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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문득 생각이 났다. 오늘은 존 레논이 죽었구나......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다.
코를 한번 훌쩍 들이켰다.
1980년 12월 9일을 나는 아마도 잊지 못하리라.
<이매진>을 소리 내어 불렀다.
영어 가사는 고등학생 때 외웠다.
하지만 뭔가 같잖은 짓인 것 같아 중간에 관뒀다.
난 오쿠다 히데오 팬이 아닌데 어떻게 된 게 자꾸만 히데오를 읽고 있다.
이거이거, 알고 보면 팬이라거나 은근히 중독성이 있는 건가.
<스무 살, 도쿄>는1959년생 다무라 히사오의 청춘 연대기이다.
스무 살 무렵을, 이십 대 무렵을 개인에게 다가오는 역사적인 사건들 속에서
그 시절의 하루와 함께 그려 낸 청춘 연작.
레몬_1979년 6월 2일
1979년 재수 후 입학한 대학 연극부에서 일어난 하루 동안의 해프닝,
청춘의 풋사랑.
봄은 무르익고-1978년 4월 4일
재수를 결심하고 도쿄로 상경, 자취방을 구하고는 나고야 냄새가 안 나게 도쿄 사람인 것처럼
돌아다니다가 또다른 자취 친구를 만나러 가는 동안
고라쿠엔 구장에서 열린 3인조 여가수 그룹 캔디스의 해산 콘서트 소리에 귀 기울이는 청춘.
그날 들은 노래_1980년 12월 9일
대학 중퇴, 어쩌다보니 신광사라는 사원 5명인 곳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게 된 히사오.
그날따라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다니는데 존 레논의 노래가 유난히 많이 들린다.
존 레논이 죽었다. 바쁘다.
하루를 마감하고 돌아가는 길,
문득 생각이 났다. 오늘은 존 레논이 죽었구나......
한참을 그대로 서 있었다.
코를 한번 훌쩍 들이켰다.
1980년 12월 9일을 나는 아마도 잊지 못하리라.
<이매진>을 소리 내어 불렀다.
영어 가사는 고등학생 때 외웠다.
하지만 뭔가 같잖은 짓인 것 같아 중간에 관뒀다.
나고야 올림픽_1981년 9월 30일
7년 후 올림픽 개최지는 서울이 되었다.
히사오는 신광사에서 제법 인정 받는 사람이지만.
그녀의 하이힐_1985년 1월 15일
스물 다섯 살의 히사오, 상대방이 마음에 안 들면 굽 높은 하이힐을, 마음에 들면 로퍼를 신는
나고야가 고향인 여자와 엄마들의 계략에 의해 선을 본다. <고스트 버스터>는 대단한 인기였다.
베첼러 파티-1989년 11월 10일
이제 히사오는 서른을 앞두고 있다. 청춘, 대단원의 막.
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고 일본은 거품 경제 직전이었다.
"청춘은 끝나고 인생은 시작된다, 라는 건가."
읽다 보니, 종로를 지나가는 버스에 앉아 라디오에서 나오던 비틀즈의 노래에 뜬금없이 울었던 어느 하루, 버스가 연대 앞을 지날 때 라디오 뉴스로 들은 퀸의 프레디 머큐리 사망 소식, 또 버스 라디오가 먼저 들려준 4월 1일 장국영의 사망 소식 등이 떠오른다.
내 청춘은 버스를 타고 지나가면서 버스에서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채
라디오가 전하는 소식 따라 흘러 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