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캑터스
사라 헤이우드 지음, 김나연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11월
평점 :

선인장 가시처럼 까칠한 여성의 이야기,
라고 해서 이 책을 골라들었던 것 같다.
나 또한 선인장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친숙하고 매운 그 향기에 이끌렸던 것 같다.
한 여성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읽어나간 이 책은
생각보다 까칠하지 않은
주인 앞에서 가시를 내린 고슴도치 같은 책이었다.
그렇게 읽은 이 책 <캑터스>를
'선인장 같은 여자가 만들어내는 가족 이야기'로 소개할 수 있겠다.
-
<캑터스>는
겹치는 시련으로 이끌어지는 이야기였다.
장례식과 임신, 남의 아이를 맡게 되는 일까지.
문제가 겹치면서
극악의 상황 속에서
무너져가는 순간들을 겪는 주인공과 함께하며
이 책에 빠져들게 되었던 것 같다.
마흔다섯에 고아가 될 줄은 몰랐다.
10

그래도
선인장 같은 여자에게
햇살이 비치는 순간들이 있었는데,
그런 순간들이
이 소설의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던 주인공이
공주 놀이를 하는 장면을 들키는 모습은
어두운 분위기에서 환기해주는
예쁜 장면이었다.
나는 <캑터스>에서
이런 예쁜 장면들이 좋았다.





또 좋았던 장면은
여름 휴가 중 완벽한 하루에 대한 이야기.
마치 동화 같은 예쁜 하루가 담겨져있는데,
이 부분이 무척 좋았다.
먹구름만 있어, 잔뜩 흔들리던 순간 속에서
따뜻한 햇살이 잠깐 비치는 그런 순간.
그 순간이 잠깐인 것을 알면서도
영원한 기억으로 남아서
더 아름다운 것만 같은.
인생이 아무리 험난해도
이런 작고 예쁜 순간으로 살아간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려주는 페이지였다.
사막에도 꽃은 핀다, 같은.

앞서 말했듯이
이 소설은 '가족 이야기'로 흘러간다.
표4의 <키커스 리뷰>의 글이
그 지점을 명확히 짚어냈다고 생각하는데,
<키커스 리뷰>는
'가족을 거부했던 한 여성이 결국 만들어내는 따뜻한 가족 이야기'라고 말했다.
나는 그 말을 좀 더 구체화시켜,
'여성'이 '결국!' 만들어내는 '가족' 이야기,
라고 말하고 싶다.
가족 이야기 속에 들어있는 인물 중,
조경 일을 하는 롭이
이 소설에서 제법 중요한 인물인데,
선인장을 다루는 장면도 그렇고,
큐 가든으로 데려가는 장면도 그렇고
햇살 같은 영향이 되어주는 것 같아
책을 읽는 내내 정이 갔던 인물이었다.
그래서 결국 '예스'로 이어지는
가족 이야기가 설득이 되었던 것 같다.
-
그 이외에 또 좋았던 문장들은,
선생님은 마치 진실이 무엇이든 당연히 내가 그렇게 대답할 줄 알았다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161
'안 돼'라고만 말하지 말고, 가끔은 '그래' 하고 무언가를 새로 도전해봐요. 최악이라고 해봤자 무슨 일이 있겠어요? 약간의 창피함, 약간의 어색함이 다예요. 그리고 최선이라고 해봤자, 재미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경험을 하는 거잖아요, 또 알아요? 수잔도 즐길 수 있을지.
291
이성을 다루는 건 개를 훈련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단호하고 끈질기게 훈련시키는 수밖에 없다.
294-295
방심하면 이렇게 된다.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침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 영역이 이렇게 침략당하고 있다.
311
하지만 때로 자기보호가 우리의 눈을 가리는 법이다.
400
"멍청한 거야, 뭐야. 원래 극단적인 상황과 약품에 취했을 때 그런 극단적인 용기가 나는 거예요."
428
선인장 가시처럼 찌르는 말들도 인상적이었고,
가시가 부드러워지게 되는 말들도 좋았다.
-
사라 헤이우드의 <캑터스>는
선인장 같은 여자가 만들어내는 가족 이야기로
생각보다 부드럽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이었던 것 같다.
진흙탕 같은 엉망진창 이야기도 섞여있어
고구마 같기도 하지만,
결국! 만들어내는 가족 이야기는
그래도 좋다는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성장을 담은 이야기를 읽고난 후,
우리에게도 온실의 온기가 닿은 것만 같아서
그 점은 무척 좋은 것 같다.
어떠한 연대의 끈이 따뜻히 다가온 그 느낌.!
<캑터스>는
그런 온기가 있는 책이었다.
:)
-
* 이 글은 위 도서 추천을 목적으로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