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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틀 박사의 바다 여행 - 1923년 뉴베리 수상작
휴 로프팅 지음, 김무연 그림, 김선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원한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2020년 새해 <닥터 두리틀>이라는 영화로 돌아왔다. 동물들과 소통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닥터 두리틀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신비의 섬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다루고 있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사실 안 좋은 평을 많이 봤기 때문에 조금 꺼려진다. 로다주로도 커버할 수 없는 개연성과 스토리인가......).
그래서 영화 <닥터 두리틀>의 원작인 《두리틀 박사의 바다 여행》을 대신 읽게 되었다. 출간일이 2020년 01월 06일인데 아마 영화 개봉을 염두해 두고 날짜를 맞춘 것 같다.
어린이/청소년을 타켓으로 한 책은 너무 오랜만이라 '핵심소재'와 '교과연계'가 적혀있는 부분을 보고 새삼 신기했다. 오오, 요즘은 이런 정보도 제공을 하는 건가?
《두리틀 박사의 바다 여행》의 핵심소재는 '가족 사랑, 상상력'이며, 교과 연계는 4학년 부터 6학년 국어 교과로,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인가 보다.
《두리틀 박사의 바다 여행》은 주로 가난한 구두 수선공 아들인 '토미'의 시점으로 진행이 된다. 이 이야기가 쓰여진 시대는 1920년대 영국으로, 사회적으로 신분 차별이 어느 정도 남아 있던 때라고 한다. 가난한 구두 수선공 아들인 토미는 10살이 될 때 까지도 학교를 다니기는 커녕 글을 배우지도 못했고 또래 아이들에게도 놀림을 받았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상냥하고 따뜻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
토미가 두리틀 박사를 알게 된 것은 다리를 다친 다람쥐를 발견한 이후이다. 다람쥐를 치료하기 위해 수소문을 하던 중, 친하게 지내던 어른들에게 박물학자인 두리틀 박사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 토미는 곧 바로 두리틀 박사의 집에 찾아가지만, 여행을 자주 떠나는 두리틀 박사는 그 날도 집을 비운 채였다.
그리고 비가 엄청 내리던 날, 토미는 드디어 두리틀 박사와 만나게 된다. 두리틀 박사는 비에 푹 젖은 토미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고, 토미는 그곳에서 집을 지키던 강아지, 집안일을 하는 오리, 인간의 언어를 너무 잘 구상하는 앵무새 등등 두리틀의 집에서 자유롭게 거주하는 많은 동물들을 만난다.
두리틀 박사의 집에 머무는 동물들 중에는 머리가 두 개 달린 사슴, '푸시미풀유'같은 상상 속의 동물들도 있다. 사실 어려운 동물 이름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동물에 대해서 그리 잘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혼돈을 느끼기도 했다. 정말 상상력 풍부한 책이라는 것을 이런 부분에서 느끼게 된다.
두리틀 박사는 동물들과 '소통'을 한다. 이는 동물들의 언어를 '배웠기' 때문이다. 다친 다람쥐를 치료하기 위해 두리틀 박사를 찾아갔을 때, 그는 집을 비웠다. 그 이유는 조개의 말을 배우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 것이었고 이 이후에도 두리틀 박사와 토미는 궁극적으로 '조개의 말을 배우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개인적으로 이는 참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두리틀 박사가 동물들의 언어를 할 수 있는 것은 천부적인 재능이 아니다. 그들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험난한 모험도 불사지르는 등, 배움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이다. 그 근거로 글 하나 읽고 쓸 줄 몰랐던 토미는 두리틀 박사의 조수가 되어 글과 함께 동물들의 언어를 배운다.
두리틀 박사는 동물들과의 소통 능력으로 억울한 죄를 뒤집어 쓰게 된 '은둔자 루크'를 변호하거나(이 때, 살인 사건의 모든 것을 본 불독이 증인으로 올랐다.), 모험 중 경비를 구하기 위하여 대단한 투우 경기를 하는 등 기이하고 신비로운 일들을 해낸다. 특히 두리틀 박사가 인간은 물론 동물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느껴지는 생명의 존엄성은 현대인들이 꼭 알고 마음속에 새겼으면 한다.
특히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두리틀 박사가 북극에 다녀온 것을 비밀로 했다는 부분이다. 두리틀 박사는 1809년 4월, 북극을 발견했지만 북극곰들과 이를 비밀로 하기로 약속했다.
"북극곰이 내게 왜서는 눈 아래 석탄이 엄청나게 많이 묻혀 있다고 하더구나. 그러면서 말하더구나. 사람들이 알면 석탄을 가져가려고 북극 여기저기를 파헤치고 무슨 짓이든 다 할 것이라고. 그래서 내가 비밀로 해 주기로 약속했단다. (중략)
나는 가능한 오랫동안 북극곰들이 자기네들의 운동장을 가졌으면 좋겠구나."
토미는 두리틀 박사와 함께 실종된 '긴화살'을 찾기 위해, 그리고 조개의 언어를 배울 단서를 얻기 위해 남태평양의 거미원숭이섬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밀항자들과 태풍 때문에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여러 동물 친구들 덕분에 위기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거미원숭이섬에 도착하고 동굴에 갇혀 있던 '긴화살'을 구하기도 했지만, 원주민들의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전쟁에서 승리로 이끌자 두리틀 박사 에게 자신들의 왕이 되어달라고 원주민들이 부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두리틀 박사는 왕이 되어 원주민들을 교육 시키며 섬을 탈출하고 마을로 돌아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바다에 거대한 바다유리달팽이가 나타난다. 두리틀 박사와 토미, 함께 여행을 떠났던 범포와 동물 친구들은 바다유리달팽이의 도움으로 섬을 빠져나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영화의 영향인지 일러스트로 삽입된 두리틀 박사가 묘하게 로다주와 닮았다.
생각보다 두께가 있는 책이다. 그만큼 기이하고 신비한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고, 그 속에서 여러 교훈들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