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나비의 집을 보았을까
허련순 지음 / 인간과자연사 / 2004년 9월
절판


그는 물속에 뛰어들었다. 텀벙 소리와 함께 그는 물속에 가라앉았다. 입과 코로 물이 들어가며 몸은 점점 깊은 곳으로 가라앉았다. 불교에서는 모든 생명은 죽은 다음 다시 환생을 한다는데 나는 다시 태어나면 무엇으로 태어날 수 있을까. 물고기로? 그래 물고기가 좋겠다. 사람보다는 훨씬 자유롭고 고민이 없을것 같다. 그는 숨이 가빠졌다. 캄캄한 눈앞이 더욱 암담해졌다. 아스라하게 넘어가는 의식의 저너머에 윤도림 아저씨의 웃는모습이 잠깐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그리고 종래로 본적이 없는 여자의 얼굴이 떠올랐다. 꿈속에서만 보았던 얼굴이다. 유섭은 그 여자가 바로 자기를 낳아준 엄마라고 생각하였다. -2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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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학교 1
김옥주 지음 / 인간과자연사 / 2006년 1월
절판


호제는 바로 일어나는 법이없다. 일단 반아이들을 한번 휘둘러보고는 씨익 웃었다. 꼭 대단한 답을 말할 것처럼 천천히 일어나서 시선을 모은후에 낮고 음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모르겠는데요. 질문의 내용이 어떤것이든 한결같은 대답이었다. 그러면 다른 아이들이 조심스럽게 웃었다. 윤선생이 눈을 부라리고 정색을해도 호제는 얼굴 근육을 있는대로 풀어놓은 상태에서 웃음기만 덧붙였다. 웃고있는 호제 앞에서 화를 내는것은 약오르는 일이었다. 레퍼토리 좀 바꿀 수 없나? 대중가수가 신곡을 발표하지 못하면 대중에게서 잊혀질걸. 호제는 눈을 초승달처럼 만들면서 웃었다. 성용이도 힘들게 하기는 마찬가지다. 성용이는 학년 수석으로 진급한 녀석이었다. 그런데 3학년이 되어서는 도무지 성용이같지 않았다. 분명히 영특하긴 한데 무엇을 생각하는지 수업 시간에는 노골적으로 딴청을 피웠다. 아예 윤선생은 안중에도 없다는듯이 옆으로 돌아앉아 이야기를 하며 놀곤 했다.
-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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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하늘로
권명애 지음 / 뿌리출판사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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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통곡을 하며 몸부림쳤다. 어찌해서 내겐 말한마디 없이 또 가 버렸느냐고, 낮 밤을 분간할 수 없이 울며 지새울 때, 현재 나와 함께 있는 질녀에게 깊은 밤중에 목사님이 찾아오셨다고 한다. 정말 꿈으로만 돌리기에는 너무나 신기한 꿈이었다. 아니, 단순히 꿈이라기보다 그는 다른 나라에 가서도 두고 간 아내가 못 미더워 질녀에게 찾아와 나를 부탁하고 갔다.
-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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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스나기가 없다
김동승 지음 / 뿌리출판사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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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식으로 하다가는 자네때문에 우리 부서가 근무평정에서 꼴찌를 하겠어. 이것도 기안이라고 했어. 모르면 다른 직원들이 한 것을 봐 어떻게 했는지.

장 부장은 내가 보는 앞에서 서류를 집어 던졌다. 그런 수모를 당하면서 장 부장이 상황에 따라 아니면 개인적 필요에 따라 타인의 감정을 조종할 수 있는 비상한 재주를 소유한 인간이라는 것을 실감하기도 했다. 회사 출입문을 빠져 나오면 장부장은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들었다.

미스터 박 오늘 나때문에 기분이 안 좋았을 거야. 내가 따라 준 술한잔 마시고 다 잊어버려. 남자가 그 따위 일 가지고 좋지않은 감정을 품으면 안되는거야. 나도 미스터 박과 같은 시절에 일배우느라 혼 많이 났어. 미스터 박, 다 그렇게 혼나면서 익숙해지는 거야.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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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추락
이종태 지음 / 뿌리출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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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이 터지도록 고래고래 소리쳐 보기도 했지만 아파트 구조상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베란다 역시 도로위의 사람들에게 나의사정을 알리기에는 이십층이 너무 높았다. 간혹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어도 그들은 모두 자기들끼리 귀옆에다 동그라미를 몇번 그리고는 킥킥거리며 사라져갔다. 마니막으로 유일하게 남은 방법은 열쇠가게의 기술자를 불러서 문을고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절망적인 처지를 남에게 일일이 설명하기 싫은마음에 통신수단인 전화기를 없애버린 지금 외부세계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가끔씩 들르는 어머니를 비롯해서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몇몇 지인들도 전화가 불통상태인 지금 빈집인 줄 알고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을것이다. 그렇다면 십오평 공간속에 이대로 갇히고 마는 것인가.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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