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 - 우주, 그 공간이 지닌 생명력과 파괴력에 대한 이야기
플로리안 프라이슈테터 지음, 유영미 옮김 / 갈매나무 / 2014년 2월
평점 :
절판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이라는 책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떠오른 것은 브루스 윌리스였다. 지금 지구에 소행성이 돌진해 온다면 우리에겐 브루스 윌리스가 있다! 그가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에 돌진하면 된다. 영화 아마겟돈에서는 그랬다. 무시무시한 공포의 소행성과의 충돌은 헐리우드 영화가 다 막아준다! 아니, 소행성은 낭만적일 수도 있다. 별똥도 별이라며 별똥별에 소원을 빌기도 하고, 별에서 온 그대 도민준을 실어 나를 소행성일지도 모른다. 소행성, 두렵지 않다.

하지만 지구와 충돌할지도 모르는 미지의 행성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진짜 이유는 그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때 브루스 윌리스가 짜잔 하고 나타나거나 그 안에 도민준이 있어서가 아니다. 책을 읽으면 안다. ‘알지 못함’에서 ‘앎’으로 나아가는, 우주를 향해 요동치는 미지수 X를 찾아가려는 발자취들이 지금도 계속 길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과학과 관련된 책이지만 역사책이기도 하고 방정식이기도 하다. 우주의 역사이고 우주의 방정식이다. 피부로 직접 느끼지는 못하지만 지구와 소행성이 충돌하여 먼 옛날 공룡이 그랬던 것처럼 절멸할지도 모른다는 대중의 막연한 두려움에 대해 과학이 우주에 대해 알아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내일 해가 뜨지 않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하는 아이에게 태양과 달의 이야기를, 이것들을 감싸 안고 있는 우주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전문적인 이야기이지만(나에게는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교양일 수도 있겠다.) 할머니처럼 따뜻한 문체다.

양자역학도 나오고 끈이론도 나오고,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이 아니라 우주와 우주의 충돌도 나오지만 두렵지 않다. 태양 역시 충돌로 빛나고 있으며 충돌은 파괴만이 아니라 생명을 탄생시키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아서가 아니다. 과학적이지 못한 나로서는 양자역학이니 우주가 끈이라니 하는 이야기는 우주가 식빵이라는 사실만큼 낯설고 장님 코끼리 만지듯 이해하는 수준이어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다. 그저 소시민인 나는 브루스 윌리스가 아니어도 의지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책을 읽다가 만났다. 앞에서 말했다. 알지 못함의 상태에서 앎의 상태도 나아가는 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것, 앎이 또다른 알지 못함을 만들어내고 여기에서 다시 앎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얻는다는 것. 그게 앎의 힘이고, 우주의 힘이고, 우리가 막연한 것을 두렵게 여길 필요가 없는 힘이라는 것. 우주는 아름답다. 모르고 봐도 아름답고 알고 보면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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