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피아노 소설Q
천희란 지음 / 창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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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소설Q 시리즈의 세 번째 책 『자동 피아노』가 도착했다. 앞서 출간된 『이제야 언니에게』나 『라스트 러브』 처럼 그리 두껍지 않은 책이라 빠르게 읽을 수 있겠다 싶었건만, 이게 웬걸. 한 장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고, 두 장 읽고 다시 앞으로 돌아간다. 정말 자동 피아노가 반복해서 잘 짜여진 악보를 연주하는 것 처럼 반복하고, 반복하고, 그러다가 변주가 나오고, 다시 반복하고, 반복한다.

2018년 봄, 『자동 피아노』는 자신의 고통에 함몰된 사람의 일기이자 타인과 교통할 수 없는 내면에 더 중요한 진실이 있다고 믿었던 자의 허약한 독백에 불과했다. 그리고 2019년 가을에야 비로소 『자동 피아노』는 한 편의 소설이 됐다.

114p <작가의 말>中

처음 책을 넘기고 한 줄을 읽자마자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수 많은 모순들의 나열이다. 이곳은 밝고 어둡다. 이곳은 좁고 넓다. 높고 낮으며, 정지해있고 격력하게 흔들린다. 이 책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의식의 흐름이다.

그래서 읽다가 다시 돌아오고, 몇 장 넘기자 마자 읽기를 포기하고, 다시 용기내어 읽다가 다시 덮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맨 뒤로 돌아가 <작가의 말>부터 읽기로 했다.

참 기묘한 책이다. 뒤에서 부터 읽어야 아,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지 조금씩 감이 잡힌다.

처음에는 <작가의 말>(134p)을 읽는다. 그 후에는 <해설/신예슬(음악평론가)>(121p)을 읽는다. 그 이후에 『자동 피아노』의 본문을 읽어야만 조금은 이해라는 것이 되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럼에도 어렵다. 난해하다.


특이하다면 특이하고, 개성넘치다면 개성넘치고, 읽기 불편하다면 불편하다.

특히 마지막 <무제>에는 전 문장에 줄이 그어져 있다. 문장 전체를 지우는 듯이 줄을 긋다가, 마지막 "나는 내가 언제 여기에 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그것은 너무 오래전의 일이다."라는 문장에서 다시 가운데 줄이 사라져 있다. 사실 이 문장은 이 책 전체에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언제 이곳에 왔는지 모른다. 그저 있을 뿐이다.

이 책은 죽고자 하는 마음과 살아있는 몸뚱아리의 싸움이다. 생은 죽음을 갈망하고, 죽음은 생을 떠올리게 한다. 작가는 몇번이고 죽음을 결심했고, 고독한 자신의 내면과 싸우며 결국 살아간다.

그저 생과 사의 허전한 싸움의 반복이다. 가장 모순되는, 그리고 끊임없이 반복해서 떠오르는 이 두가지 요소 처럼 이 책은 모순되고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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