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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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기다려온 황정은의 첫 에세이집, 일기 日記

창비의 새로운 에세이 시리즈 '에세이&'의 처음을

황정은의 첫 에세이가 열었다.

에세이를 읽는다는 것은,

그 작가의 세계를 들여다본다고 생각하는데

소설가 황정은이 가진 세계는 어떠할지

궁금함으로 조심스럽게 읽어나갔던 것 같다.



요즘은 거의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일기를 쓰면서, 문장을 쓰는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푼다. 소설 문장을 쓰느라고 긴장한 뇌를 이리저리 풀어준다는 느낌으로, 아무렇게나 쓴다. 하지만 어느 날엔 소설도 일기도 쓸 수 없다. 그럴 땐 음악의 도움을 받는다. 다른 사람이 애써 만들어낸 것으로 내 삶을 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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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구한다는 것.

작은 이야기도 크게 말하는 것은 분명 재능일 것이었다.

크게 본다고 해야할지.

황정은이 말하는

'일기'는 평범한 일상의 기록이 아닌

삶과 세상에 대한 커다란 이야기로 읽혔다.



황정은의 <일기>를 읽어나가면서 든 생각은..

'뭐랄까, 사회적이다.'

팬데믹을 다루는 부분도 그러했지만,

황정은이 꺼내는 이야기는

사회와 정치, 흔히들 담론이라고 말하는 무엇과도 같은 크기의 이야기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읽어나가다가,

번쩍, 한 페이지가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너무 정치적이라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런데 나는 누가 어떤 이야기를 굳이 '너무 정치적'이라고 말하면 그저 그 일에 관심을 두지 않겠다는 말로 받아들인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 그건 너무 정치적, 이라고 말할 때 나는 그 말을 대개 이런 고백으로 듣는다.

나는 그 일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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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내가 초라해졌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은 그냥저냥 흘러가는 세상이었는데,

황정은의 시선에는 아니었다.

그 시선으로의 내밀한 초대가

컥 하고 가슴에 얹혔다.



또 좋았던 문장은,

... 지난 일년간 뭘 하며 지냈느냐는 질문을 매번 받았다. 2020년에 저는 창밖을 보며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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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천성이라고, 내가 말한 적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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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주어로 두지 않고 목적으로 두고 살아온 지난 시간 동안

문학을 나는 늘 좋아했고 그것이 내게는 늘 최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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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눈이 내린 파주 같았던 책.

황정은의 세계로 초대하는 그 길은

눈이 소복이 쌓여있었는데,

포근하지 않고

차갑고 날카로운 눈송이가 느껴졌다.

황정은의 일기를 읽고,

소설 같은 에세이라고 하면 맞을까.


--


이번 창비에서 새로 길을 여는

에세이& 시리즈가 더욱 더 기대가 된

시작이 무척 빛나는 것 같다.


* 이 글은 위 도서 추천을 목적으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 제공받아

주관적 견해로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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