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먼드는 그때까지 배도 아프고 심통도 나고 루시가 옳다는 데에 짜증이 났지만 달리 뾰족한 수가 없었다. 그런데 별안간 피터가 질문을 하자 에드먼드는 자기 머릿속에서 더 이상 짜낼 수 없을 만큼 비열하고 못된 짓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루시에게 톡톡히 창피를 주기로 작정한 것이다.
수잔이 말했다.
"에드먼드, 말 좀 해 봐."
에드먼드는 루시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것처럼 거만한 표정을 짓고는 키득거리며 말했다.
"어, 그래. 루시하고 난 놀고 있었어. 옷장 안의 나라를 진짜라고 치고 말야. 물론 그거야 재미 삼아 그런 거지. 사실은 아무것도 없어."
가엾은 루시는 에드먼드를 한번 쳐다보고는 방에서 뛰쳐나갔다-1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