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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 사랑의 내공을 높이는 64편의 인문학적 사유
조이엘 지음 / 섬타임즈 / 2023년 9월
평점 :
독신주의를 떠들고 다니던 남자가 결혼했습니다. 그러더니 결혼을, 아니 자기 아내를 예찬하며 책을 펴냈습니다. 제목부터 흥미로운, 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이 그것입니다.
저자는 결혼에 대한 로망이 없었던 사람입니다. 20대엔 공부가 좋았고, 30대엔 일이 좋았습니다. 정신없이 살다 보니 어느새 결혼은 나와 무관한 일이 되어버렸고, 나이도 훌쩍 마흔을 넘겼습니다.
모든 걸 정리하고 제주로 내려가 살던 어느 날 남자는 자신이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독신주의니, 신념이니 하는 말로 자신을 포장해 왔지만, 실제론 결혼이 나에게서 뺏어갈 것들을 두려워하고 있었고 결혼으로 인해 지불해야 하는 수많은 고지서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것입니다. 독신주의자가 아니라, 용기없음주의자였던 것이지요.
자신을 넘어선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일입니다. 누군가에겐 억지로 묶여있던 부부 관계에서 벗어나는 이혼이 자신을 넘어서는 방법일 수도 있지만, 사람으로부터 또 내 감정으로부터 도망쳐 현실의 대가를 외면하고 살았던 사람에게는 이성을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 기꺼이 대가를 지불하는 결단을 내리는 것이 자신을 넘어서는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인생의 용기를 내어 새로운 삶을 결단했고,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생활을 시작합니다. 새로운 삶은 당연히 이전의 삶과는 다르고, 지금의 나도 그때의 나와는 다릅니다. 결혼생활은 때론 싱겁고 때론 부당하고 때론 달콤합니다. 남들 다 하는 결혼이지만 세상에 똑같은 결혼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책에는 평범한 부부의 특별한 감정들이 수려한 문체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인문학을 탐구하는 저자의 성향 탓인지 그날의 에피소드와 감정들을 고전의 문구로 정리하는 글쓰기 방식이 흥미로웠습니다.
남편과 아내는 서로 너무 다릅니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연결고리로 너무 다른 두 사람이 조금씩 연합해 갑니다. 남편의 시선에서 쓰인 책이기에 남편이 양보하고 희생하는 이야기들이 종종 나오지만, 아내가 책을 쓰게 되면 또 다른 이야기들이 기록되겠지요.
신혼도 아니고 나이도 먹을만큼 먹은 부부가 꽁냥꽁냥하며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는 모습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닙니다. 그런데 저자는 평범한 삶의 순간순간에서 아내를 더 사랑하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도파민의 조종을 넘어서 인간의 선택이자 의지로서의 사랑에 대해 알아가게 됩니다.
아내를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가능합니다. 오늘보다 내일, 내일보다 모레, 올해보다 내년에 더 사랑할 수 있습니다. 계속 더 사랑해야 하므로 오늘 사랑을 좀 아껴둬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한 사람을 나 자신보다 더 사랑하게 될 수 있습니다. 온 우주보다 더 사랑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 책, 아내를 우러러 딱 한 점만 부끄럽기를 을 통해 평범하게 사랑을 결단해 가는 한 남자의 모습을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후회 없이 아내를 사랑합시다. 우리 모두 그 길을 힘 있게 선택하며 나아가기를!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