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심리 게임 - 백 마디 말을 이기는
코르넬리아 토프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그냥 불편해 하지마. 불편해 하는 쪽이 말을 하게 되어 있어."

난 침묵을 잘 못 견딘다. 
특히나 말이 없으면 어색해지는 분위기라든지 
가식적인 웃음을 날리며 뭔가 말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상황에서는 
'난감한 침묵'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슨 말이든 하려고 기를 쓴다.

침묵이 편하지 않다. 말을 하려고 애써야 하니까 말하려고 기를 쓰는 것도 편하지 않다.
침묵도 불편하고, 말하려고 애쓰는 것도 불편하고.

그때 보기만 해도 클래식한 영국풍의 한국인 아주머니가 나에게 해준 말이다.
그렇게 기를 쓰고 말하려고 애쓸 필요 없다고, 결국 더 불편한 쪽이 말하게 되어 있다고.
그 뒤로는 난감한 침묵의 상황이 조금은 편해졌다. 뭐 불편하면 먼저 얘기하겠지.







......헤헤, 침묵의 행 비우기였다.

말이 많은 세상에 살면서, 나 역시 끊임없이 말을 쏟아내면서
어느 날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입이 아파온다. 뭘 그렇게 힘겹게 떠들었을까.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낸 하루에 지친다.

어느 때는 입을 친다. 아, 왜 그런 말을 했을까. 
하긴 내가 내 입을 치는 사건이 어디 한두 번인가.
침묵은 금이라는데, 금값은 너무 비싸다. 
그래서 침묵을 마련 못하고 말의 홍수를 이루며 산다.

침묵의 심리 게임에서 나는 말많은 쪽을 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내 말만 하고, 남의 말에서는 내가 할말만 고르면서.
말하기 전에 듣고, 말하기 전에 생각하는 침묵의 시간을 나는 갖고 있지 않다.
지는 게임이다. 남에게는 물론 나 스스로에게 지는 게임이다.

침묵은 우아한 의사소통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한다.
침묵을 불편해 하지마. 불편한 사람이 말을 하게 되어 있어.

책은 수다스럽게 침묵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안에서 침묵을 배운다.
'묵'이 '먹 묵'이 아닌데 혼자 화선지에서 번져가는 '묵'을 생각한다.
묵향에 잠기는 것, 혹시 '침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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