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추락
이종태 지음 / 뿌리출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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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구멍이 터지도록 고래고래 소리쳐 보기도 했지만 아파트 구조상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베란다 역시 도로위의 사람들에게 나의사정을 알리기에는 이십층이 너무 높았다. 간혹 쳐다보는 사람들이 있어도 그들은 모두 자기들끼리 귀옆에다 동그라미를 몇번 그리고는 킥킥거리며 사라져갔다. 마니막으로 유일하게 남은 방법은 열쇠가게의 기술자를 불러서 문을고치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절망적인 처지를 남에게 일일이 설명하기 싫은마음에 통신수단인 전화기를 없애버린 지금 외부세계와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 가끔씩 들르는 어머니를 비롯해서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몇몇 지인들도 전화가 불통상태인 지금 빈집인 줄 알고 아무도 찾는 사람이 없을것이다. 그렇다면 십오평 공간속에 이대로 갇히고 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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