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안개가 바특해지고 있었다. 기상청 속보가 0시 현재 통일로 수평시정(가시거리)이 0.1km임을 알려주었다. 통일로 노선버스 장기근속 기사는 노선의 도로신호등 체계를 외고 도로가 어디서 꺾이고 어디로 휘이고 어디까지 굽는 줄 알고 안개를 아랑곳하려는 듯 소몰이 속도를 누릴 것이다. 통일로 친지에게 간 남편이 전화로 집에 못 들어온다고 알려왔다. 친지라는 분이 줄담배를 피운다는 점에 실내 환기를 환기하고 전화기를 제 집 빈 자리에 갖다놓았다. 집 안 빈 자리가 커졌다.
이번 안개는 어제 내린 비로 인해 대기중에 수증기가 많이 공급된 상태에서 복사냉각에 의한 수증기가 응결되면서 발생한 것이라고 기상청이 국민의 궁금증을 덜어줬다. 이 안개는 오늘 아침까지 조금씩 강화되다가 오전에 기온이 상승하면서 점차 소산되겠으니, 교통안전에 각별히 유의 바랍니다 하고 말로 단단히 부탁하였다.
딸이 자동인형처럼 앉아서 양 눈을 비비고 있었다. 모녀가 밀랍인형처럼 서서 딸이 제 뺨을 엄마 것에 끌어당기고 비볐다. 엄마는 딸에게 볼우물이 파이고 있음을 알았다. 딸이 볼우물에서 미소를 길어올리고 집 안 빈 자리를 채워나갔다.
_[전략] 내 뺨과 이마에 입술을 갖다댔다. 따뜻하고 산뜻했다. [한 줄 띄우고] 멀리 밤의 산 능선은 포악한 동물 형상이었다. [후략] 작가님 글에서 갖고 왔어요.
_'따뜻/산뜻'에서는 경쾌하고 영롱한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곡을 듣고 포악한 동물 형상을 띤 밤의 산 능선에서는 프로코피예프 작곡 '피터와 늑대'에 나오는 늑대의 주제 가락을 들려주는 호른 석 대 음향이 울려.
_에밀리 브론테 시 한 수를 읊어볼게요.
마음이 슬프고 지치더라도
여기서 눈을 붙여 어쩌랴.
날이 어둑어둑하고 쓸쓸하더라도
여기서 눈을 붙여 어쩌랴.
What use is it to slumber here:
Though the heart be sad and weary?
What use is it to slumber here
Though the day rise dark and dreary
해가 높이 솟을 적에 저 안개비는 걷히고
이 마음은 제 슬픔을 잊으리니,
막을 내리는 하루해가 펴 보이는 장밋빛에
더 밝은 내일을 다짐하리니.
For that mist may break when the sun is high
And this soul forget its sorrow
And the rosy ray of the closing day
May promise a brighter morrow
_시의 분위기에다 'promise'란 말에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의 '눈 내리는 저녁에 숲가에 서서'(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가 생각나지 않니?
_끝나는 부분에 나왔죠.
여기가 누구네 숲인지 알고 있어.
숲 주인은 저기 마을에 있잖아.
내가 제 숲에 눈 쌓이는 걸 눈여겨보려고
여기 서 있을 줄 모르리.
[중략]
말방울 소리 흘러가는 사이
실바람 스치는 소리에 솜털 같은 눈송이 내려앉는 소리.
숲은 아름답고 어둡고 깊은데
난 지켜야 할 약속이 있고,
잠들기 전에 십 리쯤은 더 가야 해.
잠들기 전에 십 리쯤은 더 가야 해.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