 깊이 공부한 결과 한국인 저자와 비슷한 작품을 창작한 것은 마냥 칭찬할 문제는 아니다. 독자는 앞으로 활발히 출간될 디아스포라 문학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작가가 한국적인 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야기를 재구성해 세계인들에게 알리고 있는지 응원하며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역사를 전 세계 독자에게 어떻게 알리고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한국인들에게도 세계인들에게도 중요한 문제이다. 한국의 역사적 사건들을 바탕으로 허구적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어떤 주제 의식을 어떻게 담아내려 했는지 꾸준히 분석해볼 만하다.

 

<작은 땅의 야수들>에 대한 평가는 유보다. 나는 아직 프롤로그만 읽은 상태이며,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며,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공부하는 중이다. 책날개에서는 한국의 역사를 전 세계 독자들에게 알리는 동시에 자연 파괴, 전쟁, 기아를 맞이한 지금 우리가 어떻게 의미 있게 살아야 하는지 제시하는 소설이라고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자연 보호와 평화라는 범세계적인 메시지를 한국 역사 소설이라는 장르 틀에 어떻게 녹여냈는지는 책을 읽으면서 확인해봐야겠다. 소설의 한국판 제목 <작은 땅의 야수들>과 미국판 제목 <BEASTS OF A LITTLE LAND>-한 합작 소설이라는 의미에서 <LITTLE LAND의 야수들>이라 서평의 제목을 붙인다.

 

마지막으로 다산북스 다모임’ 11월 지원 도서로 책을 제공해주신 다산북스출판사에 감사하다. 덕분에 작품 하나로 여러 질문을 던져볼 수 있었다. , 하나로 뭉쳐 쌓여만 가던 생각과 정동을 언어로 정리할 수 있도록 가르침을 주신 학과 전공 교수님께 감사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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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다정한 물리학 - 거대한 우주와 물질의 기원을 탐구하고 싶을 때
해리 클리프 지음, 박병철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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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물리학

 

 

<다정한 물리학>은 그저 사과 파이 하나를 만드는 방법을 설명하는 책일 뿐이다.

다만, 이 책이 일반적인 사과파이 레시피북과 다른 점은 사과파이 만들기를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 해리 클리프 (Harry Cliff)의 괴짜 같은 사과파이 만들기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에서 시작해 사과파이를 만들려면 우선 우주부터 만들어야 한다.”

<코스모스> 다큐에서 칼 세이건이 말한 이 대사를

저자이자 물리학자인 해리 클리프 (Harry Cliff)는 입자물리학으로 그 과정을 설명한다.

 

해리 클리프는 사과 파이를 만드는 방법을 알기 위해

사과 파이를 쪼개고, 쪼개고, 쪼개어서

사과 파이를 구성하는 성분을 알아내고,

 

더 이상 쪼개어지지 않을 것 같았던 구성 성분(원자 등)을 다시 쪼개고

최후의 구성 성분을 찾다가 이제는 사과 파이만의 것이 아니게 된,

모든 물질의 기본 구성 성분을 확인한다.

 

 

# 그래서_사과파이는_언제_만드는데

 

그의 사과파이 레시피를 따라가다 보면 많은 과학자들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의무 교육 시간에 한 번씩은 배웠을 사람부터-생소한 사람(하지만 엄청난)까지 다양하다.

 

그중 특히 익숙한 이름은

주기율표를 만든 맨델레예프, 원자 모형을 제시했던 돌턴과 톰슨 그리고 러더퍼드, 고전역학의 아인슈타인과 양자역학의 보어··· 등이 있었다.

 

익숙한 이름들이지만 이들의 자세한 과학적 업적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저자 해리 클리프가 유려한(다정한) 글솜씨로 쉽고 흥미롭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이 책은 과학 이론뿐 아니라, 과학자와 그들의 과학사적 업적에 빠져들어 읽는 재미가 있었다.

 

# 사과파이 레시피에 들어간 다정함 한 스푼

 

저자 해리 클리프의 글에 녹아 있는 재치와,

<우주의 구조>, <엘러건트 유니버스>, <엔드 오브 타임>, <파인만의 물리학 강의>, <신의 입자>··· 등을 옮긴

과학·물리학 분야 최고 번역가이신 박병철 옮긴이의 작업은

과학, 특히 입자물리학에 다정함을 더하여

흔해보이는 사과파이에도 경외를 느끼게 해 준다.

 

 

단언컨대 사과파이 만드는 법을 이토록 자세히 서술한 책은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재미있게 서술하는 책도 드물 것 같다.

 

개인적으로 다산북스가 이렇게 재미있는 과학책도 만드는 곳인줄 몰랐다.

