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린공원 약수터 수도꼭지가 물 길러오는 사람이 없어도 혼자 가녀린 노래를 길어내고 얼음이 어깨동무 할 겨를이 없는 겨울 아침이었다. 사람들이 내복을 껴입고 외투를 껴안고 외형 불리기를 하고 있었다. 얼음처럼 차가워지는 얼굴들에서 웃음꽃은 생기를 잃고 그냥 두는 사이 메말라 있었다.
_그냥 두는 사이 흙덩이는 아주 단단하게 메말라 있었다. [중략] 꽃이 지고 잎조차 시들고 있는 물봉선이며 물달개비가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작가님 글에서요.
_물봉선, 물달개비. '물-'에서 만유인력을 느껴.
_글 읽는 맛이 나요. 에밀리 브론테 시를 읊어봐요.
가장 살 맛 날 때는
달빛에 환히 드러나는 세상
눈길이 곳곳에 미치고 바람은 이는 밤
흙으로 돌아갈 몸에서
내 넋을 살뜰히 챙겨놓을 수 있을 적이다.
가장 살 맛 날 때는
내가 땅도 바다도 구름 없는 하늘도 아니고
그 곁 무엇도 아니고
그냥 끝없이 트인 곳
거침없이 쏘다니는 맘일 적이다.
I'm happiest when most away
I can bear my soul from its home of clay
On a windy night when the moon is bright
And my eye can wander through worlds of light
When I am not and none beside
Nor earth nor sea nor cloudless sky
But only spirit wandering wide
Through infinite immensity
_함석헌 시와 비교를 해보았어. 함석헌 시 '맘'의 제3연이야.
맘은 구름
푸른 하늘에 흘러가는 구름
한 때 한 곳 못 쉬건만
늘 평안한 자유를 얻어
함석헌 시에는 '맘'이 '꽃/시내/구름/호수/높은 봉/별/바람/처녀'라고 하였어. 에밀리 브론테는 자기가 땅도 바다도 구름 없는 하늘도 아니라고 하였고 그렇다고 그 곁 무엇도 아니라고 하였군.
_착상이 서로 달라 흥미롭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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