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딸은 엄마의 주니어  


엄마가 딸의 팬이 되어서 딸을 바라보고 있었다. 딸이 엄마의 주니어이고, 엄마가 딸의 시니어라는 생각을 하는 요즘, 딸이 태어날 때부터 듣고 학교에서 익히고 소설에서 배운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 이야기의 힘이 좋아 좋아하는 작가가 날마다 올리는 일일 연재소설을 대사 읊조리듯 읽기와 일기 쓰듯 옮겨 적기를 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작가가 누구니 하는 물음에 전에는 통성명하듯 성과 이름을 알려 주었고 요새는 그냥 작가님이란 말로 통했다.
 
새벽잠이 없는 할머니처럼 닭이 아침해보다 앞서서 기지개를 길게 켜듯 홰를 치는 때, 딸이 첫새벽에 깨어나 글쓰기 일을 한다는 작가가 새벽녘에 단 댓글을 읽고 나서 이른 아침의 식탁에서 스무고개를 넘어보자고 했다. 동네 뒷산에 살거나 앞내에 놀러오는 새들과 인사를 트고 지내는 듯한 남편도 흥미를 보이며 첫 발을 장진하고 과감히 발사했다.


_광물성?
_아뇨.

대답과 동시에 다음 고개를 넘었다.
_동물성?
_아뇨, 두 고개요.

식물성으로 실마리를 풀어나가야 할 문제이겠다.
_풀?
_아뇨, 세 고개요.

나무라고 봐도 나무랄 데가 없겠고 바로 나뭇잎을 밝혀 보았다.
_바늘잎이니?
_아뇨, 네 고개요.

활엽수라는 것을 겨우 알아냈다.
_겨울이 있는 지방에서도 자라니?
_아뇨, 다섯 고개요. 

 

따뜻한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이겠고 우람할지도 모른다.
_우러러볼 정도로 자라니?
_아뇨.

힌트가 될 느낌이 꼬리를 흔들며 돌아다닌다.
_꽃이 예쁘니?
_네.

관상 가치가 있는 나무다.
-가로수로 심기도 하니?

_네. 
방향이 제대로 잡혀간다.
_제주도에도 있니?
_네.

비엔나(Vienna) 왈츠라도 틀어 듣는 기분이다. 청렴한 지도자 호지명(호치민, Hochiminh)의 힘이 끈질겼던 나라로 날아갔다.  
_베트남(Vietnam)에도 있니?
_네. 

 

유럽으로 슬그머니 지리를 짚었다.
_스페인(Spain)에도 있니?
_네.

남편이 스페인에서 찍어온 풍물 사진을 가족이 둘러앉아 본 생각이 났다.
_아빠가 사진 찍은 적 있니?
_네.

남편이 스페인 여행 중 수도 마드리드(Madrid)로 가는 길에 고도 코르도바(Cordoba) 부근 주유소에서 일행이 탄 대형버스가 값싼 햇살 아래 비싼 기름을 꾸역꾸역 먹는 동안에 종탑을 왼쪽으로 몰고 비둘기 날아가는 것을 화면 1/3 위치에 잡은 담은 사진에서 아래쪽에는 예쁜 꽃을 피우고 크지 않은 가로수가 있었다. 남편이 벌써 감을 잡고 고개를 빠르게 넘어갔다.
_버들잎처럼 잎이 생겼니?
_네.

목표물이 보란 듯이 나타났다.
_복숭아꽃처럼 꽃이 피니?
_네.  

목표물로 꽂히는 유도미사일이 따로 없었다. 
_유도화,

꽝?
_쾅! 

맞췄다.
 

버들잎이 나고 복숭아꽃이 피는 나무 이름은 유도화였고 협죽도라는 이름도 있었다. 18세기에 린네가 네리움 올레안데르(Nerium oleander)라는 학명을 붙여주었다. 캠핑장에서 학생들이 가지를 꺾어서 살코기를 꿰어 구워서 양파를 곁들여 먹기까지는 괜찮았고 고기에 배어든 유도화 가지에서 나온 유독물질에 탈이 나 구급차를 타고 갔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보기만 하고 만지지는 말 것에는 유도화가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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