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이 대기의 온도를 끌고 내려가고 그늘을 지나갈 때 볼은 얼얼하다고 신호를 보냈다. 눈이 마르는 것을 지켜주는 눈물층이 찬 공기에 깨어지고 눈물이 누호(淚湖)에 괴었다가 눈물주머니에 채 들지 못하고 눈 밖으로 흘러나왔다.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서는 것으로 몸이 보여준 반응을 읽고 몸을 지켜주었다.
_창문을 열었을 때 방 안으로 밀치고 들어올 듯했던 백합 줄기의 그림자들이 휴식하고 있는 보초병처럼 창에 기대어 있었다. 작가님 글에서요.
_휴식하고 있는 보초병처럼... 서서 보초를 하는 일을 교대로 넘겨주고 중압에서 풀려난 보초병이 가벼운 마음으로 창에 기대는 모습을 생각해본다.
_편해진 마음에 백합향이 코끝으로 다가오는 맛이란 기가 막히겠네요.
_세르반테스 소설 '돈 키호테'에 나오는 휴식을 말해볼게.
_돈 키호테 당시 유명하던 로만세 민요에 나오는 휴식 이야기 아닌가요?
_맞아.
나의 치장은 무기뿐
나의 휴식은 싸움뿐
나의 침대는 딱딱한 바위
내 잠은 항상 날 새는 것
(민용태 역 '돈 끼호떼 I'(창비, 2005), 55쪽에서.)
_베스트셀러를 냈다는 어느 저자의 책 머리말 끝말에서 본 글인데 인상에 남아서요.
자기 아이들 캐서린(8), 니콜라스(5), 피터(1.5)에게 고마움을 나타내면서...
자기 서재에 걔들이 예기치 않은 방문으로, 원고를 쓰고 고쳐쓰고 하는 긴 기간에 반가운 휴식을 차려주었다는 내용입니다.
(Their unpredictable visits to my study offered welcome relief from long spans of writing and rewriting.)
_누구지?
_그레고리 맨큐(N. Gregory Mankiw)가 '경제학 원론'(Principles of Economics)의 2000년 7월에 쓴 글에서요. 자기 이름 Mankiw가 'thank you'와 라임(rhyme)이 같다고 했어요. '맹큐'로 읽어달라는 거야.
_일본인들이 명함에 성명 읽는 법을 써 놓는 것과 같네.
_인기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이름은 생각한 대로이더군요.
시청역에서 덕수궁 앞을 지나온 남편이 새 사진을 내놓았다. 덕수궁 담에 올린 어두운 색 기와에 흰 눈이 쌓이고 어두운 색 굴뚝새가 앉아 있었다.
_학명이 트로글로뒤테스 트로글로뒤테스(Troglodytes troglodytes)이군요.
_린네도 이 새를 알고 있었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