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고양이
모자쿠키 지음, 장선정 옮김 / 비채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트위터 계정 개설 열흘 만에 10만 팔로어를 달성 했다고 한다. 인기에 힘없어 여러 굿즈도 만들어지고, 전국적으로 팝업스토어도 열리고 있다.

계정 소개 조차도 'ボクがちゃんと見てるんだからね!(내가 잘 보고 있으니까!)' 라고 쓰여져 있는 아주 귀여운 계정. 이 삭막한 현실 속에서 몸 조심하고 건강 챙기라며 잔소리를 해대는 인상 사나운(...) 고양이를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세상만사 집사에게는 무관심 할 것 같은 고양이가 사실은 무척이나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일분 일초 걱정해 준다면 그거야 말로 누구보다 행복한 집사의 삶 아니겠는가. 여러 집사를 홀린 죄로 『잔소리 고양이』가 한국어로 정발되었다. 초판 한정 특전으로 잔소리냥 더블 책갈피가 증정되는데 넘나리 귀여운 것......

나는 현실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현실 집사는 아니지만(역시 한 생명의 생명을 짊어진다는 것은 아직까지 무섭다. 그리 여물지 않은 사람이라......) 당당하게 랜선 집사를 자청하고 있다. 영상도 보고 사진도 보고. 고양이 우주 정복 해.

여튼, 이런 나에게 엄마보다 더 무섭고 날카롭고 끈질기게 잔소리를 하는 고양이가 찾아온 다는 것은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그림으로 그려진 고양이도 귀엽고 사랑스럽고, 그냥 하고 싶은거 다 해......


고양이의 잔소리는 생각보다 너무 현실적이라서 뼈 맞는 느낌이다. 특히 새해에 이 책을 읽었기 때문에 76p <좀 더 끈기 있게!> 부분에서 뜨끔했다.

"비싼 다이어리 사고는 벌써 안 쓰는 거야?"

"책 읽는 습관을 들이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의지를 불태우더니 근육 운동은 어떻게 된 거야?"

"해보겠다고 말한 것 중에 하나 정도는 끝을 봐야 하지 않아?!"

사실 나는 작심삼일을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라 새해 목표가 벌써 시들시들 해져 버렸다. 다이어트 다짐은 개뿔, 책도 이전보다 읽는 빈도가 더 준 것 같은 느낌이다. 다이어리에 일기를 꼬박꼬박 쓴다는 목표는 왜 목요일 까지만 지속되는가(금, 토, 일 일기 어디갔어.) 고양이 잔소리에 또 다시 새해 목표를 상기시키며 부지런한 삶을 꿈꿔본다.

화장 안 지우고 잔 날에는 피부 트러블 생길까봐, 서랍장 모서리에 새끼발가락을 부딪히면 뼈가 부러질까봐. 잔소리 속에 들어있는 집사에 대한 걱정과 사랑이 느껴져 가슴이 뭉클해 지기도 한다.


잔소리냥이의 미간 주름은 '이렇게 생겨먹은 얼굴이라 어쩔 수 없어!!'(64p) 라고는 하지만 귀여운 표정도 나온다. 너모 귀엽다 진짜루 뚝시 뚝씨!!ㅠㅠ 특히 개다래나무에 홀려버린 잔소리냥의 표정은 정말로 행복해 죽을 지경의 표정. 궁금하신 분들은 책의 67p를 찾아 읽어보시길 바란다.

외롭고 지치고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귀여운 위안을 주는 책. 고양이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잔소리 고양이에게 홀려보도록 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리틀 박사의 바다 여행 - 1923년 뉴베리 수상작
휴 로프팅 지음, 김무연 그림, 김선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원한 아이언맨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2020년 새해 <닥터 두리틀>이라는 영화로 돌아왔다. 동물들과 소통하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닥터 두리틀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신비의 섬을 찾아 떠나는 모험을 다루고 있다고 하는데,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이 영화를 보지 못했다(사실 안 좋은 평을 많이 봤기 때문에 조금 꺼려진다. 로다주로도 커버할 수 없는 개연성과 스토리인가......).

그래서 영화 <닥터 두리틀>의 원작인 《두리틀 박사의 바다 여행》을 대신 읽게 되었다. 출간일이 2020년 01월 06일인데 아마 영화 개봉을 염두해 두고 날짜를 맞춘 것 같다.


어린이/청소년을 타켓으로 한 책은 너무 오랜만이라 '핵심소재'와 '교과연계'가 적혀있는 부분을 보고 새삼 신기했다. 오오, 요즘은 이런 정보도 제공을 하는 건가?

