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자본과 청소년 팬덤문화 - 문화와 트렌드 8 아로리총서 28
나재은 지음 / 지식의날개(방송대출판문화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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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연예인 덕질인 '팬덤문화' 중에서도 청소년의 팬덤문화를 '사회자본'이라는 개념으로 풀어낸 책

 

사회자본이란, 상호 간 면식과 인정이 다소간 제도화된 관계들의 지속적인 네트워크의 소유에 연계된 자원의 총합을 말한다.

- 부르디외(Bourdieu)

 

사실상 첫 번째 챕터인 '사회자본'에 대한 내용이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부르디외, 콜먼, 퍼트넘 등 왠지 중간고사에 나올 것 같은 학자 이름부터 시작해서, 사회자본을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개념들이 함께 등장한다. 사회자본의 정의하는 단어조차 쉽지 않아서 그런지 전반적으로 논문 한 편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긴 하지만, 그 외의 챕터에서는 일상적인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있어서 훨씬 이해하기 쉽다.

 

팬덤문화란 무엇인지, 그리고 청소년의 팬덤문화를 사회자본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지막 챕터인 아들러의 심리학으로 청소년의 팬덤문화를 분석하는 부분이 흥미로웠다.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팬덤문화 속에서 사회관계를 맺고 만족감을 얻는다고 하는데, 아들러 심리학에 대해서는 사실 잘 모르겠지만 다양한 해석의 방법이 있는 게 좀 특이했달까.

 

청소년 팬덤문화에 대해 긍정적인 면이나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설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리고 기존의 오프라인 기반의 관계에서는 찾지 못하는 '신뢰', '호혜성(상호작용)', 그리고 '네트워크' 같은 사회자본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작가님의 바람이 엿보인다고나 할까. 여담이지만, 왠지 SNS를 사회자본에 비교해서 해석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학생들에게 학교 가는 재미를 만들어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친구 관계를 회복하도록 해 주는 것이고 그 도구 중 하나가 좋아하는 연예인에 대한 이야기, 팬덤활동을 통한 정보 공유와 지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팬덤활동을 허용해 주되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고 학업과 잘 병행하도록 도와주는 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분명히 하고 싶었다.

-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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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사냥꾼 천봉이
권오단 지음, 허은선 그림 / 산수야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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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불국사의 극락전, 그곳에서 서까래를 받치고 있는 황금돼지를 본 적이 있나요? 과연 이렇게 소소한 부분에서도 이야기는 시작하는구나, 하고 작가님의 설명을 따라 책을 펼치면, 그곳에서 우리는 민준이라는 아이를 만나게 되지요.

돼지띠 민준이는 스마트폰 중독이라ㅋ 밤마다 엄마에게 뺏긴 스마트폰을 되찾아 친구와 열심히 게임을 하곤 했는데요. 보다 못한 엄마의 추방(!?)으로 스마트폰을 압수당한 채로 불국사로 템플스테이를 떠나게 됩니다. 그곳에서 민준이는 서까래 아래의 황금돼지와 눈을 맞추게 되고, 자신을 '천봉이'라고 소개하는 저팔계를 닮은 이 아이를 만나게 된 그때부터 주변 사람들의 머리 위에 붙어있는 '심마'라는 존재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천 마리의 심마를 없애야만 하늘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천봉이, 과연 민준이는 천봉이와 함께 심마를 없앨 수 있을까요?

책을 읽다 보면 민담에 등장하는 요괴인 어둑시니나 조선시대에 심마에 사로잡힌 왕세자, (바로 사도세자를 말하는 것 같지요?) 등 역사적 또는 신화적인 소재가 은근슬쩍 가미되는 게, 배경은 현대적이면서 소재는 코리안 판타지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요. 아이들이 이런 요소들을 잘 발견해서 상상력을 키워나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네요ㅋ

저는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달까, 인간적으로 느껴졌던 부분이 민준이가 천봉이를 도와서 심마를 잡아야 할까? 하고 내적인 고민을 하던 때인데요. 누구나 이타심보다는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하는 게 당연한 거고, 남을 돕는 게 싫다기보다는 나를 희생하는 것이 다소 꺼림칙하게 느껴지는 건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아이들의 고민을 "무조건 남을 도와야 한다."라는 강압이 아니라 나의 마음과 우리가 지녀야 할 바람직한 마음 사이에서 시간을 갖고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해 볼 수 있도록 한 게 좋았어요.

지금은 코로나 시국이라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그래도 심마를 줄이거나 없애기에는 운동과 책 읽기만 한 게 없다고 하죠? ㅋ 심신이 모두 건강한 아이들이 살아나갈 세상이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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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파업 중 이마주 창작동화
프라우케 앙겔 지음, 슈테파니 브리트나허 그림, 박종대 옮김 / 이마주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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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목은 《엄마는 파업중》인데, 책에서는 엄마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 그런 그림책. 왠지 책에서 유일하게 주석이 달려있는 《톰과 제리》처럼 동물만 얼굴이 노출되는 컨셉인 것 같다. 무려 사진에서도 엄마와 아빠의 모습은 얼굴을 날려버리고 안고 있는 고양이만 클로즈업되어 있는 게,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체셔캣을 보는 느낌도 드는데... '엄마는 슈미츠 고양이처럼 사라졌어.'라는 표현도, 독일식 관용구인지 아니면 문화적인 차이에서 오는 느낌인지. 참 묘한 기분을 준다.

