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전자상가에서 DVD 구색을 잘 해놓고 파는 곳에 갔을 때다. DVD 마니아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직원을 시켜서 DVD 신간을 거둬가는 곳이다. 손님 두 사람이 자폐아 소재 DVD를 찾고 있었고 DVD점의 간부가 레인맨 등을 추천했다. 웬만한 관련 DVD는 이미 갖고 있었고 자폐아 관련 일을 하고 있는 공무원이라고 신분을 밝혔다. 인터넷 무비 DB(www.imdb.com)에서 '자폐증' 영어 'autism'을 키워드로 검색하고 리스트를 불러주었다. 오드리 헵번 주연 '마이 페어 레이디'도 떴다. 모두들 생각을 못한 DVD였고 그 공무원은 뜻밖의 수확에 거듭 감사의 인사를 했다.
 
_배 위에서 그루밍을 하고 있는 에밀리의 흰 털을 쓰다듬었다. 작가님 글에서요.
_고양이의 그루밍은 고양이가 제 털을 핥는 행동이야.
_그루밍 중에 털을 먹고 뱃속에 헤어볼이 생기네요. 
_헤어볼, 즉 털뭉치가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약이 있어.
_약 작용으로 털을 몸 밖으로 내보내네요.
_'배'의 동음이의어가 서넛 넘잖아.
_말놀이를 하셨군요.
_주고받은 댓글을 올려볼게.

나 : (먹는 자는) 맛있는 배로 평소보다 배로 배 채울 수 있겠네요.
어느 분 a : (못 먹는 자는) 맛있는 배를 보고도 평소보다 배로 배 고플 겁니다요.
어느 분 b : 배는 맛이 없구요. 바다에 가야 볼 수 있어요. 배는 타야 돼요. 

_바다의 배가 있었네요.
_이순신 난중일기에 배를 타고 가는 이야기가 있어.

삼경 한밤중에 하현달에서 이틀 배가 들어간 달이 바다 위로 뜨기 시작했다.
반달보다 여려진 달빛을 타고 배가 노를 저어갔다.
노량 뒤쪽 바다에서 반백 리 사이 사천 모사랑개에 닿았을 때는 먼동이 희끄무레 밝아오기 시작했다. 
새벽안개가 자욱하게 에워싸서 아주 가까운 거리도 눈길이 닿지 않았다. 

三更乘月行船 
到泗川毛思郞浦 東方已曙
曉霧四塞 咫尺不辨  

1592년 8월 24일. 이순신 씀.  

날씨가 좋았다. 장군은 군사 고문에 참모장 같은 조방장 일흔아홉 정걸(1514년생)과 함께 여수 관사 동헌에서 아침을 들었고 군사 조언을 들었다. 장군보다 서른한 살 위로 아버지뻘인 정걸은 수군의 요직을 두루 지냈고 전투에 쓰이는 배, 판옥선을 만들었던 군의 대선배였다. 침벽정으로 자리를 옮겨 젊은 전라우수사 이억기와 점심을 할 때도 정걸은 합석하고 군사 문제는 배석했다. 
오후 세시에서 다섯 사이 신시에 배가 여수 선소마을을 출발하고 노를 재게 저었다. 백 리 가까운 남해 노량 뒤쪽 바다에 와서 날이 어두워 닻을 내렸다. 자정이 지나서 반달에서 이틀 줄어든 달빛이 바다에 비치기 시작하고 닻은 다시 걷고 배는 바다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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