《두리틀 박사의 바다 여행》의 핵심소재는 '가족 사랑, 상상력'이며, 교과 연계는 4학년 부터 6학년 국어 교과로,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책인가 보다.


《두리틀 박사의 바다 여행》은 주로 가난한 구두 수선공 아들인 '토미'의 시점으로 진행이 된다. 이 이야기가 쓰여진 시대는 1920년대 영국으로, 사회적으로 신분 차별이 어느 정도 남아 있던 때라고 한다. 가난한 구두 수선공 아들인 토미는 10살이 될 때 까지도 학교를 다니기는 커녕 글을 배우지도 못했고 또래 아이들에게도 놀림을 받았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동물에게도 사람에게도 상냥하고 따뜻한 성품을 가지고 있다.

토미가 두리틀 박사를 알게 된 것은 다리를 다친 다람쥐를 발견한 이후이다. 다람쥐를 치료하기 위해 수소문을 하던 중, 친하게 지내던 어른들에게 박물학자인 두리틀 박사의 이야기를 듣게 된 것. 토미는 곧 바로 두리틀 박사의 집에 찾아가지만, 여행을 자주 떠나는 두리틀 박사는 그 날도 집을 비운 채였다.

그리고 비가 엄청 내리던 날, 토미는 드디어 두리틀 박사와 만나게 된다. 두리틀 박사는 비에 푹 젖은 토미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고, 토미는 그곳에서 집을 지키던 강아지, 집안일을 하는 오리, 인간의 언어를 너무 잘 구상하는 앵무새 등등 두리틀의 집에서 자유롭게 거주하는 많은 동물들을 만난다.


두리틀 박사의 집에 머무는 동물들 중에는 머리가 두 개 달린 사슴, '푸시미풀유'같은 상상 속의 동물들도 있다. 사실 어려운 동물 이름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동물에 대해서 그리 잘 알지 못하는 사람으로서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서 혼돈을 느끼기도 했다. 정말 상상력 풍부한 책이라는 것을 이런 부분에서 느끼게 된다.


두리틀 박사는 동물들과 '소통'을 한다. 이는 동물들의 언어를 '배웠기' 때문이다. 다친 다람쥐를 치료하기 위해 두리틀 박사를 찾아갔을 때, 그는 집을 비웠다. 그 이유는 조개의 말을 배우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 것이었고 이 이후에도 두리틀 박사와 토미는 궁극적으로 '조개의 말을 배우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개인적으로 이는 참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두리틀 박사가 동물들의 언어를 할 수 있는 것은 천부적인 재능이 아니다. 그들의 언어를 배우기 위해 험난한 모험도 불사지르는 등, 배움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이다. 그 근거로 글 하나 읽고 쓸 줄 몰랐던 토미는 두리틀 박사의 조수가 되어 글과 함께 동물들의 언어를 배운다.


두리틀 박사는 동물들과의 소통 능력으로 억울한 죄를 뒤집어 쓰게 된 '은둔자 루크'를 변호하거나(이 때, 살인 사건의 모든 것을 본 불독이 증인으로 올랐다.), 모험 중 경비를 구하기 위하여 대단한 투우 경기를 하는 등 기이하고 신비로운 일들을 해낸다. 특히 두리틀 박사가 인간은 물론 동물들을 대하는 태도에서 느껴지는 생명의 존엄성은 현대인들이 꼭 알고 마음속에 새겼으면 한다.


특히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두리틀 박사가 북극에 다녀온 것을 비밀로 했다는 부분이다. 두리틀 박사는 1809년 4월, 북극을 발견했지만 북극곰들과 이를 비밀로 하기로 약속했다.


"북극곰이 내게 왜서는 눈 아래 석탄이 엄청나게 많이 묻혀 있다고 하더구나. 그러면서 말하더구나. 사람들이 알면 석탄을 가져가려고 북극 여기저기를 파헤치고 무슨 짓이든 다 할 것이라고. 그래서 내가 비밀로 해 주기로 약속했단다. (중략)

나는 가능한 오랫동안 북극곰들이 자기네들의 운동장을 가졌으면 좋겠구나."


