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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비밀 - SF 소설의 거장 아시모프에게 다시 듣는 인문학적 과학 이야기
아이작 아시모프 지음, 이충호 옮김 / 갈매나무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아시모프를 알게 된 것은 만화책에서였다. 무슨 '순정 SF만화' 같은 거였는데 로봇이 주인을 사랑하게 되는 뭐 그런 만화였다. 그때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로봇 3원칙이라는 것도 있냐, 하면서 넘어갔다. 그보다는 로봇과 인간의 사랑에 연연해하면서.
왜 샀는지 모르겠는데 (모르겠는 이유는 사놓고 안 읽은 채 몇 백 광년의 시간이 지났기 때문이다.) 두 종류 책(하나는 SF 소설이고, 하나는 신화쪽이다.)의 저자도 아시모프였다.
에, 이러한 시간 속에서 결국 아시모프의 글을 처음으로 만난 건 이 <우주의 비밀>이다. 아, 이제야 뵙네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뭐 이런 기분으로.
우주의 비밀을 알겠거니 하지는 않았다. 이 책이 '너에게만 말해주는 건데 우주의 비밀은 ......야.' 라고 연예인 X-파일 같은 거를 줄 리는 없잖은가. '비밀'이 은유라는 것쯤은 알 나이니까 말이다. 그냥 어디 과학의 지평을 넓혀 볼까 하는 마음의 준비를 살짝 하고, 과학의 지평을 갑자기 우주로 넓히면 너무 광대하여 산소부족으로 죽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제법 안고 <우주의 비밀> 속으로 들어갔다.
1. 다행이다
: 생각보다 어렵지 않아서 다행이다, 산소 부족으로 죽지 않아서 다행이다, 과학과 에세이의 유기적인 조합이라 다행이다, 과학 언어에 무지해도 읽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우주의 비밀을 알게 되어서 다행이다, 뭐 이런 정도의 다행이다.
2. 어라, 이분, 이렇게 재미있는 아저씨셨어?
: 마크 트웨인이나 커트 보네거트 같은 이름들이 떠올랐다. 일화처럼 서두에 놓은 이야기들 속에서 만나는 아시모프 아저씨(아니, 돌아가시기는 했지만 연세를 보니 할아버지시다, 어쨌든.)의 유머는 과학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어서 하마터면 주객이 전도될 뻔했다.
3. 지식과 지혜의 신단수냐, 이거
: 과학자가 아닌 나로서는 최신 과학의 추세라든지 어떤 이론 같은 거는 알 길이 없고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데, 이상하게 이 책을 읽다 보니 인간의 신념과 노력과 관련해서 그들의 의지에, 우주의 비밀을 찾아내려는 그 의지에 감복하는 동시에 '한 세계를 파고듦'의 수렴과 발산에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순수한 지적 호기심의 아름다움에 빠져 들고 있었다. (너무 거창한가?)
"옛날에, 옛날에 우주가 있었어요."
"그래서요, 할아버지?"
"이 우주는 비밀이 아주 많았어요."
"무슨 비밀인데요, 할아버지?"
"글쎄요. 우주는 말을 해주지 않았어요. 사람들은 우주의 비밀을 알아내고 싶어했어요. 누군가 비밀이 있으면 그걸 꼭 알고 싶어하잖아요. 그런데 비밀을 밝혀낼 수록 계속 비밀이 생기는 게 우주였지요."
"저도 우주의 비밀을 알고 싶어요."
"자, 우선 읽으세요."
뭐 그렇게 건네받은 책 같은.
<우주의 비밀>에 담긴 우주와 지구, 인간의 이야기는 누군가에게는 일반적인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는 조금이나마 그 비밀의 세계 속에 첫발을, 에이 솔직하게 첫 발가락을 살짝 내디딘 기분이다.
아, 진작 만나뵐 걸 그랬어요, 아시모프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