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알라딘연재소설님의 "[신경숙 소설] 어디선가 끊임없이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제98회"
평온했던 거리에 느닷없이 폭풍이 일고 소란스럽게 툭탁거리며 우박이 내리쳤다. 사람들은 황급히 외투나 서류가방 등으로 얼굴을 가렸다. 전염병을 만난 듯 사방의 문과 상점 차양 밑으로 사라졌다. 놀랍게도 인도가 순식간에 텅 비었다. 나는 방금 신호가 바뀐 건널목을 혼자 건넜다. 우박이 아스팔트와 달리는 차체 위로 튀며 유리잔 깨지는 소리를 냈다. 길을 건너자 우박을 피할 수 있는 버스정류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사람들의 얼굴에 퍼져 있던 무표정이 일시에 사라지고 없었다. 꼼짝없이 발이 묶여 긴장한 표정으로 차양 밑으로 피한 사람들을 비웃듯 우박은 또 순식간에 기세를 낮추더니 완전히 멈췄다.
작가님 글에서.
우박이 정지한 아스팔트에, 달리는 차체 위로는 유리잔 깨지는 소리를 내며 튀었네요. 우박 쏟아지는 순간의 버스 정류장 풍경이 영화 화면을 보는 것 같네요. 우박이 떨어지는 장면을 묘사하는 글을 찾아보고 대조해보고 싶을 정도로 박진감에 가슴이 벅찬 묘사에 즐겁습니다. 우박과 버스정류장 테크닉으로 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