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 - 후성유전학이 바꾸는 우리의 삶, 그리고 미래
페터 슈포르크 지음, 유영미 옮김 / 갈매나무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실로 평범하되 모든 과학에 대해 무지함을 뿜어내는 나 같은 문외한에게는 후성유전학이란 난생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인간은 유전자를 어떻게 조종할 수 있을까, 라는 제목이니 아, 조종할 수 있구나! 그럼 어떻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들었는데 초반에는 생각보다 가볍지 않았다.

 

홍콩 영화에서 포커를 치던 두 남자 중 하나가 그윽한 미소를 지으며 로열 스트레이트!’를 외치면 상대 남자는 회한이 어리고 주변에는 환호가 터지고 뭐 이런 장면을 저건 뭐지? 로열 스트레이트가 센 건가봐하고 멀뚱하니 바라만 봐야 하는 기분이랄까. 물론 포커를 아는 사람은 쉽게 고개를 주억거릴 일이지만. 포커 모르듯이 유전학에 대해 나는 그저 DNA만 겨우 들어본 처지이니 후성유전학이니 메틸기니, 히스톤이니 하는 것들에 낯설 수밖에 없었다.

 

그냥 내 식으로 단순히 표현하자면 이렇다.

 

DNAA, G, C, T4가지 염기로 암호문을 만든다. 이 암호문이 곧 우리의 설계도인 셈이다. 이 설계도에 따라 우리가 건축된다. 그런데 이 유전자 염기서열에는 스위치 같은 게 있다. 이 스위치를 켜면 어떤 성질을 드러내는 유전자가 활성화되고, 끄면 또 어떤 성질을 나타내는 유전자가 그 성질을 드러내지 않고 잠잠하게 있는 거다. 후성 유전자는 바로 이런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 스위치 조작은 환경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뭐 대략 이런,

 

전반부를 넘어가면 이 후성 유전자 이야기가 과학이 아니라 우리 생활 속으로 들어온다. 일견 보면 뻔한 이야기 같다. 건강한 산모에게서 건강한 자녀가 태어난다 같은.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후성유전자와 실험들을 통해 제시되고 있어서 자못 내 유전자는 지금? 하는 생각을 품게 만든다. 후성유전자가 끄고 켜는 제2의 암호에 따라 우리 삶의 질이 재편성된다. 내가 암에 걸릴지 안 걸릴지, 내 자녀가 뚱뚱해질지 우울증에 걸릴지, 내가 먹는 이 음식의 어떤 성분이 어쩌면 어떤 새로운 유전자 암호로 작용할지 등등

 

인간의 신체는 우주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리고 이 복잡한 암호 체계로 설계된 우주의 유전자 스위치에 가깝게 다가가게 될 날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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