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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골동한 나날 - 젊은 수집가의 골동품 수집기
박영빈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9월
평점 :
나에겐 ‘골동품’ 하면 먼지가 소복히 쌓인, 어떤 뒷골목에서 팔고 있는 케케묵은 물건이 떠오른다.
요즘은 ‘앤티크’, ‘고미술’ 등의 용어로 많이 대체된다고 하는데, 저자는 ‘골동’이란 말의 부드러운 어감도 좋고 의미도 충분하다고 여겨 ‘골동품’이란 말을 사용한다고 말한다.
책 제목도 너무 사랑스럽지 않은가? ‘골동하다’란 동사를 만들어 쓴 것도 재미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골동품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과 흥미를 갖지 못했다. 그저 제목에 끌려서, 젊은 사람이 가진 특이한 취미에 대한 호기심에 이 책을 펼쳐 본 것이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골동품에 대한 나의 입문서로 아주아주 만족스럽다.
전문적인 내용이 많이 나오기보다는 자신이 골동품을 만나고, 모으고, 사용한, 즐거운 취미 생활의 경험을 재미나게 보여주는 책인데, 읽으면서 새로운 세계에 마구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명대의 청화백자, 고려의 청자 등인 다완, 다관, 향로, 향합 ....
차에도 문외한, 향에도 문외한인데 왜 이렇게 예쁜지!
그 하나하나의 오래된 물건들에 담긴 이야기가 드라마처럼 재미있는지!
말총으로 만든 갓이나 수정으로 만든 갓끈 이야기, 조선 시대 부채들과 담양 명장이 만든 죽렴 이야기.......
눈도 즐겁고 마음도 즐겁고,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지적 즐거움까지 가득하다.
이번 주 잦은 휴일에 옆에 두고 읽고 감상하며, 이런 골동품들에 대한 정보도 찾아 보는 시간이 참 행복했다.
집에 태울 수 있는 향은 없어서 한 번도 꺼내 보지 않은 향초를 켜 놓고 책을 읽으며 분위기도 내고, 골동품은 아직 시도할 안목이 없어 국내 명장이 만들었다는 김발(책에 소개되어 있다), 다완 등을 구매해 보기도 했다.
아직 말차를 마실 줄은 모르는데, 다완을 구매한 김에 입문해 볼 계획이다. 책 덕분에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된 것이 참 기쁘다.
저자는 단지 골동품을 수집해서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실제 생활에 사용하고, 사용할 수 있는 물품만 구매한다고 한다. 한 번도 오래된 유물같은 물건을 오늘날 일상에 사용한다는 생각을 해 보지 못했는데, 신선하게 다가왔다. 또한 이런 취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고, 젊은 사람들도 많다는 게 놀라웠다.
나도 언젠가 정말 마음에 드는 골동한 물건을 만난다면, 기꺼이 구입해서 사용해 보고 싶다.
🍵
“알게 되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참되게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되나니.
그때 수장한 것은 그저 쌓아두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 유한준
🪔
“옛것을 이어서 사용하는 매력.
아름다운 것을 곁에 두는 삶.”
🍵
박제가는 <백화보서>라는 글에서 ”사람이 벽(癖)이 없으면 쓸모없는 사람이다“라고까지 말한 바 있다. 그렇다. 나는 골동에 벽이 있는 것이다.
🧺
골동을 곁에 두고 산다는 건,
골동골동한 나날을 보낸다는 건,
단순히 옛 물건들을 진열해 두고 바라보는 것만은 아니다.
기물들이 현대의 일상 속에 사용되며
나와 같이 호흡하는 시간들을 두고
나는 골동골동한 나날이라 부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