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닭도 없이 눈물이 날 때가 있었다. 하늘이 눈물 같은 비를 흘릴 적에는 빗소리의 리듬에 잠이 벗처럼 다가왔다. 구름이 장막처럼 햇빛을 가리고 태양광발전소가 대낮에 놀 정도로 빛에너지가 없는 날은 눈물이 괴어올랐다. 겨울 해가 여린 손을 내밀어 햇빛을 나누어줄 때 낮잠도 물리고 햇빛이 더께가 앉도록 받아놓아야 한다.
_숨을 쉬면 숨이 막히고 눈을 뜨면 눈물이 쏟아졌다. 작가님 글이에요.
_눈물이 쏟아지고 마음이 편한 사람들이 있었어.
_영결식을 치르는 사람 이야기인가요?
_페르시아 유리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박물관을 찾아 이란 수도 테헤란에 자리잡은 유리와 도자기의 박물관 무제예 아브기네에 갔을 적이었다. 2층에서 관람객의 눈을 잡아끈 유물은 남빛 유리병이다. 위아래 빛깔에 농담의 뉘앙스가 없어서 속에는 술 같은 액체가 들어 있지 않은 병임을 알 수 있었다. 포도주를 담아놓고 마시더라도 아름다움에 목이 멜 듯하다고 와인을 좋아하는 남편과 함께 온 부인이 운을 뗐다. 자택 거실 진열장에 빈티지 와인 병들이 줄을 서 있기에 박물관 유리병의 곡선이 신비로움을 알아챘다. 술독에 빠져 사는 남정네를 남편으로 둔 여인은 술병이라면 미를 따지기는커녕 손사래를 칠 것이다.
안내자는 술병이 아니고 눈물을 받아서 담아 두는 병이라고 설명했다. 남편을 싸움터에 내보낸 여인이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기를 빌며 흘린 눈물을 거두어 간직해 놓는 병이었다. 여자의 눈물이 무기에서 탈바꿈하는 순간이다.
남태평양 타히티 섬 등 해외 관광지를 부부가 함께 다니며 찍은 사진에 글을 쓰는 사진작가 부인이 이런 눈물 병 이야기를 성서에서 보았다고 해서 화제에 살이 붙었다. 시편 56장 8절에 나오는 것은 '나의 눈물을 당신의 병에 담으소서'. 밤마다 눈물로 침상이 뜨고 요를 적신다는 이야기도 시편 앞쪽인 6장 6절에 나온다고 덧붙였다. 목이 길어서 슬퍼보일지도 모르는 병이다. 목 선이 어떻다고 꼬집어서 말하기가 어렵다. 병은 술병이나 눈물 병의 쓰임새를 떠나서 그 자체로 장인의 솜씨가 드러나는 예술품이었다.
_에밀리 브론테 시에 눈물이 보이는 것이 있어요.
내 가슴 속에 거짓이 들어 있었다면
가시밭길이 내 앞에 놓이지 않았으리
이 마음이 제 쉼터를 잃지 않았으리
이 눈물이 흘러내리지도 않았으리
Had there been falsehood in my breast
No thorns had marred my road
This spirit had not lost its rest
These tears had never flowed
1818년 7월 30일 생 에밀리 브론테가 이 시를 쓴 날짜는 1843년 7월 26일이고 며칠 밤만 지나면 만 스물다섯 살이 돼요.
_이십대 에밀리의 치열한 정신에 온몸이 시리구나.
_거짓을 거부했기에 가시밭길을 가고 마음은 쉼터를 잃고 눈물은 흘러내린 것을 역설적으로 표현했어요.
_에밀리 브론테 소설에서 눈물 장면을 보자꾸나.
_식탁 앞에서 식사를 하다가 갑자기 무슨 생각에 눈물이 그만 으흑 쏟아지려 해요. 그런 모습을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지요? 노하우(?)를 한 가지 소개해 놓았네요.
