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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화원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9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천은실 그림, 정지현 옮김 / 인디고(글담) / 2019년 3월
평점 :
[도서협찬]
어릴 때 <소공녀>, <소공자>를 반복해서 재미있게 읽었지만, 같은 작가의 <비밀의 화원>은 한 번만 읽고 더 이상 재독하지 않았다. (같은 작가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그 때는 화원이라든가, 병약한 아이가 튼튼해진다는 이야기가 매력적이지 않았던 것 같았다.
이제 중년의 나이를 훌쩍 넘어서야 <비밀의 화원>의 문을 제대로 열어보게 되었다. 새롭게 제대로 된 완역판으로 읽으면서, 이 책의 소개말 중에 가장 문학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가 이해되었다.
얼마 전 나무에 관한 에세이를 읽으면서 사람을, 특히 아이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흙과 나무 속에서 노는 일이라는 문장이 인상적이었는데, 이 소설에서도 바로 그러한 마법을 보여 준다.
영국 요크셔 지방의 황무지 속 거대한 저택을 배경으로, 불행한 어린 소녀와 소년이, 자연이 주는 신비함으로, 바람과 햇빛과 식물이 가득한 ‘뜰’에서 몸과 마음이 회복되고 건강과 웃음을 찾아가게 된다.
사실 크게 갈등이 두드러지지도 않고, 엄청난 사건도 없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재미있게 읽었다. 인물들의 심리나 변화의 과정이 흥미로웠고, 가본 적 없는 황무지에 대한 호기심과 신비함이 솟아났으며, 아무도 모르는 비밀스러운 뜰 안에서의 비밀스러운 작업들이 상상만으로도 즐거웠다.
메리가 고모부에게 “제가 땅을 조금만 가져도 될까요?”라고 물었던 것처럼, 나도 땅을 조금 갖고 싶어졌다.
이 소설이 제목이 <비밀의 화원>이지만, 이야기 속에서 계속 비밀의 ‘뜰’로 번역되어 있어, ‘뜰’이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기도 했다. 이야기 속 아이들이 뛰어놀던 곳이 ‘화원’이라기보다 ‘뜰’이라고 하는 게 더 어울렸다.
단지 꽃만 키우는 곳이 아니라, 아이들과, 어른들과, 날짐승들, 들짐승들 모두 함께 어우러져서 서로 돕고 함께 놀면서 삶을 공유하는 멋진 공간으로서 ‘뜰’이라는 표현이 정말 좋다.
또한 ‘봄’이 왔을 때, 생명이 있는 존재들이 깨어나는 그 경이로움이 너무 극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어서, 봄이라는 계절이 갖는 의미가 소설의 주제와도 맞닿아 아름답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봄’과 ‘뜰’.
이 두 단어로 오래 기억될 작품이다.
🌷 메리는 생각에 잠겨 천천히 걸었다. 붉은가슴울새와 디콘과 마사의 어머니가 좋아진 것처럼 그 뜰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처럼 느껴졌다. 특히 누구를 좋아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메리에게는 그랬다.
🌷 “따뜻해…… 따뜻해! 연둣빛 새싹이 계속 올라오고 구근이랑 뿌리도 흙 속에서 힘차게 움직이고 있을 거야.”
🌷 “정말 예뻐! 그렇게 에쁜 건 본 적이 없을 거야! 드디어 왔어! 지난 번 아침에도 온다고 생각했는데 오고 있는 중이었을 뿐이었어. 그런데 이제 다 온 거야! 드디어 옸어! 봄이 왔다고! …”
🌷 뜰에 온 다음부터 이따금씩 나무 사이로 하늘을 올려다보면, 내 가슴 속에서 뭔가가 밀어올리고 끌어당겨서 숨을 가쁘게 만들어 이상하게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마법은 언제나 밀고 당기면서 아무엇고 아닌 것에서 뭔가를 만들어 내요. 모든 게 전부 마법으로 만들어져요. 나뭇잎, 나무, 꽃, 새, 오소리, 여우, 다람쥐, 사람 전부 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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