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간실격 ㅣ 일본문학 베스트 1
다자이 오사무 지음, 강소정 옮김 / 성림원북스 / 2021년 12월
평점 :
1940년대 일본의 작품이지만 현재 한국의 20대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독특한 소설이 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이 그것입니다, 이미 수많은 출판사에서 다양한 번역본으로 출간된 바 있는 인간 실격은 이번에 성림원북스에서 감각적이고 20대에 걸맞는 파격적인 표지를 입고 우리의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도대체 인간 실격이라는 이런 독특한 소설이 현재의 한국의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것일까요? 우리의 20대들은 이 소설의 무엇에 반응하고 있는 것입니까?
인간 실격은 그 유명한 "부끄러움이 많은 생애를 보내왔습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됩니다. 이 유명한 문장은 주인공이 작중에서 읽는 요조의 첫 번째 수기의 시작말입니다. 요조는 주인공의 묘사처럼 뭔가 불쾌한 외모와 성격을 가졌습니다. 첫 번째 수기부터 뭔가 불길한 전개가 시작되는데, 요조는 인간을 두려워했지만 인간으로부터 완전히 떨어져 살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요조 나름의 연결선을 통해 다른 인간들과 자신을 이어붙이려는 시도를 했는데, 이것이 작중에서 묘사되는 개그입니다. 개그는 다른 사람을 웃겨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사실 그 이면에는 현실과 조금은 떨어진 괴리와 허구가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요조는 개그를 통해 가면을 쓰고 진실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는 아이가 되어갔습니다.
바로 이 지점부터 현재의 청년들은 요조라는 인물에 몰입하게 됩니다. 세상과 타인에 대한 두려움, 소속감을 느끼지 못할까 안달내는 속마음, 어떻게든 그들과 연결되기 위해 과장된 언어와 몸짓으로 인정받으려 하는 낮은 자존감, 자신의 주관이 없고 취향도 없으며, 설사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거절하지 못하는 나약함까지. 요조의 모습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20대 청년들의 모습이 그대로 투영됩니다.
아직 작품을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중요한 사건들을 전달하진 않겠지만, 결국 요조의 삶의 궤적은 세상과 다른 개인이 가지는 근원적 두려움과 혼돈, 우울감을 그 끝까지 강렬하게 밀어 보여주고 있습니다. 요조는 주변인들에게서 끝내 위로와 인정을 얻지 못합니다. 정신병원에 갇힌 요조는 인간 실격이라는 자전적 판결을 내리게 됩니다.
생각은 많으나 실제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이상과 다른 현실을 뒤집을 용기는 없고, 그저 잠깐의 쾌락과 즐거움으로 깊은 내면의 고통을 마취시켜 회피해버리고, 내가 없어도 잘 돌아갈 세상 앞에서 나의 존재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되묻게 되는 나약한 존재, 요조는 인간으로서 실격되었습니다.
지독하게 무기력하고 알맹이가 없는 그 삶이 마치 우리네 지금의 삶 같아서 책을 읽는 내내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울렁거림을 경험했습니다.
오늘도 이 세상은 우리에게 수많은 잣대를 들이밀고 우리를 평가합니다. 그 평가들은 우리를 얼마나 무너뜨리며,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을까요? 결국 이 길의 끝에서 내가 나에게 내리는 평가는 무엇일까요?
인간 실격, 내 삶의 주인, 세상의 기준, 두려움과 회피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었습니다. 다자이 오사무의 염세주의적 시각과 현재 대한민국 청년들의 우울감에 대해 이해하고 싶다면 꼭 이 책 인간 실격을 읽어보십시오. 스스로 분명히 정의하지 못하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내 안의 어린 아이에 대해, 좀더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줄 것입니다.
방황하며 비틀거리는 모든 청춘들에게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을 적극 추천드립니다.
본 리뷰는 출판사를 통해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