토미는 두리틀 박사와 함께 실종된 '긴화살'을 찾기 위해, 그리고 조개의 언어를 배울 단서를 얻기 위해 남태평양의 거미원숭이섬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밀항자들과 태풍 때문에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지만 여러 동물 친구들 덕분에 위기를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

거미원숭이섬에 도착하고 동굴에 갇혀 있던 '긴화살'을 구하기도 했지만, 원주민들의 전쟁에 휘말리게 된다. 전쟁에서 승리로 이끌자 두리틀 박사 에게 자신들의 왕이 되어달라고 원주민들이 부탁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두리틀 박사는 왕이 되어 원주민들을 교육 시키며 섬을 탈출하고 마을로 돌아갈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바다에 거대한 바다유리달팽이가 나타난다. 두리틀 박사와 토미, 함께 여행을 떠났던 범포와 동물 친구들은 바다유리달팽이의 도움으로 섬을 빠져나와 고향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영화의 영향인지 일러스트로 삽입된 두리틀 박사가 묘하게 로다주와 닮았다.

생각보다 두께가 있는 책이다. 그만큼 기이하고 신비한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고, 그 속에서 여러 교훈들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붕대 감기 소설, 향
윤이형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전 정보 없이 읽는 책이라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알지 못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책의 차례부분에 적힌 심진경 문학평론가의 평론 「'진짜 페미니즘'을 넘어서」 라는 제목을 보고, 아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겠구나 짐작을 했으며 나에게 어렵거나 찜찜하게 다가올 수 있는 책이겠구나 생각을 했다. 아이러니한 일이지 않는가. 여성임에도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를 나도 모르게 기피하게 된다.

처음 시작은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해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해미의 미용실은 2년 전부터 새로운 고객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미리 30만원의 예치금을 받아 할인을 제공하고, 손님들의 머리가 언제 자라고 언제 받은 시술이 풀릴지 관리할 타이밍도 카카오톡으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해미는 문득 생각한다. 언제나 아이와 함께 방문하던 손님은 8개월 전을 마지막으로 방문하지 않고 있다. 심각하게 말수가 없고 어려운 책을 읽던 손님. 해미는 그 손님에게 자신의 인생 소설인 『천 개의 찬란한 태양』을 선물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오질 않는다. 책이 별로였나? 해미는 남들과는 다른 독특한 취향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자신의 인생 소설이 대중들에게 유혹적이지 않는 마이너한 취향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다시는 안 올 만큼 그렇게 별로였던 것일까? 하지만 자신과 안 맞을 수도 있지 미용실에 오지 않으며 이렇게 티를 팍팍 낼 필요가 있을까 생각하며 괜스레 기분이 나빠졌다.

독특한 취향을 고집하는 미용사 해미의 이야기 바로 뒤로 은정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은정은 해미의 이야기에서 나온 '심각하게 말수가 없고 어려운 책을 읽던 손님'이다. 은정은 영화 홍보 회사에 다니며 아들 하나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이다. 은정은 학부모들의 모임을 영양가 없는 인간관계라 치부하며 자신의 인생에서 철저하게 배제시켰고, 자신의 경력을 잃을까봐 전전긍긍하던 인물이다. 8개월 전에도 그래서 그랬다. 은정의 회사가 홍보를 담당했던 영화의 흥행 성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아 쉴 틈 없이 일해야 했다. 보통때면 아이의 방학이 시작되면 일주일 정도 쉬거나 남편과 교대로 휴식을 취하며 돌보는데 이번에는 그럴 틈이 없었다. 그래서 아이를 시부모님에게 맡겼다. 아이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따라 교회 수련회에 갔고, 정체불명의 병에 걸려 8개월 째 눈을 뜨지 못했다.

이야기는 대부분 이런 식으로 전개된다.

해미의 미용실에서 일하는 지현의 이야기. 은정의 아들 서균과 같은 반인 율아 엄마 진경의 이야기. 진경과 함께 교련 수업을 받았던 세연의 이야기. 진경의 지인인 포토그래퍼인 윤슬, 교수 성추행을 고발한 채이와 그녀와 친구처럼 지내던 교수 경혜. 채이를 좋아하고 존경하는 형은, 형은의 엄마 효령과 효령의 직장 선배였던 명옥.

인물들에게 얽혀져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서로 연결된듯, 연결되지 않은 듯 이어붙어 있는 형식으로 서사가 전개되어 간다. 그들의 성격도, 나이도, 취향도, 더 나아가 결혼의 유무나 살아온 습성 같은 것도 통일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같은 것이 느껴진다.

이 소설에서는 남성이 없다. 오로지 여성을 위한, 여성에 대한, 여성이 말하는 이야기일 뿐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오직 소설속에만 수렴된 것이 아닌, 지금도 이 세상 어딘가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형태로 살아가는 모습이다.

'페미니즘'을 놓고 보통 남성과 여성의 대립 형태를 떠올렸는데, 생각해 보면 페미니즘을 대하는 여성들 속에서도 또 다시 대립이 형성된다. 기혼녀와 비혼녀, 전업주부와 워킹맘. 화장을 걷어내며 탈코르셋을 외치는 인물들이 있기도 하며, 미용과 화장으로 가꾸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이들도 있다.