여튼, 책의 주제 자체는 굉장히 공감. 집안일은 엄마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라는 것. 그런 의미에서 책에서는 '파업중인 노동자'로 엄마를, '일을 시키는 사장님'을 아빠로 대변하는데... 옆집의 싱글대디 마리네 집이나 학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나머지 모든 가족이 함께 감당해야 하는 몫으로 집안일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아빠가 없을 때 열심히 청소하고 있는 마리의 모습과 마리를 사장님으로 지칭한 마리 아빠의 파업은 다소 의아한 부분이 있음)

파업중인 엄마는 TV에도 출연하지만, 어떤 부분 때문에 TV에까지 나오게 되었는지. 뭔가 그런 디테일한 부분에서의 내용이 생략되어서 어른인 나의 이해가 많이 딸리는 때가 많았다. 같은 부분을 2-3번씩 반복해서 읽었지만, 여전히 잘 이해가... 파업을 해야만 요가를 할 수 있고, 무조건 파업을 외치는 게 능사인가 하는 생각도ㅋ

파업이라는 단어를 처음 알게 되고, 집안일은 누군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 나이인 고학년들이라면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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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아이들 상상 고래 11
임지형 지음, 김완진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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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이 아이들에게 젊음을 사서 어려진다는 모티브의 소설은 종종 있지만, 갑자기 노인이 된 아이들이라니...! 과연 책 속에서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꿈과 희망의 상징인 아이들이 어느 순간 스마트폰을 24시간 붙들고 있고, 무표정한 낯으로 “꿈이요? 건물주요!”라고 외치며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학원이 끝나면 또 다른 학원으로 향할 때. (요즘에는 그나마도 코로나로 다 홈스쿨링인 듯) 과연 이것이 아이들의 현주소인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든다.

이런 현실적인 모습들이 멀지 않은 책 속의 세계를 살아가는 아이들도 꿈을 잃고, 스스로 무언가를 이루겠다는 의지조차 잃어가고 있는 그 때... 아이들은 이유를 알수없는 병으로 갑자기 노인이 되었고, 정부에서는 변해버린 아이들을 은폐하기 위해 격리수용시설에 보내게 된다. 해찬이 또한 그렇게 끌려온 갑자기 노인이 된 아이들 중 하나, 갑자기 늙어버려 힘에 부치는 체력과 주름이 가득한 얼굴이 여전히 적응되지 않는다. 시설에 머무를 수록 상황이 악화될 뿐, 나아지지 않는다는 생각에 해찬이는 B821호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수용소 탈출을 시도하는데...

내가 어렸을 때는 어린이 책이라면 마냥 안데르센 동화... 이런 것만 생각했는데, 최근 다시 찾아보고 있는 동화는 오히려 시대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게 많았다. 스마트폰과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 학원에서 학원으로 이동하는 아이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절대 꿈과 아이다움을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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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센스 노벨
스티븐 리콕 지음, 허선영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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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술기운에 격앙된 맥샤무스는 귀리로 만든 비스킷으로 맥귀너스의 관자놀이를 때려서 죽였다.

- p.111

지쟈스... 이게 무슨 갑자기 비스킷 살인사건ㅋㅋㅋ 이 책은 짧은 단편소설 모음집인데 이야기가 마치 의식의 흐름처럼 이어지다. 근데 뭐랄까... 갑자기 배 속에 혼자 잘 숨어 있다가 조난을 당하고, 시체처럼 생긴 걸 건졌더니 마침 여자야. 그리고 이상한 포인트에서 사랑이 싹트더니 알고 보니 쌍방 불륜이야? 뭐 이런 꿈같은 전개가 총 8번 반복된다. (= 이 책은 8개의 단편소설로 이뤄져 있다.)

1900년 전후하여 미국에서 한 끗발 날렸다는 유머작가가 이 책의 저자인데, 마치 최불암 유머집을 문방구에서 사 읽으며 꺄르르, 웃었던 내 어릴 적 유년시절의 기억을 되짚어보는 것 같달까.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기에서는 원어에서 아마 찰지게 쓰였을 언어유희를 발견하기 힘들다는 점과 아이들에게는 초큼 과격할 수도 있는 표현이 있다는 것 정도랄까?

재미있는 것은 시대를 뛰어넘어서 여전히 사용되는 클리셰가 있다는 것이랄까. 조난당한 후에 무인도에서 싹트는 사랑은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잘 팔리는 소재로 이미 활용되고 있고, 동면 후 미래 세계와 조우하는 비슷한 흐름의 (꽤 재미있는) 영화도 찾을 수 있을 듯. 물론, 이 책에서는 그 흐름, 즉 연결고리가 굉장히 '난센스'적으로 엮여 있기 때문에 그게 유머 포인트로 작용하지 않나 싶네.

물론, 두 번이나 읽었지만 여전히 이해가 잘되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미궁의 살인사건은 사실 잘 이해가 되질 않음) 상황적으로 아이러니나 풍자를 잘 느낄 수 있는 내용이 많아서 피식, 피식 웃었던 것 같다. 왠지 영어를 조금 더 공부했더라면, 원어로 찾아보고 언어적인 유희를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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