그동안 다산북스에서는 소설과 자기계발서만 읽어보았는데

이제는 과학서 분야도 들여다봐야겠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재미있게 읽은 과학책이라 기분이 좋다!

 

 

다산북스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근데 이 책은 진짜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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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번의 상상 - 부산 개금동에서 뉴욕 카네기홀까지
김지윤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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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 도중 가장 큰 부담감을 느끼는 직업에는 무엇이 있을까.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운동선수,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외과의사 등 다양하겠지만 피아노가 놓인 고요한 무대에서 수많은 시선을 받으며 완벽한 연주를 해내야 한다는 두려움과 압박을 견뎌야 하는 피아니스트가 연주회 순간에 받는 심적 부담감은 가히 엄청날 것이다.

 

피아니스트가 느끼는 심적 부담은 무대 위에서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 피아노를 연습할 때부터 연주가 끝난후 무대 아래에서도 부정적 목소리라는 괴물은 끈질기게 따라다닌다. 백만 번의 상상의 저자이자 피아니스트인 김지윤 씨는 피아노 연주회의 전반에 걸쳐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대해 책의 많은 지면을 할애해 언급한다.

 

무대에서 연주할 때에는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연주가 끝난 직후에는 머릿속에서 다시 재생되는 연주회 영상의 전원을 끄기가 어렵다고 고백한 저자는 내면에서 들리는 부정적인 목소리를 꺼내 살펴본다. 부정적 목소리는 대개 마음 속 깊이 뿌리내린 기억이 만들어낸 무의식에서 비롯된 것들이었다. 연주 도중에 너 분명 실패할 걸. 계속할 수 있겠어? 어디 잘 하는지 한 번 보자.”하고 저자에게 들린다는 조롱 섞인 비난의 목소리가 평소 내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을 때에 들리던 목소리와 비슷해서 난관을 헤쳐나간 저자의 방법에 관심이 갔다.

 

부정적인 생각이라는 괴물은 절대로 영원히 사라지는 법이 없지만 그 목소리는 길들일 수 있다고 한다.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늘 지기만 했던 것 같은데, 나보다 엄청난 압박과 부담을 견뎌냈을 피아니스트가 목소리를 길들일 수 있다고 하니 안심이 됐다. 책에서는 그런 목소리로부터 나를 지켜내고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흔들지 못하도록 단단한 일상을 구축해나간 방법을 소개한다. 특히 5악장에서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지만 책의 전반에서 저자의 마인드 컨트롤 과정과 방법이 녹아있다. 부정적인 목소리에 내가 흔들리는 것을 자꾸 허용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특히 5악장부터 자세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으니 책을 뒤에서부터 읽길 바란다)

 

피아니스트에게 부정적인 생각은 실수와 연습부진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머릿속에 피어나는 생각과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는지에 따라 연주의 성공 여부뿐 아니라 피아니스트로서의 지속가능성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피아니스트는 그만큼 멘탈이 중요한 직업인데, 김지윤 피아니스트가 직접 감정의 태풍을 지나며 내면을 지켜낸 경험적인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에 내용에 신뢰가 갔다. 연주의 순간에는 현재의 연주와 자신 외에 어떤 잡음도 끼어들지 않는 상태로 자신을 유지하려 저자는 매번 분투하는데, 그가 피아노를 사랑하는 마음을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음악을 하는 피아니스트로서의 마음가짐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백만 번의 상상에서는 무대를 준비하는 피아니스트의 김지윤의 삶과 인간 김지윤으로서 삶을 대하는 자세 모두를 배울 수 있었다. 저자도 이 책을 피아니스트로서, 그리고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경험하고 배우고 실천해 온 비법-pg7”을 전하려 한다고 책의 집필 의도를 밝혔다. 우리가 피아니스트 김지윤의 자기계발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피아니스트는 직업 특성상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지속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부담감과 압박, 부정적인 생각을 풀어내는 방법을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가 실행하고 효과를 본 방법은 기본적으로 내 삶에 적용해볼만 한 것들이다. 피아노와 자신만을 남겨두기 위한 피아니스트의 투쟁 방식은 우리의 삶에도 충분히 적용가능하다.

 

저자는 현재를 생생하게 즐기고 만끽하기 위해, 특히 연주회에서 오케스트라 단원들, 관객들, 피아노 소리 외 그것들을 뚜렷하게 느끼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마음 속의 잡음을 몰아내려 매번 분투한다. 지금 머릿속 부정적이고 복잡한 생각에 발목이 잡혀 나의 성장가능성을 본인조차 믿을 수 없어 걱정하게 된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내가 이 순간을 더 깊게 느끼고 음미할 수 있도록, 지금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피아니스트의 방법으로 알려준다.

