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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 에비앙
요시카와 도리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철없는 엄마와 엄마같은 딸 이야기 그리고 그들 사이에 콕 껴 절대 그들과 뗄 수 없는 존재인 야구의 이야기 정말 궁금을 유발하지 않는가? 빨간 표지에 독특한 구성원들의 캐릭터가 고단한 회사생활에 지친 나의 눈을 사로 잡았고 지루할 틈이 없이 그 유쾌한 가족을 훔쳐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읽는 동안 일상에서의 탈출을 경험했다고나 할까. 이래서 아무리 피곤해도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나보다.
왕년 펑키족이서 그런지 한창 때 성격이 은연중에 드러나는 엄마 아키, 엄마 애인이며 친딸도 아닌 핫짱을 친 가족처럼 사랑하는 순수한 야구, 그리고 우리의 어리지만 속 깊은 핫짱으로 이루어진 현실 세계에 과연 존재할까 싶은 언밸런스하지만 단란한 가족의 소소한 이야기에 푹 빠져들었다. 철 없고 근심 걱정 없이 사는 것 처럼 보이는 엄마의 깊은 마음 속까지 들여다 볼 줄 아는 핫짱의 마음 씀씀이에 쓰다듬어주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했다.
재미있으면 만사 오케이라는 독특한 가훈 아래 나름대로 그들 속에서 행복한 가정의 모습을 엿보았다. 어딘지 모르게 불완전하지만 형식적으로 변질되어가는 현대의 혈연으로 맺어진 일부 가족보다 더 끈끈한 정, 서로를 향한 관심과 사랑을 발견할 수 있었고 진정한 가족애에 대해 생각할 기회도 제공해주었다.
굿모 에비앙. 제목부터 뭔가 예사롭지 않았다. 어느날 갑자기 우연히 얻게 된 고액의 교통사고 보상금과 자신의 전 재산을 가지고 하와이로 떠났다 다시 돌아온 야구가 어설피 배워온 그만의 독특한 영어 발음이다. 굿모닝 에브리원을 당당하게 발음한다. 썰렁한 농담을 주변의 반응에 아랑곳 하지 않고 즐기고 좋아하는 밴드일을 하며 본인이 용돈이 필요할 때만 술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는 별 고민없이 인생을 즐기며 살던 야구. 평상시와 다르게 보통의 아버지처럼 열심히 일하는 야구를 바라보며 두 모녀는 불안해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는 곳이 이들 가족에게서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미혼모로서의 삶을 잘 극복하고 씩씩하고 낙천적으로 사는 아키를 보며 자신만의 인생관이 확고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겉으로 잘 표현하지는 않지만 딸을 향한 사랑과 여전히 야구를 향한 애정을 부끄러워하며 숨기는 모습을 보며, 그리고 아주 조금씩 드러나는 그녀 속 여린 면을 발견할 때면 어떠한 인생을 살아왔건 세상의 모든 어머니나 여자의 마음은 다 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가족 모두 함께 하와이로 이민을 가기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나 마라톤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마라톤 거리였지만 최선을 다해 달리며 말로 마음을 고백하고 펑키 시절의 모든 옛 친구들을 불러 모든 이의 축복 속에 아키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모습을 보며 가슴 찡한 감동을 느꼈다. 물론 깜짝 프로포즈를 위한 대책 없는 비용문제로 역시나 하며 이내 헛웃음을 지었지만 말이다.
우울한 기분을 가볍게 날려주어 읽는 내내 즐거움을 가득 안겨주었다. 물론 진정한 가족애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시간도 마련해 주었다. 피를 나눈 가족이 가족이 아니라 마음을 나누는 가족이 진정한 가족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