여성의 기회와 평등. 일단 유전자 적으로 XX염색체를 가지고 태어난 이상 혹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나에게는 '페미니즘'은 조금 꺼려지게 다가오는 단어이다. 페미니즘을 동의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정의내릴 수 없음에서 오는 위화감 때문이다. 과연 페미니즘이라는 것에 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 이런 점에 대해서 어쩌면 나는 소설 속의 '지현'과 가장 비슷한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이 거대한 산업의 어디까지가 여성들에게 꼭 필요한 일이고, 어디서부터가 여성을 아름다움에 억지로 묶어 자유를 빼앗는 일일까.

37p

지현은 해미의 미용실에서 일하는 미용사다. 오랫동안 이 직업을 꿈꾸었고, 누구도 응원해 주지 않는 외길에서 엄청난 노력끝에 얻어낸 결과물이다. 하지만 화장 콘텐츠를 올리지 않겠다 선언한 뷰티 유튜버를 보고, 메이크업 아티스트에서 진로를 바꾸는 학생들을 보고, 머리 자르는 것을 남자친구에게 허락받는 여성을 보고 지현은 자신의 직업을 당당하게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성별의 평등을 외치는 자체가 스스로의 정체성을 뒤흔들어버리는 기묘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어쩌면 페미니즘을 기피하는 이유가 그 혼란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귀 막고 눈 감는 꼴일지도.

그럼에도 여성으로 태어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느낄 수 있는 유대감이 있지 않을까. 성향과 성격, 가치기준과 생각이 달라 서로 비난하고 할퀴어도, 결국 이해해 줄 사람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을. 정말 놀랍게도 신비롭고 복잡한 XY염색체의 세상이 아닌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크리미널 조선 - 우리가 몰랐던 조선의 범죄와 수사, 재판 이야기
박영규 지음 / 김영사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선○○실록』 시리즈와 『정조와 채제공, 그리고 정약용』의 박영규 작가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크리미널 조선』은 조선시대에 일어난 여러 범죄와 그 수사에 관한 이야기로 살인사건과 성범죄사건 뿐만 아니라 절도나 폭행, 그리고 밝혀지지 않은 미제사건 까지 여러 분야의 범죄 스토리를 다루고 있다.


책 본문에 들어가기 앞서, 정말 친절하게 조선의 사법기관과 3심제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있다. 현대와는 확실히 다른 방식의 수사 절차를 거치기 때문에 본문을 더 잘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읽고 넘어가길 추천한다.

책은 총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장은 범죄 유형별로 분류가 된다.

1장 살인사건으로 본 수사와 재판 과정

사건 중심이 아닌 어떻게 고발이 되고 시신 검시는 어떻게 이루어지며, 피고의 변호나 최종 판결까지 도달하는 방식은 어떻게 되는지 전체적인 '재판 과정'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2장 살인사건 파일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살인의 유형에는 어떤 것이 있고, 처벌은 어떻게 했는지 다룬다. 살인사건 유형으로는 구타로 인한 죽음과 치정살인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3장 미제사건 파일

미제로 남은 사건들을 다룬다. 특히 <여종 백이를 죽인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부분은 읽고 나서도 희한하다 싶었다. 비단 절도에서 시작된 이 사건에서 끝끝내 여종 백이가 죽었다. 그런데 비단 절도범과 그 내막은 밝혀졌는데 도통 여종 백이를 죽인 살인자는 밝혀낼 수 없었다. 뭘까, 미제사건은 예나 지금이나 찜찜함과 궁금증만 남긴다.

4장 성범죄사건 파일

조선시대는 남녀 차별이 심했던 시대이다. 그러므로 성범죄에도 남녀 차별이 적용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부분은, 예나 지금이나 범죄의 유형은 크게 바뀌지 않았구나 하는 것이었다. 낯도 두껍고 지저분하다. 사람의 어두운 면은 어찌되었은 다 똑같은 걸까. 특히 4장 성범죄사건 파일은 그러한 생각이 다른 부분보다 더 강하게 느꼈다.

5장 무고사건 파일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죄를 만들어 씌운 사건과 무고죄로 밝혀졌을 때의 처벌에 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특히 <남편과 동생을 역적으로 고발한 여인>을 보고 헛웃음이 났다. 정말, 멍청하기 짝이 없구나......

