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예대의 천재들 - 이상하고 찬란한 예술학교의 나날
니노미야 아쓰토 지음, 문기업 옮김 / 현익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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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캠퍼스와 미술캠퍼스로만 이루어진 우에노의 동경예술대학.
도쿄대학보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그 학교에 일본 예술을 이끌어 갈 천재들이 다닌다고 한다.

젊은 예술 대학생들의 재미나고 독특한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니, 아주 오래 전인 나의 대학생활도 떠올랐다.

우리 학교도 음대와 미대의 건물은 이웃해 있었는데, 저녁 무렵 내가 집에 가려고 교문을 향해 내려갈 때 지저분한 앞치마를 두르고 초췌한 모습으로 다니던 미대생들을 볼 수 있었다. 그때 친구들이 미대 애들은 엄청 작업할 게 많고 고되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미술대학의 분위기를 연상해 보았다.

최근 미술이나 음악에 조금 관심이 생겼기에 이 책에 나온 예술가들의 생각과 활동 내용들이 친근하게 다가오고 용어를 이해하는 게 수월해진 것 같다.

아주 특이한 학과 중 '음악환경창조과'가 있는데 여기에 휘파람 전공자가 있다. 국제 휘파람 대회 챔피언인데 휘파람을 클래식 음악에 포함시키는 게 꿈이라고 한다. 오케스트라에서 휘파람을 포함시키고 싶어한다.
정말 들어보고 싶은 음악이다.

또 칠공예 전공인 학생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옻을 좋아해서 예대에 왔다고 하는데 옻을 우주 끝에서 온 물질이라고 소개하면서 그 질감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옻을 다루는 칠공예 전공자는 옻독이 자주 오르게 되는데 다른 사람들이 옆에도 못 앉게 할 정도로 옻을 몸에 묻히고 다닌다. 엄청난 정성이 들어가는 칠기 그릇을 나도 갖고 싶어진다.

미술은 작품이 오래 남아 존재하지만 음악은 그 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예술이라고 한다.
음악과 교수들은 회의 시간에 시간을 정확히 지키지만, 미술과 교수들은 다들 지각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시간에 대한 관념이 다르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예술을 할까?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예대에 가는 걸 반대하는 부모가 많은 듯하다. 특히 미술의 경우, 아마 경제적인 문제와 관련이 깊을 것이다. 미술을 안 하려고 다른 길을 갔다가도 만들거나 그리는 것을 놓을 수 없어 다시 예술의 길로 돌아오는 사람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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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어날 수가 없더라고요. 왠지 다시 이끌려 온 기분이에요. 인간은 미술한테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인지도 몰라요."

실제로 동경예대 졸업생 중 절반 이상은 어디서 뭘 하는지 알 수 없어 '행방불명'이 된다고 표현하고 있다. 예술만 하면서 밥먹고 살기가 참 힘든 현실에 씁쓸하기도 하다.
그래도 예술가는 예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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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인생과 작품은 연결돼 있어요. 혈관으로 연결된 것처럼."

어떤 분야에 재능을 가지고 몰입하는 사람들의 삶은 아름답고, 순간적이더라도 황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경예대의 생활을 간접적이지만 매우 실감나게 경험해 볼 수 있는 멋진 책이다.
책을 펼치고나서 한나절 안에 완독할 만큼 빠져들어 읽을 수 있었다.

#동경예대의천재들 #현익출판


*츨판사를 통해 도서를 협찬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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