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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 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 수상작
리사 리드센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파머스 / 2024년 12월
평점 :
80대후반 노인 '보 안데르손'
그의 아내는 치매 환자로, 남편도 아들도 못 알아보는 상태라 요양병원에 있다. 보는 반려견 식스텐과 함께 살고 있는데, 매일 요양 보호사들이 시간 맞춰 와서 식사를 챙겨주고 집안일을 도와준다.
📗 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 리사 리드센
📗 북파머스
보가 5월부터 9월까지 여름을 보내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소설이 진행되고 있으며, 날짜별로 요양보호사들이 기록한 일지가 삽입되어 있다.
완고하지만 아내와 아들, 손녀를 사랑하는 노인이 죽기 전 몇 달 동안 어떻게 살아가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나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다.
보는 손가락이 잘 안 움직여지고 기력이 없어 혼자 병뚜껑 따기도 힘들며, 샤워도 혼자 못해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기억력도 점점 약해져서 최근 일은 제대로 기억을 못한다.
하지만 매일 반려견 식스텐과 산책하고, 함께 몸을 붙이고 잘 때 평안함을 느끼는데, 아들 한스는 아버지가 혼자 걷기도 힘든데 개와 산책하다 다칠까봐 염려하고, 개를 돌보지 못하는 상태인 아버지를 위해 식스텐을 다른 집으로 보내려 하여 갈등을 겪고 있다.
읽는 내내 노인의 마음을 절절히 느끼며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나의 부모님의 이야기라 할 수 있기에.
자기 의지로 뭔가를 할 수 없고, 자신의 삶에 대한 판단을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 상태에 대한 분노와 슬픔, 그 상실감이 마음이 아프다.
현재 시간에 대한 기억은 흐리고, 현실의 자신은 무기력하며, 생각은 자꾸만 과거로 흘러간다.
☔️
22쪽
나이가 들면 눈에 눈물이 고이는 것이 정상이라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눈물은 대부분의 기억 속에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
예전 직장 동료이며 가족처럼 지내던 유일한 친구 투레도 서로 늙어 만날 수도 없고 전화로만 가끔 통화하며 동병상련의 위로를 나눈다.
🧓
307쪽
우리는 전에도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우리 스스로 더 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도 그들에게서 이런저런 도움을 받아가며 살기는 싫다고.
🧓
332쪽
그녀가 대문을 닫고 나선 후 침대에 누웠을 때, 내게 남은 것은 껍데기뿐이었다. 공허함이 내 몸속에서 메아리를 만들어냈다. 견딜 수 없다고. 이제 더는 견딜 수 없다고. 그것이 내 안에서 들려오는 유일한 소리였다.
자신이 살 날이 얼마 안 남았음을 알고 있는 보가 바라는 마지막 하나는 아들의 행복이다. 뚝뚝한 옛날 사람이라, 자신도 아버지에게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서, 아들에게 살갑게 대하지도 못하고 사랑한다 말도 못했지만, 아버지의 마음은 아들에게 향해 있다.
💜
240쪽
나는 쉰일곱 살이 된 우리 아들을 바라보았다. 이 세상에 한 인간을 낳아 기르는 것과 비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당신이 임신하기 전에는 아무도 이것에 대해 말해준 사람이 없었다. 이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
❤️
449-450쪽
"너도 알다시피 나는 네가 자랑스럽다." 나는 안간힘을 쓰며 겨우 말을 이었다.
"네 어머니도 마찬가지야."
한스는 내가 잊고 있던 그만의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소년 시절의 눈빛이었다. 내가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들을 때의 눈빛. 마치 이 세상에는 그와 나밖에 없다고 말하는 듯한 눈빛. 👦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사람과 반려견 사이의 친밀하고 끈끈한 유대감이 감동으로 다가오는 아름다운 소설이다.
부모님을 생각하며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