6장 절도·강도사건 파일

절도죄에 해당하는 사건과 처벌 방식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홍길동과 임꺽정, 장길산의 이야기를 다룬 <조선의 3대 대도> 부분이 흥미진진했다. 조금 판타지 섞인 이야기를 읽다가 역사 기록에 의한 이야기를 보니 뭔가 현실적이기도 하며 색달랐다.

7장 위조사건 파일

위조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소개되며, 조선시대에도 위조죄로 처벌받은 사례가 많았다고 한다. 대개는 인장, 문서, 화폐, 신분증 등을 위조 한 경우였고 특히 화폐 위조가 많았다고 한다.

8장 폭행·방화·밀수사건 파일

지금과 다름없이 조선시대에서도 폭행은 가장 흔한 범죄였다고 한다. 또한 신분사회였기에 다른 범죄아 마찬가지로 가해자와 피해자의 신분에 따라 처벌이 달라진 대표적인 범죄이다.

9장 조선에만 존재한 범죄

9개의 장 중에서 가장 신기하기도 하고 흥미진진하기도 한 부분이다. 다른 장에서 소개된 범죄의 유형은 현대에서도 흔히 일어나고 있지만, 이 부분은 시대적 상황으로 인해 조선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범죄였기 때문에 '아, 이럴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 것이다. 9장에서는 '분경죄', '존장고발죄', '도망죄', 노인 미소지죄', '사치죄'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다. 신분제도와 유교의 영향으로 생겨난 범죄 유형이다.


앞서 말했지만 사람의 어두운 면은 시간의 변화를 가리지 않는 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어쩌면 발전하면 발전했지, 사그라들지 않는 범죄의 세계.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책 내용은 여기까지만 하고, 책 표지가 너무 예뻐서 이 말을 남기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요즘 타이포그래피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정말 뜬금없이), 이 책 표지를 가득 채운 'CRIMINAL 朝鮮' 타이포 그래피가 너무 예쁘다. 색깔도 정말 취향저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동 피아노 소설Q
천희란 지음 / 창비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창비 소설Q 시리즈의 세 번째 책 『자동 피아노』가 도착했다. 앞서 출간된 『이제야 언니에게』나 『라스트 러브』 처럼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라 빠르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건만, 이게 웬걸. 한 장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고, 두 장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간다. 정말 자동 피아노가 반복해서 잘 짜여진 악보를 연주하는 것 처럼 반복하고, 반복하고, 그러다가 변주가 나오고, 다시 반복하고, 반복한다.

2018년 봄, 『자동 피아노』는 자신의 고통에 함몰된 사람의 일기이자 타인과 교통할 수 없는 내면에 더 중요한 진실이 있다고 믿었던 자의 허약한 독백에 불과했다. 그리고 2019년 가을에야 비로소 『자동 피아노』는 한 편의 소설이 됐다.

114p <작가의 말>中

처음 책을 넘기고 한 줄을 읽자마자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수 많은 모순들의 나열이다. 이곳은 밝고 어둡다. 이곳은 좁고 넓다. 높고 낮으며, 정지해있고 격력하게 흔들린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의식의 흐름이다.

그래서 읽다가 다시 돌아오고, 몇 장 넘기자 마자 읽기를 포기하고, 다시 용기내어 읽다가 다시 덮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맨 뒤로 돌아가 <작가의 말>부터 읽기로 했다.

참 기묘한 책이다. 뒤에서 부터 읽어야 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조금씩 감이 잡힌다.

처음에는 <작가의 말>(134p)을 읽는다. 그 후에는 <해설/신예슬(음악평론가)>(121p)을 읽는다. 그 이후에 『자동 피아노』의 본문을 읽어야만 조금은 이해라는 것이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어렵다. 난해하다.


특이하다면 특이하고, 개성넘치다면 개성넘치고, 읽기 불편하다면 불편하다.

특히 마지막 <무제>에는 전 문장에 줄이 그어져 있다. 문장 전체를 지우는 듯이 줄을 긋다가, 마지막 "나는 내가 언제 여기에 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것은 너무 오래전의 일이다."라는 문장에서 다시 가운데 줄이 사라져 있다. 사실 이 문장은 이 책 전체에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언제 이곳에 왔는지 모른다. 그저 있을 뿐이다.

이 책은 죽고자 하는 마음과 살아있는 몸뚱아리의 싸움이다. 생은 죽음을 갈망하고, 죽음은 생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몇번이고 죽음을 결심했고, 고독한 자신의 내면과 싸우며 결국 살아간다.

그저 생과 사의 허전한 싸움의 반복이다. 가장 모순되는, 그리고 끊임없이 반복해서 떠오르는 이 두가지 요소 처럼 이 책은 모순되고 반복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