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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 - 사람을 얻는 마법의 대화 기술 56
샘 혼 지음, 이상원 옮김 / 갈매나무 / 201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보통내기가 아니다, 라는 말을 듣고 싶지만 나는 어쩔 수 없는 보통내기다.
"사람들이 그 사람보고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하더니 이제 그 이유를 알겠어."
그 사람이 보통내기가 아닌 이유는 그와 대화를 하면 안다. 그는 늘 조용조용 자기 할 말을 다한다. 자신이 상처받지 않고 남도 상처받지 않으면서 조용히 자기 할 말을 다한다. 여기에 걸려들면 뭐라고 반박하기도 어렵다. 미안함을 표현하는데 화내기도 뭣하고 논리적으로 의견을 말하는데 감정적으로 대처하기도 뭣하다.
남는 건, "아, 이런 젠장! 나는 왜 그렇게 말하지 못했지?" 다.
나와 같은 부류는 대화에서 밀리고 나서 집에 가서 혼자 다시 곱씹다가 아, 그때 그렇게 말할 걸 하는 타입이다. 이래서야 다음 날 다시 가서 그렇게 말할 수도 없는 거고, 결국 바보같은 내 입만 친다.
그러니까 나의 대화법이 만드는 상황들은 이렇다.
내가 지금 기분 나빠해야 하는지 아닌지에 대한 판단이 느리다. 그래서 당면한 상황에 적당한 대처를 못한다. 웃으며 얼버무리거나 소리를 지른다.
말이 안되는 상대와 대화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면 상대방을 이해하기 전에 저 사람은 왜 이렇게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자기 말만 먼저 하지, 싶어서 화가 난다.
직장 상사 앞에서는 의견을 흐리거나 딱 거절하지 못하고 자리에 돌아와서 어쩔 줄 몰라한다.
직장 동료의 부탁을 애매하게 돌려 말하다가 빼도박도 못하는, 그래서 울며 겨자먹기로 해야 한다.
그러니까 어쩌면 적을 만들지는 않을지 몰라도 만만하게 보이게 하고, 남에게 상처도 주면서 나도 상처받는,
우아하게 이기기는 커녕 나중에 생각하면 쪽팔릴 정도로 감정적으로 맞서다가 이기지도 못하는, 그래서 더 화가 나는,
뭐 그런 지지부진, 지리멸렬...
사적인 대화라고 다를 것도 없다. 대화의 기술이라고는 전무하다.
전에는 대화에 딱히 기술이 필요할 것까지야...하고 마음 편히 생각했지만 직장 생활 몇 년 하고 나니 이게 이게 그게 아니다.
내 직장 생활 십 몇 년 동안 내가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적은 없지만 말로는 엄청나게 얻어맞았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나 역시 누군가를 말로 때렸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렇게 얻어맞은 말은 아직도 응어리처럼 남아있다. 그 '말'에 대한 기억, 그리고 그런 말을 들어야 했고 거기에 적절히 반응하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기억.
<적을 만들지 않는 대화법>은 사실 소설 <적과의 대화법>이 생각나서 집어들었다. 살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메모할 생각까지는 없었는데 책 표지에 포스트 잇 붙여놓고 메모까지 하고 말았다.
읽다가 바로 며칠 전 상사에게, 직장 동료에게 말로 '까인', 덧붙이자면 상사에게는 '대놓고', 동료에게는 '우아하게' 까인 기억이 억울해지고 말았다. 헛살았다, 싶은 그런.
대화도 훈련이다. 적을 만들지 않고, 우아하게 이기는 법. 여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에게도, 나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는 대화법, 그리고 나아가 관계를 새롭게 만드는 대화법!
아무래도 나에게 필요한 건 이 책의 원제대로 <Tongue Fu>인 듯 싶다. 텅후-말로 하는 쿵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