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경험이 없는 이에게 상실의 경험은 어쩌면 호기심의 대상일 뿐이다.
그렇지만 그런 이에게도 상실은 찾아온다.
어쩌면 이 따위 책을 읽으며 상실을 준비하기도 하지만 상실에 대한 두려움을 키워가는 중인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상실을 경험치 않는 이는 아무도 없다.
글좀 쓴다는 이 들도 마찬가지인데, 이들의 경험이 특별한 이유는 그들의 경험은 글로 남기 때문...
그중 특별히 두 사람의 글을 읽어보았다.
비슷한 아픔이지만 참 대조적인 두 글이다.
박완서 선생님의 `한 말씀만 하소서`와
제럴드 싯처의 `하나님 앞에서 울다`
두 글은 집필동기부터 다르다.
박완서 선생님의 책은 참척을 겪으며 본인 스스로의 슬픔을 이겨내려 은밀히 쓴 글들이 엮여 출간이 된 것이고,
제럴드 싯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자들에게 슬픔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를 알리기 위해 글을 썼다.
박완서 선생님은 끊임없이 왜인가를 묻지만,
싯처는 왜인가를 납득해간다.
박완서 선생님은 현재를 말하지만
싯처는 미래를 말한다.
누구의 글이 더 우위에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상실, 곧 시대의 상실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개인적 상실에 관해 쓴 글에 공동체의 상실을 묻는 다는게 연목구어적인 발상임을 기꺼이 인정함에도 나는 당돌히 싯처에게 묻고 싶다.
보다 거대한 상실앞에서 우리는 과연 하나님 앞에서 어떻게 울어야 하냐고...
홀로코스트 앞에서, 킬링필드 앞에서, 5.18앞에서, 세월호 앞에서 상실을 단지 개인이 극복해나갈 과제로서만 인식하는게 가능한 일인가?
오늘도 하나님께 묻는다.
당신은 과연 어디에 계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