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따스해진 촉감이 총총 들어박히는 햇살이 쌓이는 아침, 모락모락 더운 김이 오르는 모닝커피에 큰 힘을 주지 않아도 바삭바삭 부서지는 감촉을 주는 크래커를 곁들이고 크래커가 화제에 올랐다.
_크래커(cracker)는 블랙 해커(black hacker)이죠. 범죄자이죠.
_해커는 화이트 해커이네. 
_해커는 컴퓨터 보안전문가이지요.
_옳고 그른 것이 흑백으로 나타났어.
_청홍 대비도 시각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요.
_예를 찾아볼까.
_푸른 플라스틱 화분에 줄줄이 고추를 심어놓았다. 고추가 빨갛게 익어 매달려 있었다. 작가님 글이에요.
_일본 하이쿠 시인 바쇼가 고추를 갖고 하이쿠 한 수를 읊었지. 의역, 음역, 직역 순으로 해볼게.

 

의역
시작이 미숙하여 푸르더라도  
때가 오면 원숙하여 붉어야 할 것을
고추

음역
아오쿠테모
아루베키모노오
도-가라시

 

직역
푸르더라도
그러하여야 할 것을
고추 
 

1692년 가을, 바쇼(1644년생) 마흔아홉 때였어.   

 

남편이 커피 냄새를 즐기면서 새 이야기로 입을 떼고 싶어했다. 딸이 운을 뗐다.  

_고추와 새 이야기 해주세요. 

_고추 두 줄 사이에 참깨 한 줄을 심어 놓은 초미니 밭뙈기에서 나무로 서둘러 날아오르는 새가 있었어. 청딱따구리였어. 앞이마가 붉은 색인 것이 눈에 띄었지. 수컷. 부근의 나무에도 또 있었어. 역시 앞이마에 붉은 색이 보였어. 

_한 번만 보셨나요? 

_닷새 뒤였어. 참새와 까치에게 눈인사를 보내고 산자락 2차선 포장도로를 건너고는 도로를 따라 좀 올라와 산신제터 약수터 어귀로 들어서는데 "키욧~ 키욧~" 씩씩하게 인삿말을 건네는 새가 있었어. 소리만 들어도 반가운 청딱따구리였어. 언젠가 TV 연속드라마 '무인시대' 어느 회분 내내 배경음악처럼 한 가지 새 소리가 줄곧 들리어서 독서광 친지가 무슨 새인지 궁금해하셨어. 이 친지는 새 소리를 궁금해하셔. 문제의 새는 청딱따구리였어. 촬영장이 문경(경북) 산속이라서 새 소리는 서비스처럼 들어가는 것 같았어. 

_청딱따구리는 라틴어 학명이 피쿠스 카누스(Picus canus)이네요. 명명자가 크멜린(Gmelin)이고 1788년에 붙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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