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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당신을 속이는가 - 생각 속에서 길을 잃곤 하는 당신을 위한 4단계 두뇌 훈련법
제프리 슈워츠 & 레베카 글래딩 지음, 김학진.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무한도전을 즐겨 본다. 존재감 없는 캐릭터에서 ‘미존개오’가 된 정형돈, ‘태생적으로 못 웃기는 애’가 된 길, 예전에는 무한도전 ‘미남’이었으나 이제는 급노화에 ‘이탈리아 빡구’가 된 노홍철을 보면서 유재석과 이적의 노래 ‘말하는 대로’를 떠올린다. 그 말을 듣기 전에는 (또는 그 자막을 보기 전에는) 그런 이미지가 전혀 없거나, 거의 없거나, 최소한 고정적이지는 않았는데 반복학습의 효과처럼 그 말 (또는 그 자막)을 본 이후 나 역시 그 생각에 길들여지고 있었다.
이 ‘말하는 대로’의 주어는 ‘타인’이다. 타인이 말하는 대로 ‘나’가 따라가고, 그래서 스스로를 존재감 없는, 태생적으로 못 웃기는 애로 규정하고 그 악순환의 사이클에 빠져든다. 시청자인 나야 그 캐릭터를 즐기면서 타인이 말하는 대로 그들의 이미지를 고정시키지만 정작 그건 내 문제가 아니다. 내가 얻은 타이틀은 아니니까. 하지만 부정적 타이틀을 얻은 그들은? 그리고 꼭 그들이 아니더라도 부정적인 자기 타이틀에 빠져 있는 모든 ‘본인’들은?
자기 앞에 붙는 부정적인 타이틀을 다른 사람이 붙여준 것일지라도, 그것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점점 매력적이지도 않은 그 세계에서 허우적대게 만든다. 그리고 ‘나’에게 이 부정적 타이틀을 붙여준 ‘다른 사람’은 다름 아닌 ‘나의 뇌’이다!
그리고 우리는 뇌가 하는 말을 진실로 받아들인다. 그게 우리의 진짜 모습이라고 믿게 만들고 최악의 시나리오로 우리 삶을 피폐하게 만든다.
‘뇌는 어떻게 당신을 속이는가’
이 책은 뇌의 거짓 신호를 거짓 신호로 알고 여기에서 벗어나는 훈련법을 실제 사례를 통해 전개하고 있는데 물론 다 외국인들이지만 여기 나오는 스티브나 사라, 존 등이 남 같지는 않다. 정도와 영역의 차이는 있지만 어쩌면 ‘나’의 한 모습이니.
하여 책을 읽어나가면서 내 뇌가 나에게 하고 있는 거짓말은 뭘까,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떻게 연결된 뇌의 회로 속에서 규정된 인물로 살아가고 있는 걸까, 그러니까 내 쇼핑 중독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뭐 이런 거를 자꾸 생각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래, 내가 생각하는 나의 부정적 타이틀을 걷어내면 나는 썩 괜찮은 사람일지도...라고 그만...
어쨌든...
‘존재감 없는 나’에서 ‘미존개오인 나’로 거듭나는 방법은 ‘존재감 없는 나’, 그래서 더더욱 소외되고 그러면 불안하고 우울해지는 ‘나’라는 실체가 실은 매트릭스의 세계임을, 뇌가 그런 거짓 신호 체계 속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 각성의 찰나인 것이다. 빠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