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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적 순간, 나를 살리는 한마디 말 - 나의 가치와 평판을 높여주는 순발력 카운슬링
마티아스 뇔케 지음, 장혜경 옮김 / 갈매나무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순발력이란 24시간이 지나야 찾아오는 것이다.-마크 트웨인
이 말에서 빵 터졌다. 바로 저거다.
그때 그 자리에서 했어야 하는 말을 하지 못해서 '그때 그 자리'가 지나간 다음에도 혼자 '그때 그자리'의 응어리 속에서 '그때 그 자리'의 상황을 재연하면서 뒷북 치듯 '그때 그 자리'에서 했어야 하는 말을 뇌까리고 있는 게 바로 나다.
그러니 내 '말의 순발력'은 정말이지 24시간이 지나야 찾아 온다.
그렇다고 다음 날, 다시 그 상황을 만들어주세요. 그럼 난 이렇게 말해줄 테니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냥 아, 왜 난 그때 그 말을 못했을까 하면서 혼자 기분 나빠하고 만다.
달변가가 되고 싶은 건 아니다. 그저 소박하게 나를 기분 나쁘게 하는 말을 듣는다면 바로 그 순간에 적절하게 대꾸해주는 정도는 되고 싶은 거다. 최소한 '나 그렇게 만만뽕 아니거든', 뭐 이런 메시지를 전달할 정도는 되고 싶은 거다.
여기에 더 바란다면 그 말을 웃으면서 우아하게 하고 싶다는 거다. 이 책 표지 오른쪽 하단에 가볍게 튀어나와 있는 빨간 권투 글러브처럼 상대에게 어퍼컷이나 잽을 연속적으로 쉭쉭 날려주고, 가능하다면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말의 스트레이트'를 날려 보고 싶다.
여기에 또 더 바란다면 이런 일을 해내고 스스로 자랑스러워서 '나 그때 이렇게 대꾸했다', 라고 떠벌리지 않도록 이런 일이 어쩌다 120년 만에 한 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매순간 일어나는 일이라면 좋겠다.
그런 이유다. <결정적 순간, 나를 살리는 한마디 말>에 꽂힌 것은.
상대의 공격이나 비아냥거림, 악의성 농담에 순발력있게 한 번 튕겨주는 '말의 기술'을 전수받기 위해서 첫 장을 펼쳤다.
혼자 읽었기에 망정인데 무슨 무술 비법서 보면서 무술 익히듯 읽고 말았다. 또는 주관식 시험이나 구술 시험 보듯 읽었다는 말이다. 상대방이 이런 말을 했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재기 넘치면서도 상대의 빈 틈을 공격해 들어가는 대사를 연습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 같은 사람을 위한 이 책의 장점은 이론을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실전 사례가 소개되어 있다는 거다.
1. 백화점 점원이 당신을 위아래로 훑어 보더니 "여기는 손님에게 어울리는 옷이 없는데요."라고 말했습니다. 당신은 이때 어떻게 대꾸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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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직장 상사가 당신에게 "그따위 실력으로 어떻게 이 회사에 들어왔어? 당신 돌대가리야? 무슨 일을 이따위로 처리해? 회사가 당신 놀이터야?" 하면서 화를 내고 있습니다. 당신이라면 이때 어떻게 대답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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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직장 상사가 한창 바쁜 당신에게 "여기 이 서류 좀 복사해오고, 아, 올 때 커피 한 잔"이라고 말합니다. 이때 당신은 어떻게 말해서 상사의 기분도 안 상하게 하면서 부드럽게 거절의 말을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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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어 있다는 소리는 아니다. 그런데 나는 이런 식으로 실전 연습을 하면서 읽었다.
순발력은 말이 순발력이지 준비가 되어 있어야 나온다고 한다.
나로 말하자면 상황 종료 후 24시간이 지나야 나오는 순발력의 소유자이지만, 역발상으로 상황 발생 전에 준비를 해둔다면 그래, 나도 그때 그 자리에서 했어야 하는 말을 그때 그 자리에서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부드럽지만 날카로운 혓바닥을 갖고 싶다. 이 책에서 말하는 '외교관의 혓바닥'까지는 아니어도 결정적 순간에 '바로 그 말'을 하고 싶다. '바로 그 말'을 하는 순간 나는 말하지 못한 응어리에서 벗어나 고전적으로 말해서 득의만면한 웃음을 스윽 지어보일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우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