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이 밤새 떨어진 지상은 해가 아침빛을 적선하자 기력을 찾았고 콧등에 바람이 불 때는 다시 체력을 잃었다. 바깥나들이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일주일 뒤 주말에 시골 친정 하룻밤 자고 다녀올 열차표는 인터넷으로 예약하고 홈티켓을 집 안의 프린터로 뽑았다. 해가 중천까지 스스로를 끌고 가고 지상의 온도를 끌어올리고 사람들을 문 밖으로 끌어냈다. 마을 근린공원 정자에는 바람막이 비닐을 사방으로 둘러놓고 두 사람이 바둑을 두고 구경꾼 둘이 넋을 잃고 수를 읽고 있었다. 대나무가 가까이 서서 제 푸른빛을 지나는 사람들에게 읽히고 있었다.
_두 발을 모으고 등을 높다랗게 세운 채로. 고양이가 아니라 닭 같기도 하고 누구도 밟지 않는 흰 눈이 소복이 쌓여 있는 것 같기도 했다. [중략] 내가 귀를 만지자 고양이가 곧추세우고 있던 등을 낮추고 네 발들을 모으더니 내 허벅지에 얼굴을 묻듯이 자세를 바꿨다. 쌓여 있던 눈이 스르르 녹는 듯했다. 작가님 글에서요.
_소복이 쌓여 있는 눈 v 스르르 녹는 눈. 소복이 스르르 테크닉으로 기억할 만해.
_서로 반대되는 내용을 내세워 인상을 선명하게 하는 수사법인 대조법(對照法)을 활용하였지요.
_대구법(對句法)은 비슷한 어조나 어세를 가진 어구를 짝 지어 표현의 효과를 나타내는 수사법이지.
_소설 '폭풍의 언덕'(워더링 하이츠)에서 앞과 끝에 나오는 날씨가 대조를 이루어요.
소설의 앞부분은 눈보라(a snow shower)가 시작돼요. 팔다리가 다 덜덜 떨리기도 하고, 눈발이 굵어지기도 하고, 마침내 언덕 너머는 폭설로 놀이 치는(billowy) 허연 바다 같이 되지요.
_대자연의 분노 속이라는 느낌이네.
_소설의 끝은 평온한 날씨(under that benign sky)로 막을 내려요. 달빛 비치는 저녁에 산책을 하며 명상을 하기에 좋을 만큼 말이지요.
_대자연의 은총 속이라는 기분이라고 할까.
문 안에 들어서는 남편의 얼굴이 봄날 같았다.
_집 근처에서 노랑지빠귀를 거의 일 년 만에 만났어.
_눈처럼 겨울철 찾아오는 손님 같아요.
_개똥지빠귀와 같은 종이고 아종 관계에 있어. 투르두스 나우만니(Turdus naumanni )가 종 이름이고 개똥지빠귀는 에우노무스(Turdus naumanni eunomus), 노랑지빠귀는 나우만니(Turdus naumanni naumanni )가 각각 아종 이름으로 덧붙어.
저녁을 들고는 쌍안경을 들고 건물이 하늘을 안 가리는 곳으로 나가는 남편이었다. 별 보러 갔다. 초닷새 초승달이 서쪽 하늘에서 잠시 머물고 있었다. 금성이 제 스스로 빛을 내는 별처럼 눈을 홀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