 

한편 이 책의 목차 구성도 흥미로운데, 목차의 이름이 음악 용어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보통 들어가며등으로 표현되는 서문은 서곡 : 시작을 의미하는 프랑스어의 번역어으로, 각 장은 악장으로, ‘나가며앙코르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악장과 악장 사이에는 인터미션 : 오페라, 뮤지컬 등의 공연 사이에 주어지는 휴식 시간이라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는데, 쇼팽이나 드뷔시 등 유명 음악가의 곡을 소개하는 짧은 글과 함께 마지막에는 그 곡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QR코드가 함께 있다. 이런 요소들이이 피아니스트가 집필한 책을 읽는다는 기분을 내줘 책을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인터미션 코너를 읽고 들으며, 그림 한 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도슨트가 필요하듯 음악도 역시 설명이 필요하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콘서트에서 관객에게 말을 걸며 직접 소통한다는 김지윤 피아니스트의 연주회 방식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었다. 보통은 클래식을 아무 생각 없이 들어왔는데 곡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저자가 상상의 토대를 만들어주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책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싶다. “피아노와 자신만을 남겨두기 위한 피아니스트 김지윤의 투쟁기”. 시행착오와 좌절, 도전을 통해 현재의 나 자신과 연주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이 책의 핵심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백만 번의 상상에 대한 내용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들려서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끝이 안 날 것 같아서 거기에 대한 생각은 따로 정리해야지. 오늘은 여기서 끝. ~.~



※ 다산북스 서평단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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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 인 케미스트리 1
보니 가머스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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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226, 서울국제도서전의 다산북스 부스에서 <레슨 인 케미스트리> 1권의 샘플북을 얻을 수 있었다. 책 표지가 화학시간에 배운 원소주기율표를 연상시켜 눈에 잘 들어오고 인상이 강렬한데, 표지와 같은 디자인의 L자 파일을 다산북스 직원분이 도서전 내부를 돌아다니며 책 홍보차 나눠주시는 것도 받을 수 있었다. 그때부터 이 책이 다산북스의 주력 도서가 되겠구나 싶었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첫인상부터가 출판사로부터 많은 애정이 들어간 책 같았다. (이제는 전세계 출판사가 수많은 러브콜을 보낸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샘플북을 그대로 책장에 꽂아뒀다가, 이번 여름 휴가를 떠나며 여행에 방해되지 않을 무게와 두께의 책으로 적당해보여서 가방에 넣었다. 재미있고 가독성이 좋아 휴가철에 읽기에 정말 좋은 책이었다. 다만 그런 점 때문에 페이지 넘기기를 멈추기 힘들어서 책을 펼친 휴가 첫 날에 샘플북을 다 읽고, 여행 내내 뒷 내용이 궁금해 근질거리는 기분을 느껴야 했지만 말이다.

 




<레슨 인 케미스트리>는 총 2권으로 구성된 장편소설로, 1950-60년대를 배경으로 유능한 여성 화학자 엘리자베스 조트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의 능력을 제대로 알아채고 합당한 대우와 존경을 표하는 인물은 그의 뱃속에 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 캘빈 애번스 외엔 책 속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엘리자베스가 화학자로 일하는 헤이스팅스 연구소의 상사와 동료들은 쉴새없이 엘리자베스를 무시하고, 곤경에 처하도록 음해하거나 뒷담화를 해댄다.

   

다행인지 아닐지, 엘리자베스의 독특한 성격이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도록 작용한다. 그는 화학자로서 합당한 말만 믿으며,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잣대로 사람들의 가십이나 사회가 정해놓은 시스템이 부당하다는 것을 정확히 판단한다. 이러한 태도가 조금 뻣뻣하게 보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잘 알고, 쉽게 잊지 않으며, 자신을 계속 의심하게 하고 시험에 드는 질문이나 자신감을 깎아먹으려드는 사람들에 굴복하지 않는 엘리자베스를 응원하게 된다. 이 여자의 단단함과 뻣뻣함이 좋다.

 

출판사로부터 1권을 무상으로 제공받았고, 뒷 내용이 궁금해서 2권은 따로 구매했다. 1권은 주인공 엘리자베스가 6시 저녁 식사라는 TV 프로그램에 MC로 출연하기에 앞서 담당 PD와 실랑이일지 의견 조정일지 모를 것을 하며 친분이 쌓이는 것에서 끝난다. 1권을 읽으면서는 헤이스팅스에서 엘리자베스를 괴롭히는 상사와 동료들을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 때문에 열불이 났지만, 2권에서는 부디 엘리자베스가 행복하길 바란다.

 


※ 다산북스 서평단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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