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라는 질문은 작가라면 한번쯤 받아보는 것이다.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기억이 나는 의없다. 영감이라는 게 있다면 언제나 나의모국어로, 주로 집에 누워 있을 때 왔다. - P119

영감을 얻기 위해서 혹은글을 쓰기 위해서 여행을 떠나지는 않는다. 여행은 오히려 그것들과 멀어지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격렬한 운동으로 다른어떤 것도 생각할 수 없을 때 마침내 정신에 편안함이 찾아오듯이, 잡념이 사라지는 곳, 모국어가 들리지 않는 땅에서때로 평화를 느낀다 - P120

생각과 경험의 관계는 산책을 하는 개와 주인의 관계와 비슷하다. 생각을 따라경험하기도 하고, 경험이 생각을 끌어내기도 한다. 현재의 경험이 미래의 생각으로 정리되고, 그 생각의 결과로 다시 움직이게 된다.  - P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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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칼과 창을 든 적과 싸우는 것이아니라 보이지 않는 다른 적, 나의 의지와 기력을 소모시키는, 눈에 보이지 않는적과 대결한다. 때로는 내가 강하고, 때로는 적이 강하다. 적의 세력이 나를 압도할 때는 이길 방법이 없다. 그럴 때는삼십육계의 마지막 계책을 써야 한다. - P103

오래전에 다녀온 여행을 떠올리면 그어떤 기억도 선명하지 않다. 어렸을 때읽고 다시는 펼쳐보지 않은 책인 것만 같다. 사진을 보면 기억이 좀더 또렷해지지만, 사각 프레임 바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을 때도 많다. 그래도 가끔 문득문득 떠오르는얼굴들이 있다. 여행지에서 마주친 사람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 P106

소설가는 어떨까? 나는 전업이니 어디묶여 있지는 않다. 구상과 집필 능력은무게가 없어 어디로든 지고 다닐 수 있다. 전 세계의 많은 작가들이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곳을 떠나 뉴욕이나 바르셀로나, 런던, 파리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때 나도 그런 삶을 꿈꾸었다. -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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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는 것이 한 세계를 창조하는것이라 믿었던 때가 있었다. 어린아이가레고를 가지고 놀듯이 한 세계를 내 맘대로 만들었다가 다시 부수는, 그런 재미난 놀이인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마르코 폴로처럼 아무도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여행하는 것에 가깝다. 우선은 그들이 ‘문을열어주어야 한다.  - P94

오래 살아온 집에는 상처가 있다. 지워지지 않는 벽지의 얼룩처럼 온갖 기억들이 집 여기저기에 들러붙어 있다. 가족에게 받은 고통, 내가 그들에게 주었거나,
그들로부터 들은 뼈아픈 말들은 사라지지 않고 집 구석구석에 묻어 있다. 집은안식의 공간이어야 하지만 상처의 쇼윈도이기도 하다.  - P97

잠깐 머무는 호텔에서 우리는 ‘슬픔을몽땅 흡수한 것처럼 보이는 물건들로부터 완벽하게 자유롭다.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잘 정리되어 있으며, 설령 어질러진다해도 떠나면 그만이다. 호텔 청소의 기본원칙은 이미 다녀간 투숙객의 흔적을 완벽히 제거하는 것이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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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안정감이란 낯선 곳에서 거부당하지 않고 받아들여질 때 비로소 찾아온다고 믿는 것. 보통은 한곳에 정착하며아는 사람들과 오래 살아가야만 안정감이 생긴다고 믿지만 이 인물은 그렇지가않아요. 하지만 그는 자신이 이런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는 걸 모르죠. 그냥 여행을 좋아한다고만 생각합니다.  - P90

누군가가 히말라야의 팔천 미터급 고봉에 올라 죽음의 고비를 넘기고 안전하게귀환하는 것을 반복하듯이, 나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로부터 거부당하지 않고안전함을 느끼는 순간을 그리워하는데,
그 경험은 호텔이라는 장소로 표상되어있다.  - P91

그래서 나는 그 어디로든 떠나게 되고,
그 여정에서 내가 최초로 맛보게 되는 달콤한 순간은 바로 예약된호텔의 문을 들어설 때이다. 벨맨이 가방을 받아주고 리셉션의 직원은 내 이름을 알고 있다. ‘ㄴ는 다시 받아들여졌다. 그리고 이제 한동안은 안전하다.‘ 평생토록 나는 이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 1)낯선 곳에 도착한다. 두렵다. 2)그런데 받아들여진다. 3) 다행이다. 크게 안도한다. 4)그러나 곧 또다른 어딘가로 떠난다. - 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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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텔이 좋다.
모든 인간에게는 살아가면서 가끔씩은맛보지 않으면 안 되는 반복적인 경험이있을 것이다. 가까운 사람들과 만나 안부를 묻고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주기적으로 갖는다거나, 철저히 혼자가 된다거나,
죽음을 각오한 모험을 떠나야 한다거나,
진탕 술을 마셔야 된다거나 하는 것들.
- P82

미국의 시나리오 작법 책들을 보면 작가는 인물의 성장과정, 가족 관계, 사고방식, 질병, 정치적 성향, 성적 취향, 친구 관계, 반려동물의 유무 등 온갖 요소들을, 비록 작품에 드러나지 않는다 해도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 P85

모든 인간은 다다르며,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딘가 조금씩은 다 이상하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바로 그 ‘다름‘과 ‘이상함‘을 끝까지 추적해 생생한 캐릭터로 만드는 것이다. 나는 스프레드시트로 표를하나 만들어 소설을 쓸 때마다 사용한다.
비중이 있는 인물이면 그의 외모부터 습관, 취향까지 다양한 항목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해본다. -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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