옅은 안개가 책을 읽을 적에 끼어 들어오는 아기처럼  풍경 사이에 끼어 들어차는 아침이었다. 아기를 재우고 책 읽을 짬을 짜듯이는 안 되는 안개였다. TV 화면에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 영화를 올리고 책을 읽을 적에 끼어들던 아기가 숙녀가 되어 모녀가 같이 보았다.  
_고양이 하고 같이 사네요. 귀여워요. 
_고양이에게 이름을 안 지어줘 이름이 없어. 집 없는 고양이를 데려다 키웠네.   
_티파니 보석상 앞에서 든 아침 메뉴가 커피 하고 뭐였을까요?
_정답을 알려주는 자료가 있어.

DVD 부록에 영화 주인공 오드리 헵번(Audrey Hepburn)이 스위스 제네바(Geneva) 호수와 융프라우요흐(Jungfraujoch) 길목 인터라켄(Interlaken) 중간쯤 있는 독일어권 휴양지 크슈타드(Gstaad)에서 뉴욕 티파니 보석상(Tiffany & Co.)에 띄우는 편지가 실려 있었다. 티파니 일 세기 반 기념 책이 1987년에 출판되고 머릿말을 오드리 헵번이 써넣어 보낸 편지였다. 영화에 출연하면서 티파니에서 아침을 먹은 에피소드를 썼다.

티파니 보석상 앞에서 아침으로 커피와 크루아상을 먹어봤다고 몇 사람이나 말할까.
how many say they've had coffee and croissants at Tiffany's

_헵번은 메뉴가 간단하고 장소가 희귀한 아침을 들었어요.
_머릿말 끝에 이런 말도 썼어.

일 세기 반이 지나도 티파니는 주름살 하나가 없다. 품위는 나이를 먹지 않는다!
after 150 years you don't have a wrinkle--but then, class doesn't age! 

_품위(class)란 표현이 좋네요. 예문을 뭘 들까요?
_She has class. 그녀는 품위가 있다.

_두 사람은 서로의 그림자처럼 보여 누구도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앉을 생각 같은 건 하지 못하게 하는 분위기였다. 작가님 글이에요.
_서로의 그림자, 재미있네. 도스토옙스키 '카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에 나오는 그림자도 한번 볼까.
어느 프랑스 인이 지옥을 이렇게 묘사한 적이 있지. '나는 빗자루 그림자로 마차의 그림자를 청소하는 마부의 그림자를 보았다.'
(도스또예프스키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열린책들, 이대우 옮김) 제1권 4.)
_그림자만 있는 세상을 상상해보네요.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어떨까요.
_주인공이 그림자를 팔고 그림자가 없는 사람이 되어서 겪는 이야기를 다룬 문학작품이 있어. 아델베르트 폰 샤미소(Adelbert von Chamisso)가 1827년 내놓은  '페터 슐레밀의 기이한 이야기'(Peter Schlemihls wundersame Geschichte).
_독일어 제목에서 'Peter Schlemihls'가 '페터 슐레밀의' 뜻인데 's가 아니네요.
_영어와 달라서 독일어는 그냥 s를 붙이고 '~의' 뜻이 돼.
_해가 그림자를 빚어내는 이야기가 <테스>에 나오고 에밀리 브론테 소설에서는 달이 만드는 그림자 이야기가 있어요.

해는 이 인내심 있는 소들이 늘어서 있는 줄 뒤에 제 몸을 낮추며 벽 안쪽에 정확하게 소 그림자를 빚어냈다.
(토마스 하디 소설 '테스', 16장에서.)
[while] the sun, lowering itself behind this patient row, threw their shadows accurately inwards upon the wall.

날은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다. 달이 뜰의 높은 담장 너머로 내려다보며 건물의 수 없이 울퉁불퉁한 데가 있는 모서리에 숨어 있고 딱히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에밀리 브론테 소설 '폭풍의 언덕', 10장(1부 10장)에서.)
It had got dusk, and the moon looked over the high wall of the court, causing undefined shadows to lurk in the corners of the numerous projecting portions of the building. 

_그림자 이야기가 '테스'와 에밀리 브론테 소설에서 낱낱이 대조를 이루고 있네.  

남편은 개울가 물새를 보고 새에게서 해가 빚어낸 해그림자와 물이 비춰낸 물그림자를 한꺼번에 찍은 사진 이야기를 꺼냈다. 물과 뭍에서 그림자를 다 가지는 행운을 누린 새 이름에 딸은 호기심을 가졌다. 
_물새 이름이 뭐였어요?
_백로 중에 쇠백로보다 키가 큰 중대백로였어.
_백로 키 순서가 어떻게 되나요?
_쇠백로 < 중백로 < 중대백로 < 대백로. 중대백로와 대백로는 같은 종이고 아종(subspecies) 관계야. 아종 이야기를 할게. 사람의 라틴어 학명이 호모 사피엔스
(Homo sapiens)이고 아종으로 네안데르탈 인 호모 사피엔스 네안데르탈렌시스(Homo sapiens neanderthalensis), 현재 지구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Homo sapiens sapiens)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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