스러시크로스(Thrushcross) 저택에 사는 린턴(Linton) 댁 오누이가 워더링 하이츠(폭풍의 언덕) 집 크리스마스 파티에 초대되었을 때이지요. 캐서린과 그녀의 오빠 힌들리(Hindley)가 식탁에 보이는군요. 히스클리프 소년은 빼놓았어요. 캐서린이 고기를 한 조각 입으로 가져가고는 포크를 내려놓아요. 무슨 생각에 목이 메는지 얼굴빛이 붉어지네요. 눈물이 쏟아지기 직전의 상황이에요. 캐서린은 포크를 바닥에 떨어뜨려 놓고 줍는 동작을 하고 테이블클로스가 얼굴을 가려주네요. 우는 얼굴이 안 보이네요. 이 상황에서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생각한 듯해요. 캐서린이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히스클리프는 다락방에 갇혀 굶기는 벌을 힌들리로부터 받고 있었다는군요.
She lifted a mouthful to her lips; then, she set it down again: her cheeks flushed, and the tears gushed over them. She slipped her fork to the floor, and hastily dived under the cloth to conceal her emotion.
('Wuthering Heights' 7장에서.)
새 사진을 찍고 들어오는 남편이 눈물과 한숨이 나오는 시와 노래를 소개하고 싶어했다.
_시인이 누구이고 작곡가는요?
_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시에 로베르트 슈만(Robert Schumann)이 곡을 붙인 '디히터리베(Dichterliebe, Op.48), 시인의 사랑' 제2곡이야.
내 눈물에서
많은 꽃눈이 트고
내 한숨은
밤꾀꼬리 가락 되네.
소녀여, 날 사랑해다오.
꽃을 다 바치리.
그대의 창 앞에
밤꾀꼬리 노래 들려오리.
Aus meinen Tränen sprießen
viel blühende Blumen hervor,
und meine Seufzer werden
ein Nachtigallenchor,
und wenn du mich lieb hast, Kindchen,
schenk' ich dir die Blumen all',
und vor deinem Fenster soll klingen
das Lied der Nachtigall.
_밤꾀꼬리(나이팅게일)가 나오지?
_새소리가 궁금해요.
_다음 주소를 클릭하여 새 사진 왼쪽 아래 옆에 보이는 음표와 귀가 그려져 있는 곳과 새 사진 사이에 마우스를 대고 클릭해보자. 몇 초만 기다리면 나이팅게일의 고운 노래가 들린다.
http://digilander.libero.it/verdecammina/usignolo.htm#
_새 생김새는요?
_나이팅게일 새 사진을 찾아나섰어. 프랑스 에르베 미셸(Hervé Michel) 님이 담은 사진이 인상이 깊었어. 클릭해봐. http://snipurl.com/hwsx
_박경리(朴景利, 1926~2008) 대하소설 '토지'(土地)에 밤꾀꼬리가 나와요.
숲에서 밤꾀꼬리의 울음소리가 청아하게 들려온다. 밤은 깊어진 모양이었다.
"어, 갈증난다."
칠성이는 방문을 열고 밖으로 나온다. 한낮의 열기가 어느새 식어버리고 썰렁한 야기(夜氣)가 가슴에 와닿는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1부 2권 119쪽에서.)
_꾀꼬리는 밤에 활동하지 않기에 소설 '토지'에서는 '밤꾀꼬리'라는 새 이름을 쓴 듯해. '최신한국조류명집'(윤무부 저)에 '밤꾀꼬리'가 올라가 있지 않아. '밤꾀꼬리'는 정확하게는 무슨 새라고 고쳐야 할까? 청아한 울음소리의 정황으로 봐서 '호랑지빠귀'가 맞다고 봐.
_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조피) 무터가 좋아하는 새가 나이팅게일이라고 제 홈페이지에 밝혀놓았더군요.
_나이팅게일 라틴어 학명이 루스키니아 메가륑코스(Luscinia megarhynchos)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