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과의 기분 좋은 만남

한국 철학 스케치 1 - 이야기로 만나는 교양의 세계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지음 / 풀빛 / 2007년 2월

한국철학을 한 눈에 그것도 되도록 쉽게 써 독자를 배려한 흔적이 많아 나 같은 우리나라 역사에 밝지 않은 독자에겐 알찬 시간이었다. 한국 철학에 대한 나열과 설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역사의 흐름에 따라 정리해 주어서 우리 철학뿐만 아니라 역사도 훑어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가졌다.  

그 동안 우리의 것에 대해 내가 정말 아는 것이 없구나 관심이 많이 부족했구나. 분명 학창 시절 역사 교과서에도 같은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었을 텐데 암기 목적으로 공부한 것과 관심을 가지고 우리 철학을 바라본다는 시각의 변화가 내게 크게 다르게 다가왔다. 우리 철학과 사상 그 자체로 소중하고 빛나는 것은 더 발전 시켜나가고 현재 상황에 맞지 않거나 한계가 발견되는 것은 고쳐나가고 극복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임을 간과하며 지냈던 것 같다. 우리 문화, 역사, 철학에 관한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본업이 아니더라도 평생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하면 할 수록 새롭고 모르는 것 투성이고 깊이 한발 한발 디딜수록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은 것이 사람들이 과거로의 끊임없이 여행하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철학은 사람의 마음과 생각, 사상이 녹아 있으므로 그 철학을 신봉한 혹은 배척한 사람이 사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이해가 없이 완전히 그 철학을 이해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각 나라 고유의 철학은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와 아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므로 우리 철학의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역사의 흐름도 알아야 할 것이다. 특히 그 시대를 겪은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해야 것이다.

한국 철학의 흐름을 한 페이지의 간략한 도표로 보여주어 내가 따라가고 있는 철학이 역사적으로 어느 부분 선상에 있는지 확인 할 수 있게 해주었고 한국 철학 여행의 길잡이로 책을 시작하기 앞서 학창 시절 공부한 옛 기억을 떠올리며 우리 역사와 주변국과의 관계, 그 즈음 나타난 한국 철학에 대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큰 그림을 그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3권의 분량을 2권으로 압축하려고 해서 그런지 후반 부분의 내용이 좀 부족한 것 같이 아쉽지만 덕분에 유교 불교 도교 무속신앙을 비롯하여 성리학 위정척사 개화 동학 애국계몽운동 등 다양한 대표적인 한국 철학의 시대 변화에 따른 긍정 부정적인 모습, 한계 등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시각을 열어주었다.  

한국철학 스케치. 제목 그대로 그림을 그릴 때 멋진 그림을 그리기 위한 기초가 되듯이 우리 조상이 계승하고 발전시킨 철학을 전체적으로 스케치하는데 친절한 안내자 역할을 했다. 이 스케치를 바탕으로 얼마나 멋진 그림을 그릴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