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 번의 상상 - 부산 개금동에서 뉴욕 카네기홀까지
김지윤 지음 / 다산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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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 도중 가장 큰 부담감을 느끼는 직업에는 무엇이 있을까. 국가대표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운동선수,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외과의사 등 다양하겠지만 피아노가 놓인 고요한 무대에서 수많은 시선을 받으며 완벽한 연주를 해내야 한다는 두려움과 압박을 견뎌야 하는 피아니스트가 연주회 순간에 받는 심적 부담감은 가히 엄청날 것이다.

 

피아니스트가 느끼는 심적 부담은 무대 위에서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무대에 올라가기 전, 피아노를 연습할 때부터 연주가 끝난후 무대 아래에서도 부정적 목소리라는 괴물은 끈질기게 따라다닌다. 백만 번의 상상의 저자이자 피아니스트인 김지윤 씨는 피아노 연주회의 전반에 걸쳐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에 대해 책의 많은 지면을 할애해 언급한다.

 

무대에서 연주할 때에는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가 사라지고, 연주가 끝난 직후에는 머릿속에서 다시 재생되는 연주회 영상의 전원을 끄기가 어렵다고 고백한 저자는 내면에서 들리는 부정적인 목소리를 꺼내 살펴본다. 부정적 목소리는 대개 마음 속 깊이 뿌리내린 기억이 만들어낸 무의식에서 비롯된 것들이었다. 연주 도중에 너 분명 실패할 걸. 계속할 수 있겠어? 어디 잘 하는지 한 번 보자.”하고 저자에게 들린다는 조롱 섞인 비난의 목소리가 평소 내가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을 때에 들리던 목소리와 비슷해서 난관을 헤쳐나간 저자의 방법에 관심이 갔다.

 

부정적인 생각이라는 괴물은 절대로 영원히 사라지는 법이 없지만 그 목소리는 길들일 수 있다고 한다. 솔직히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늘 지기만 했던 것 같은데, 나보다 엄청난 압박과 부담을 견뎌냈을 피아니스트가 목소리를 길들일 수 있다고 하니 안심이 됐다. 책에서는 그런 목소리로부터 나를 지켜내고 부정적인 생각이 나를 흔들지 못하도록 단단한 일상을 구축해나간 방법을 소개한다. 특히 5악장에서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지만 책의 전반에서 저자의 마인드 컨트롤 과정과 방법이 녹아있다. 부정적인 목소리에 내가 흔들리는 것을 자꾸 허용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하고 싶다. (특히 5악장부터 자세한 방법이 소개되어 있으니 책을 뒤에서부터 읽길 바란다)

 

피아니스트에게 부정적인 생각은 실수와 연습부진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머릿속에 피어나는 생각과 감정을 어떻게 다스리는지에 따라 연주의 성공 여부뿐 아니라 피아니스트로서의 지속가능성이 결정된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피아니스트는 그만큼 멘탈이 중요한 직업인데, 김지윤 피아니스트가 직접 감정의 태풍을 지나며 내면을 지켜낸 경험적인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에 내용에 신뢰가 갔다. 연주의 순간에는 현재의 연주와 자신 외에 어떤 잡음도 끼어들지 않는 상태로 자신을 유지하려 저자는 매번 분투하는데, 그가 피아노를 사랑하는 마음을 책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음악을 하는 피아니스트로서의 마음가짐은 이런 것이구나 싶었다.

 

백만 번의 상상에서는 무대를 준비하는 피아니스트의 김지윤의 삶과 인간 김지윤으로서 삶을 대하는 자세 모두를 배울 수 있었다. 저자도 이 책을 피아니스트로서, 그리고 평범한 한 사람으로서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경험하고 배우고 실천해 온 비법-pg7”을 전하려 한다고 책의 집필 의도를 밝혔다. 우리가 피아니스트 김지윤의 자기계발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피아니스트는 직업 특성상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면 지속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부담감과 압박, 부정적인 생각을 풀어내는 방법을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가 실행하고 효과를 본 방법은 기본적으로 내 삶에 적용해볼만 한 것들이다. 피아노와 자신만을 남겨두기 위한 피아니스트의 투쟁 방식은 우리의 삶에도 충분히 적용가능하다.

 

저자는 현재를 생생하게 즐기고 만끽하기 위해, 특히 연주회에서 오케스트라 단원들, 관객들, 피아노 소리 외 그것들을 뚜렷하게 느끼는 것을 방해하는 모든 마음 속의 잡음을 몰아내려 매번 분투한다. 지금 머릿속 부정적이고 복잡한 생각에 발목이 잡혀 나의 성장가능성을 본인조차 믿을 수 없어 걱정하게 된다면 이 책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내가 이 순간을 더 깊게 느끼고 음미할 수 있도록, 지금 현재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피아니스트의 방법으로 알려준다.

 

한편 이 책의 목차 구성도 흥미로운데, 목차의 이름이 음악 용어로 되어있기 때문이다. 보통 들어가며등으로 표현되는 서문은 서곡 : 시작을 의미하는 프랑스어의 번역어으로, 각 장은 악장으로, ‘나가며앙코르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악장과 악장 사이에는 인터미션 : 오페라, 뮤지컬 등의 공연 사이에 주어지는 휴식 시간이라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는데, 쇼팽이나 드뷔시 등 유명 음악가의 곡을 소개하는 짧은 글과 함께 마지막에는 그 곡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QR코드가 함께 있다. 이런 요소들이이 피아니스트가 집필한 책을 읽는다는 기분을 내줘 책을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특히 인터미션 코너를 읽고 들으며, 그림 한 점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도슨트가 필요하듯 음악도 역시 설명이 필요하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콘서트에서 관객에게 말을 걸며 직접 소통한다는 김지윤 피아니스트의 연주회 방식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었다. 보통은 클래식을 아무 생각 없이 들어왔는데 곡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주는 저자가 상상의 토대를 만들어주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이 책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싶다. “피아노와 자신만을 남겨두기 위한 피아니스트 김지윤의 투쟁기”. 시행착오와 좌절, 도전을 통해 현재의 나 자신과 연주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이 책의 핵심이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백만 번의 상상에 대한 내용은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들려서 크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대로 가다간 끝이 안 날 것 같아서 거기에 대한 생각은 따로 정리해야지. 오늘은 여기서 끝. ~.~



※ 다산북스 서평단 지원을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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