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작가의 일일연재를 옮겨 적으며 실실 웃고 있었다. 작가가 독자의 어깨를 짓누르고 가슴을 옥죄는 죽음을 다루다가 종종 긴장을 풀어주는 유머 담긴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_'축 처진 네 어깨를 보니 내 가슴이 아프다.' 할 것을요.
_'축 처진 네 가슴을 보니 내 어깨가 아프다.' 했단 말이지.
_작중인물의 유머가 작가님의 유머 감각을 전해줘요.
실없는 농담으로 노닥노닥하다가 실속 있는 진담으로 진행되었다.
_결혼식장에 갔을 때였어. 나이 지긋한 아주머니들이 낮은 말소리로 신랑과 신부 사이에 오가는 눈빛을 보고는 딸 낳겠다고 예측을 해. 십중팔구 맞아떨어져. 사랑에 취하면 딸을 낳기가 쉽다는 것이지.
_나뭇꾼과 선녀 사이에 아기가 둘 태어났어요. 남자아기 하나, 여자아기 하나, 반반이었을까요?
_나뭇꾼이 밤늦게 들어오거나 멀리 나무하러 가서 며칠씩 걸리면 아들만 둘 두었을 거야.
_딸만 둘일 때는요?
-늘 일찍 집에 돌아오는 나무꾼이 선녀와 사랑에 취한 경우이겠지.
_딸만 셋인 집은 그 엄마가 사랑에 고주망태가 되었겠네요?
_사랑은 고차원이고 술은 저차원이지.
_나는 딸이니까 엄마와 아빠가 사랑에 취해서 날 낳았겠네요?
_아빠가 일찍 집에 들어오던 시절이었어. 만날 유머를 한 가지 내놓았어. 유머가 특히 재밌는 날은 흰 봉투를 같이 내놓는 때였어.
_부자의 농담은 항상 우습다는 말이 있어요.
_네가 좋아하는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가 쓴 소설, 흔히들 <폭풍의 언덕>이라고 하는 <워더링 하이츠(Wuthering heights)>에서는 자녀 낳기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자.
_먼저, 여주인공 캐시(Cathy)는 히스클리프(Heathcliff) 대신 지주이며 치안판사인 린턴(Linton)과 사랑에 취하네요. 딸 캐서린(Catherine)을 낳죠. 캐시는 린턴과 사는 집을 부서진 감옥이라고 했어요. 출구가 저 세상으로 통했어요. 캐시가 린턴보다 먼저 무덤을 써요.
_히스클리프는 린턴의 여동생 이사벨라(Isabella)와 야반도주를 하여 정략결혼을 하는데 아들을 낳네. 이들 사이에는 파국이 따르지. 히스클리프가 이사벨라를 결코 좋아해서 결혼한 것이 아니니 어쩌면 예정된 수순인지도 몰라. 이사벨라가 히스클리프보다 앞서 세상을 떠나.
_워더링 하이츠 원 주인인 언쇼(Earnshaw) 네의 아들 힌들리(Hindley)가 외지에 공부하러 나갔다가 언쇼 씨 장례일에 돌아오는데 아가씨 프랜시스(Francis)를 데리고 들어오죠. 미천한 집안에 좀 모자란데다가 몸도 허약한 것으로 보고 있네요. 고향에 돌아온 힌들리도 몸이 여위고 얼굴빛도 안 좋다고 표현해놓았어요. 프랜시스는 늘 앉아 있을 곳에 왔다갔다할 공간이 있는 거실을 쓰겠다는군요. 이리하여 별실을 꾸미려는 계획은 포기되지요. 사랑에 취할 여건이 안 갖춰지는 셈이네요. 프랜시스는 아들 헤어턴(Hareton)을 낳아요. 사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지나서 헤어턴과 캐서린이 결혼을 올리는 이야기가 나오죠.
모녀가 목욕탕에 간 날이었다. 여자들이 목욕탕에 몰려들 왔었다. 목욕하는 나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탕의 인구밀도가 높았다. 이웃에 할머니가 앉았다.
_딸이유?
_맞아요.
_양파를 양쪽에 올려놓은 것두 똑같네유.
물려준 유전자로 엄마의 몸매가 딸에서도 되살아났다. 얼굴만 아니라 양파 가슴까지도 닮았다.
남편이 TV 여행 전문 채널에서 러시아 모스크바(Moskva, Moscow) 크레믈린(kremlin) 궁전을 멀리서 가까이서 잡은 장면을 보다가 둥근 지붕인 돔이 모여 있는 곳을 가리켰다.
_모두 양파들을 올려놓았어.
_똑같네.
_맞아요.
모녀가 맞장구를 치면서 웃었다. 남편이 말한 크레믈린 궁전의 양파 모양 돔 이야기에 목욕탕에서 만난 할머니의 양파 가슴 표현이 생각났던 것이다. 모녀 속도 모르는 남편이 덩달아 웃으면서 자기가 빌려온 양파의 비유가 반응이 좋은 것으로 알고 앙코르처럼 반복해 모녀가 박수를 치고 남편의 손뼉에 이날 천장에는 천둥이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